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편슬기 기자]

유명한 드라마의 한 대사입니다.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를 인용한 까닭은, 국내 OTT 업계를 바라보며 늘 이 말을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국내 OTT 시장 1, 2위를 다투는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소식이 들려옵니다. 끝이 보이지 않던 출혈 경쟁에 마침표를 찍고.업계 선두를 탈환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경쟁사인 왓챠의 행방에도 시선이 쏠리고요.

지난 4일 티빙과 웨이브의 최대주주인 CJ ENM과 SK스퀘어 소속 고위 임원진들이 모여 ‘합병 의사’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합병 비율을 둘러싼 이견은 걸림돌이지만, 이달 내 합병을 위한 업무 협약 체결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양 사의 합병 소식이 새롭지는 않습니다. 이제껏 티빙, 웨이브, 왓챠 등 국내 OTT 합병을 요구하는 정부 및 업계 관계자,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줄을 이었으니 말이죠. 당사자들의 반응은 냉랭했지만 말이죠.

전문가들 역시 합병을 통해 발생하는 시너지에 대해선 공감하면서도 가능성 자체는 낮을 것으로 바라봤습니다.

한 업계 전문가는 “그동안 국내 OTT들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과 홍보에 쏟아부은 비용이 상당하다. 또 콘텐츠 수익에 따른 이익 배분 문제 등 합병을 위해 거쳐야 할 복잡한 요인들이 산적해 있어 합병을 결심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OTT 업체들의 오리지널 콘텐츠는 시청자들이 소화하기 어려울 정도로 계속해서 만들어졌고, 이에 더해 HBO맥스와 파라마운틴과의 협업으로 콘텐츠 시장은 덩치를 더욱 키워갔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무리 잘 만든 콘텐츠를 갖추더라도, 적자를 벗어나진 못하는 구조가 되풀이 됐습니다. 그야말로 ‘풍요 속 빈곤’이죠.

KT 시즌만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대히트를 기록했지만, 일찌감치 사업을 접고 티빙과의 합병을 택했습니다. 돌이켜보면 현명한 선택이었던 셈이죠. 그 기간 동안 국내 OTT 업체들이 안은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으니 말입니다.

티빙의 경우에는 모회사인 CJ ENM마저 재무건전성 악화 조짐이 엿보여 비상 상황입니다. 지난달 21일엔 CJ ENM이 2000억 원대 누적 적자에 시달리는 자회사 티빙으로부터 600억 원을 단기 차입한 사실까지 드러났습니다. 웨이브와 왓챠의 경우에도 최근 3년간 적자 신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고요. 

넷플릭스와의 경쟁은커녕 국내 OTT들끼리만 엎치락뒤치락 하는 형국입니다. 사실상 누가 먼저 백기를 들고 투항하지 않으면, 모두가 파국으로 치닫는 ‘치킨게임’과 다를 바 없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모두가 나락으로 떨어지기 전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소식으로 ‘출혈 경쟁’의 끝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합병 과정에 있어 부서 정리 및 인원 감축 등의 안타까운 상황이 예상되나, 정부가 K-콘텐츠와 OTT 지원 기조를 계속 유지만 한다면 장기적으론 옳은 선택이라 여겨집니다.

콘텐츠 하나를 만들어도 더 많은 자본으로 퀄리티 높게 선뵐 수 있을 것이고, 새로운 작품 론칭에 따른 홍보 비용도 줄어들 것입니다. 당장 넷플릭스를 따라잡기는 힘들어도 수익을 개선하고, 흑자로 돌아설 즈음이면 다시 운동화 끈을 조여매고 위를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요? 진정한 경쟁은 바로 그때부터가 아닐까라는 생각입니다. 

물론 양 사는 “확정된 바 없다”는 동일한 입장을 내비추고 있습니다. 티빙과 시즌 합병 때도 같은 답변을 들었던 터라 그렇겠거니 싶습니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것은 ‘왓챠’입니다. 국내 3대 OTT 중 하나로 일찌감치 시장에 뛰어든 왓챠지만 현재 상황은 어둡기만 합니다. 초창기 멤버이자 핵심 인원들은 회사를 나온 지 오래고, 매각 절차에 들어갔으나 인수가 계속 결렬되는 등 우울한 소식들 뿐입니다.

마니아층이 두껍고, 왓챠피디아에 쌓인 이용자들의 데이터가 풍부한 만큼, 어떻게든 왓챠가 살아남아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티빙, 웨이브, 왓챠 3사 동시 합병이 이뤄진다면 가장 시너지가 잘 발휘될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일단 양 사의 합병이 잘 마무리되기를 바라며, 왓챠의 건투도 빌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