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文, 장관 사퇴 요구” 폭로…강삼재로 본 앞날은? [김자영의 정치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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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文, 장관 사퇴 요구” 폭로…강삼재로 본 앞날은? [김자영의 정치여행]
  • 김자영 기자
  • 승인 2023.07.14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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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尹 정부 탄생 1등 공신 프레임 벗어나려 文에 책임 돌려”
“정치재개 위해 ‘반문친명’ 택한 것…민주당 과거로 후퇴시켜”
정치적대부 YS 폭로한 강삼재…무죄 판결 불구 정계 은퇴 번번이 실패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자영 기자]

ⓒ 시사오늘 (그래픽 = 정세연 기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자신이 장관직에서 사의를 표명한 배경에 문재인 전 대통령의 요구가 있었다는 주장을 들고 나오며 파문이 일고 있다. 추 전 장관의 행보에 여러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과거 강삼재의 ‘YS 비자금’ 폭로 건을 알아봤다. ⓒ 시사오늘 (그래픽 = 정세연 기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자신이 장관직에서 사의를 표명한 배경에 문재인 정부의 요구가 있었다는 주장을 들고나오며 진실공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추 전 장관은 6월 30일 유튜브 채널 <오마이TV>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직에서) 물러나달라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추 전 장관이 해당 영상에서 한 발언에 따르면 그는 2020년 12월 16일 비서실장으로부터 장관직에서 물러나달라는 연락을 받고선 대통령에게 ‘나를 유임시켜야 수습된다’는 말을 전하려고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만남 후에도 결론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추 전 장관은 ‘당이 2021년 4·7 재보궐을 치르기 위해 검찰 이슈가 퇴장해야 한다며 이를 요구한다’는 취지의 요청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추 전 장관 발언에 대해 한 라디오에서 “문 전 대통령이 그렇게 (사퇴하라고) 이야기 안 하셨다”고 반박하자 추 전 장관은 7월 3일 페이스북에 ‘저의 사직서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2020년 12월 16일, 윤석열 총장에 대한 징계 의결이 새벽이 이루어지고 아침 출근 직후 청와대 비서실장으로부터 사직서를 내달라고 전화를 받았으나, 명확하게 거절했다”고 주장에 쐐기를 박았습니다. 

추 전 장관은 지난 2021년 7월 출간된 <추미애의 깃발>에서 장관직 사퇴 당시 배경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한 바 있습니다.

“대통령께 징계 내용을 보고드리면서 사퇴 의사를 밝혔어요. “제 임무는 일단 여기서 끝났습니다. 다음 개혁조치를 이어 나가는 분을 임명해 주십시오”라고 말씀드렸어요. 대통령도 그 말에 놀라시면서도 제가 너무 공격당하면서 힘든 걸 알고 계시니까 안쓰러워하셨어요.”

추 전 장관은 책을 낼 당시는 “대선 전이었다”며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뒤 “‘왜 사퇴했냐’며 원망하는 이들이 꽤 많더라. 나도 진실을 말할 수 없는 것이 답답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치권은 발언이 가져올 파장을 모르지 않았을 추 전 장관이 급작스레 태도를 바꾼 배경과 발언의 적절성, 그의 향후 정치 행보 등을 관심갖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김행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13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조국·추미애는 윤석열 정부 탄생 개국공신’이라는 프레임을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문재인 전 대통령에 책임을 돌리는 거다. 최근 행보에 대해 1년간 육아휴직하고 나왔다는 이야기도 있다”며 “그런데 민주당은 이미 선거를 통해 심판받은 것 아니냐. 추미애의 최근 행보는 민주당을 과거로 후퇴시키는 거다. 자기 정치만 생각하는 양아치 정치에 가깝다”고 말했습니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이날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정권 교체는 자신이 아닌 문재인 전 대통령 책임임을 명확히 하고, 정치적 재개를 위해 ‘반문친명’를 선택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문재인과 별거하고 이재명 대표 지지층의 지지를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가 어떤 식으로든 자리를 물러나면 그다음 대체재로서 역할을 보여주려는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실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에 ‘추미애 절대 지켜’ ‘추미애의 용기를 응원한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는 일도 있었습니다. 

