인강 아닌 ‘찐 킬링캠프’ 부르는 게 값?… 김행 “통계도 안 잡혀” [취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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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강 아닌 ‘찐 킬링캠프’ 부르는 게 값?… 김행 “통계도 안 잡혀” [취재일기]
  • 윤진석 기자
  • 승인 2023.07.01 0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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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지양지 고액 사교육비 ‘몸살’…“尹, 지도자 결단으로 사교육 개혁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학원가로 유명한 대치동 일대 전경ⓒ시사오늘 윤진석 기자
학원가로 유명한 대치동 일대 전경ⓒ시사오늘 윤진석 기자

수학능력시험 대비 현우진의 킬링캠프라고 들어봤을 겁니다. 모의고사 문제집과 그에 따른 인강(인터넷강의)을 합해 13만 원대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연습문제를 실전처럼 풀어보자는 취지입니다. 
 

킬링캠프는 인강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찐(진짜) 킬링캠프’는 따로 있습니다. 
 

킬러문항에 집중 대비한다는 명분으로 운영되는, 고액의 사교육 시장이야말로  ‘찐(진짜) 킬링캠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교육 시장 ‘천정부지’


국민의힘 김행 전 비대위원은 지난 29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통계까지 안 잡히는 일타강사들의 ‘킬링’ 강의가  무한 복제돼 운영되고 있다. 오마카세 강의는 1000만 원대까지 있다고 하더라”고 전했습니다. 

정부가 사교육 카르텔 집중 단속에 나서고는 있지만, 몇 년 전 이미 기백만 원씩 했던 족집게 고액 과외까지 생각하면 웬만해서 뿌리 뽑기는 어려울 거로 보입니다.

전직 대치동 대형입시학원 M학원 강사는 지난 2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과목에 따라 킬러문항(초고난도) 대비 고액 과외는 부르는 게 값”이라 했고, 또 다른 입시학원 강사도 “500만 원은 약과”라고 했습니다. “대여섯 명 학생 규모의 비밀스터디로 운영되며 현찰로 거래돼 웬만해서는 발각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언입니다.

이들 세계는 철저히 비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목동 학부모 김모 씨(50대)는 “비밀스터디 아이를 둔 엄마들 중 외부에 일정을 유출한 실수로 벌금 100만 원을 낸 일도 있다. 조심해야 한다”며 이야기하기를 꺼렸습니다. 

강남 개포동에 사는 서모 씨(40대·주부)는 “비밀스터디를 주재하는 엄마를 ‘돼지 엄마’라고 부른다. 여기에 들어가기 위해 엄마들도 아이들 픽업하러 학원에 갈 때면 일부러 버버리, 구찌 등 명품으로 치장한다. 있어 보이려고 하는 것”이라며 “레벨업 스터디 비용은 천정부지다. 킬러문항 한두 개 차이로 수능 당락이 결정된다면 내지 안 내겠느냐”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진짜 부자들은 자식들을 해외로 빼돌린다. 대치동 주변으로 남아있는 대다수는 자신들의 노후자금 빼먹으면서 자식들 교육을 위해 무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킬러문항 중심의 사교육 


음지뿐 아니라 대형 입시학원비만 생각해도 상류층이 아닌 이상 부담이 클 것으로 짐작됩니다. 

당장 대치동에서 제일 잘나간다는 재수종합 S학원에 들어가려면 첫 달 많게는 400~500만 원 가까이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기본 수강료 179만 원+독서실비 29만 원+교재비 55만 원+매달 콘텐츠비(모의고사) 50~80만 원+급식비 한끼당 6900원 등을 비롯해 기타 부대비용 등이 듭니다.

다른 대형입시 전문의 M학원은 그나마 좀 나은 편입니다. 해당 학원에서 만난 학생에 따르면 성적별로 100만 원에서 200만 원을 오가고 있었습니다. 어쨌든 100만 원은 훌쩍 넘는 상황입니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담당자는 킬러문항을 찍어주는 과목당 족집게 고액 과외는 예전부터 있었던 얘기지만, 여기에 더해 요즘의 사교육 시장 구조는 새로운 시스템으로 추가ㆍ작동ㆍ운영되고 있다며 대형학원 중심으로 킬러문항을 발굴ㆍ배포하는 형태라고 설명해왔습니다.

“대형 입시학원에서 킬러문항 대비 다량의 콘텐츠 문항을 수강생들에게 강의비 별도로 수십만 원씩 프리미엄을 붙여 주기적으로 구매하게끔 하고 있다.”

결국 킬러문항으로 인해 음지는 음지대로 휑휑하고 양지는 양지대로 고액의 사교육비 몸살을 앓는 이중고 현상이 되풀이되는 중인 것입니다. 

 

칼 뽑아든 정부, 전망은?


윤석열 대통령은 이에 킬러문항 배제 및 사교육 카르텔 근절, 공교육 강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올해 통계로 잡혀진 총사교육비만 역대 최고치인 26조 원에 달하고 있습니다. 가계 지출 항목에서도 20%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저출산부터 노후 문제까지 국민 복지를 저해하는 만악의 근원으로 지목되고 있는 까닭입니다. 

물론 반발이 있다는 것도 압니다. 일부 입시생들 사이에서도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대치동 학원생 조 군은 “킬러문항을 제거하면 적당히 어려운 준킬러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기존의 고득점자인 상위그룹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며 불만을 표했습니다. 조 군은 교육부에서 수능킬러문항 사례를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학생들 체감과 달라 핀트가 어긋난 측면이 있다”며 “수학이 아닌 킬러문항으로 장난을 많이 치는 과학탐구 영역을 집중적으로 건드리는 게 차라리 타당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킬러문항 없이 교과서 중심으로 해도 학력고사 시절 전국 수석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처럼 잘 할 사람은 잘한다”는 일침도 들려옵니다.  

정세운 정치평론가는 “대학 서열화가 없어지지 않는 한 사교육 개혁은 어림없다고들 하지만, 사교육 시장에 대한 개혁은 시작해야 한다”며 말을 이었습니다.  “사교육 개혁은 윤석열 대통령이 잘하고 있는 것”이라며 “국가는 지도자 결단에 의해 발전하는 것이다. YS(김영삼)도 금융실명제와 쓰레기종량제를 실시할 당시 저항에 부닥쳤지만 성공시켰다. 윤 대통령의 이번 결단으로 당장은 어렵지만 사교육 폐단도 차츰 소멸돼 갈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습니다.

과연 그럴지, 칼을 뽑아든 이상 무라도 자르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 가운데, 교육부 관계자는 사교육 카르텔 집중 단속 관련해 “고액과외부터 허위과장광고, 부당거래 등이 신고되고 있다”며 “분류별로 검증 절차를 밟아 진상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기자가 만난 S학원 수강생은 “학원에서 상위권 성적의 학생들 명단을 공개해 홍보했는데 최근 해당 광고물이 싹 다 사라졌다”고 해왔습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꿈은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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