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제명안, 野 ‘양심 바로미터’ 될까 [김자영의 정치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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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제명안, 野 ‘양심 바로미터’ 될까 [김자영의 정치여행]
  • 김자영 기자
  • 승인 2023.07.28 2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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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제명, 1979년 YS 유일…‘부마항쟁’ 등 유신 몰락 시초 돼
JP, YS 제명 반대 “아무리 대통령 뜻이라도 안 되는 일 있다”
이원욱 “민주, 김남국 옹호 시 수렁 빠질 수도…선 그어야”
“유신 몰락 앞당긴 YS…김남국, 의원 특권 몰락 앞당길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자영 기자]

ⓒ 시사오늘 (그래픽 = 정세연 기자)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무소속 김남국 의원에 대해 ‘제명’을 권고한 데 이어 윤리특위가 징계안 본격 심사에 돌입했습니다. ⓒ 시사오늘 (그래픽 = 정세연 기자)

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무소속 김남국 의원에 대한 징계안 본격 심사에 돌입했습니다. 김 의원은 지난 5월 거액의 가상자산 거래 및 보유 관련 논란을 빚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는데요. 국민의힘은 물론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도 김남국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습니다. 

국회 윤리특위 윤리심사자문위원회는 지난 20일 김 의원을 ‘제명’해야 한다고 권고한 했습니다. 의원에 대한 징계 종류 중 가장 높은 수위입니다. 유재풍 윤리심사자문위원장은 제명 권고 이유에 대해 “제대로 된 소명이 안 된 부분도 있고, 그동안 해왔던 내역 등 여러 가지를 고려했다”며 “거짓 소명보다는 전체적으로 봤을 때 (소명이) 성실하지 못한 부분도 있는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징계안이 윤리특위를 통과하면 본회의 표결을 통해 제명 여부가 결정됩니다. 의원 제명이 실제로 이뤄지려면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3분의 2(200명) 이상 찬성이 필요합니다. 제명에 찬성하는 국민의힘 112명 의원과 정의당 6명 의원이 모두 동의한다 해도 82명 이상 야당 소속 의원의 찬성표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국민의힘은 “김남국 의원 제명안은 국회에서 절대다수 의석을 움켜쥔 민주당에 의해 통과 여부가 결정된다”며 “‘국민 눈높이와 여론에 맞춰 행동으로 보이겠다’는 민주당 다짐이 김남국 의원 제명안을 처리하는 민주당 태도에서 증명될 것이다. 민주당 양심 평가하는 바로미터로 삼을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근 민주당을 둘러싼 도덕성 논쟁에 선을 긋고 해야 총선을 치를 텐데, 김남국 사건을 옹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면 민주당이 또 한 번 수렁으로 빠지는 듯한 모습을 보일 수 있지 않을까”라며 “자문위 결론을 수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논란을 둘러싼 파장이 컸던 만큼 실제 제명으로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헌정사상 실제 국회의원이 제명된 것으로 1979년 김영삼(YS) 당시 신민당 총재 사례가 유일합니다. 하지만 제명에 대한 국민감정은 당시와 정 반대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당시 YS 제명직 찬성은 부당하게 해석할 사안이지만, 김남국 의원 제명직 반대는 국회의원 특권만 부각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신 헌법이 선포되고 7년이 지난 1979년, 김영삼은 이철승과 같이 유신에 타협해선 안 된다고 보고 ‘강경 대여 투쟁’을 강조하며 나간 신민당 전당대회 당권을 잡았습니다. 

박정희 정권으로선 반유신 투쟁을 선언하고 ‘유신헌법 찬반 국민투표’ 거부 운동에 앞장서며, 노동권 생존 보장 보장을 위해 투쟁한 YH무역 여공에게 신민당사를 내주기까지 한 김영삼이 눈엣가시로 보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YS는 1979년 9월 16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카터 행정부는 박정희 대통령의 정부에 대한 지지를 중단하라”라며 “국민으로부터 유리된 소수의 독재 정부냐,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대다수 대한민국 국민이냐, 둘 중 하나를 미국 정부가 선택해서 민주주의를 지켜야 할 것이다”라고 한 발언은 정권을 더욱 자극했습니다. 