추 전 장관이 내리 5선을 지낸 광진을 지역구 현역은 민주당 고민정 의원입니다. 고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에서 대변인을 지낸 대표 친문 인사이기도 합니다. 추 전 장관이 ‘친명’ 색채를 강화해 광진을 출마를 노리는 것 아니냐고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현재 민주당은 이재명 지도부 체제로 운영되고 있지만, 여전히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진을 당사에 걸어놓은, 세 대통령의 역사를 품고 있는 당입니다. 추 전 장관이 자신을 장관으로 기용한 임명권자를 져버리고서 정치 재개를 무사히 이룰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11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작년 대선에서 민주당이 왜 0.73% 차로 졌는지 아직 모르는 것 같다. 친문이든 친명, 친낙이든 민주당을 지지하는 국민입장에서 추 전 장관의 발언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볼 것”이라며 “참여정부 때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며 정치생명 위기를 겪은 과거의 추미애를 다시 소환하고 있다. 더 큰 정치인이 되었으면 한다”고 짚었습니다.

 

상도동계 강삼재, 안풍사건서 ‘자금 출처=김영삼’ 고백
무죄 선고 받았지만, 한나라당-자유선진당서 재개 실패 


2005년 안풍사건(15대 총선에서 안기부가 여당에 선거자금을 불법 제공한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강삼재의 경우를 보겠습니다. 그는 신민당 부대변인, 통일민주당 대변인을 거쳐 신한국당 선거자금을 총괄하는 사무총장을 지냈습니다. 12대 국회 입성 이후 16대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김영삼의 상도동계에 몸담았습니다. 그러다 1997년 DJ의 대통령 당선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진 뒤 사건에 휘말립니다. 

여당이 된 국민회의(민주당)는 1996년 15대 총선 당시 사용한 자금 출처를 물고 늘어졌고, 2001년 검찰은 안기부의 자금이 신한국당 선거자금으로 유입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들어갔습니다. 강삼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및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로 구속됩니다. 당시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안기부 예산 1157억 원이 1996년 총선(신한국당, 940억 원), 1995년 지방선거(민주자유당, 217억 원)에 불법 지원됐습니다. 

강삼재는 2003년 9월 1심에서 징역 4년, 추징금 731억 원을 선고받은 뒤 정계를 은퇴합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다시 4개월 후, 강삼재는 ‘안풍 사건의 자금 출처는 김영삼’이라는 당시로서 충격적인 주장을 제기합니다. 

변호인이 “이 법정에서 진실을 밝혀달라”고 하자 강 의원은 한참을 뜸 들이더니 “공소사실에 기재된 940억 원의 자금은 청와대 집무실에서 당시 신한국당 총재였던 김영삼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돈”이라는 충격적인 고백을 했다.

강 의원은 또 “출처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선거를 앞둔 상황이어서 한 사람이라도 더 당선되도록 쓰라는 뜻으로 알았다”며 “언론에 보도가 나간 후에야 안기부 자금인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고 설명을 이어갔다.

그러나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은 단호한 어조로 강 의원의 주장을 부정했다. 김 전 차장은 “모든 것이 내 독자적인 판단이었으며 안기부 자금을 모아 분명 YS가 아닌 당에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 2004년 2월 6일 자 <국민일보> ‘[안풍 940억 YS가 줬다] 적이 된 YS 두 심복, 법정에서 진실게임’

이러한 고발을 통해 약 6개월 뒤인 2004년 7월, 강삼재는 무죄를 선고받습니다. 대법원이 ‘YS 비자금’이라는 강삼재의 주장을 사실상 받아들인 것입니다. 이로써 안풍 사건은 일정 부분 마무리됐지만, 강삼재에게 ‘신의를 저버렸다’며 비난하는 이도 있었습니다. 이후 그는 2006년 국회의원 재보궐 당시 한나라당에 공천 신청을 하지만 탈락합니다. 이후 이회창의 자유선진당으로 재개를 시도하지만, 선거에서 번번이 낙선하며 정계에서 멀어집니다. 물고 물리는 정치권에서 추미애 전 장관은 어떤 길을 가게 될까요. 강삼재  선례에서 본다면 민주당 잔류보다는 신당행을 선택하지 않을까, 조심스런 예측을 해봅니다.

여야간 대립이 날로 심화되는 상황입니다. 정치권에서 왜 저런 선택을 했을까 의문이 든 적 한 번쯤 있을겁니다. 이들의 선택은 과거 정치 경험으로부터 얻어진 학습효과 아닐까요. ‘김자영의 정치여행’은 현 정치 상황을 현대 정치사를 비춰 해석해 봤습니다. 다음주 금요일에 찾아 뵙겠습니다. <편집자주>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생각대신 행동으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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