이때 여당이었던 민주공화당은 위 인터뷰 내용이 ‘용납될 수 없는 사대적 망언’이라며 김영삼 의원직 제명을 검토합니다. 그해 10월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제명 징계안이 통과됩니다. 

국회는 4일 오후 법사위와 본회의를 여당 의원만으로 기습적으로 열어 김영삼 신민당 총재의 제명 징계를 전격적으로 처리했다. (…)

오후 4시 5분 백두진 의장의 속개 선언으로 열린 본회의는 국회법 158조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 오후 4시8분부터 무기명 비밀 투표를 시작, 12분 만에 투·개표를 모두 끝냈다. 백 의장은 와병 중인 김성환 의원(유정)을 제외한 공화·유정회 소속 의원 159명 전원이 투표에 참석, 전원이 찬성표를 던져 김영삼 총재의 제명이 가결됐음을 선포했다. 

- 1979년 10월 5일 자 <조선일보> ‘김영삼 총재 제명’

결과적으로 YS의 의원직 제명은 박정희 정권 몰락의 신호탄이 됐습니다. 이후 야당 국회의원 전원의 의원직 사퇴, 부마항쟁, 10·26 사태 등 일련의 사건이 이어졌습니다. 박정희 측근으로 불린 김종필(JP)은 후에 증언록에서 당시 여당 의원 전원이 제명을 찬성하지 않았으며, 자신은 반대표를 던졌다고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백두진 의장은 “출석 의원 159명 중 159표로 가결됐다”고 선포했다. 의정 사상 야당 총재에 대한 첫 국회의원직 제명이었다. 하지만 당시 공화당 총재 상임고문으로서 5선 국회의원이었던 나는 분명히 “이건 안 된다”며 부표를 던졌다. 그런데 내 반대 한 표는 어디로 가고 어떻게 해서 만장일치가 됐는지 알 길이 없다. 급한 김에 검표위원들이 제대로 찬반 판별을 하지 않았든가 백 의장이 일방적으로 투표 결과를 발표했든가 했을 것이다. 

사실 전날 YS 제명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중략) 박준규 당의장 서리가 대통령의 지침이라며 YS 제명을 강행할 수밖에 없다고 얘기했다. 나는 “아무리 대통령 뜻이라 해도 세상에는 안 되는 일이 있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 김종필 증언록 <JP가 말하는 대한민국 현대사> 2권, 12~13쪽. 

YS 제명은 5·16 군사 정변에 참여해 박정희 정권을 만드는 데 기여했던 김종필조차 동의할 수 없는 사안이었습니다. 아무리 막강한 권력을 가졌대도 역사적 흐름, 민심을 거스를 수 없었던 겁니다. 

반유신 투쟁의 선두에 섰던 YS에 대한 무리한 탄압은 되려 역풍을 일으켰는데요.김남국 의원 징계안을 둘러싼 민주당의 태도 또한 선택에 따라 다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입니다. 당 변화의 시작점이 될수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수도 있겠습니다. 

정세운 시사평론가는 25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1979년 김영삼의 의원직 제명 징계안에 찬성했던 것이 역사적으로 부끄러운 선택이었던 것에 반해, 현재 민주당은 김남국 의원에 징계를 찬성하지 않으면 민주당이 아무리 혁신위를 들고나오며 변화를 약속해도 또다시 ‘내로남불’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는 “YS 제명이 유신 몰락을 앞당겼다면, 김남국 의원 제명을 둘러싼 일들은 국회의원 특권 몰락을 앞당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는 전망도 내놨습니다. 

여야간 대립이 날로 심화되는 상황입니다. 정치권에서 왜 저런 선택을 했을까 의문이 든 적 한 번쯤 있을겁니다. 이들의 선택은 과거 정치 경험으로부터 얻어진 학습효과 아닐까요. ‘김자영의 정치여행’은 현 정치 상황을 현대 정치사를 비춰 해석해 봤습니다. 다음주 금요일에 찾아 뵙겠습니다. <편집자주>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생각대신 행동으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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