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지대 출범 눈앞…‘성공은 글쎄’ [김자영의 정치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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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지대 출범 눈앞…‘성공은 글쎄’ [김자영의 정치여행]
  • 김자영 기자
  • 승인 2023.07.07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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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섭 ‘새로운당’ 양향자 ‘한국의희망’ 신당 움직임 본격화
‘제3지대 필요하다’ 47.7% 불구 ‘신당 지지 의향 없다’ 60.3% 
정의당 “금태섭·양향자 신당, 회의적”…진보당 “기회주의 야합”
안철수 국민의당·JP 자민련·정주영 통일국민당 명맥 못 이어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자영 기자]

ⓒ 시사오늘(그래픽 = 정세연 기자)
금태섭 전 의원, 양향자 의원이 각각 새로운정당과 한국의희망을 창당했습니다. 정치권에선 제3지대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 시사오늘(그래픽 = 정세연 기자)

총선을 9개월여 앞두고 정치권에선 금태섭 전 의원의 새로운당, 양향자 의원의 한국의희망, 재창당을 준비 중인 정의당 등 제3지대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거대 양당에 실망한 무당층이 늘어난 만큼 제3지대 신당이 필요하다는 데에 대한 공감대는 있지만, 실제 총선에서 유의미한 의석수를 확보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여론조사업체 <메트릭스>가 <연합뉴스>·<연합뉴스TV> 의뢰로 지난 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5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3지대 신당이 필요하다’고 답한 이들이 47.7%로 그렇지 않다고 한 응답(42.4%)보다 많았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신당이 창당될 경우 총선에서 지지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고 답한 이들이 60.3%로 그렇다(29.1%)고 답한 비율의 2배를 넘어섰습니다. 여기서 제3정당의 필요성과 투표 의향은 별개임을 알 수 있습니다. 

현존하는 제3정당도 금태섭 전 의원, 양향자 의원을 중심으로 한 신당에 부정적인 반응을 내비쳤습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태섭·양향자 이런 분들이 신당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실체를 잘 알지 못하고, 그분들이 살아온 궤적, 공당을 선택해 온 과정을 놓고 볼 때 함께한다는 것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진보당 윤희숙 상임대표는 지난달 26일 대표단회의에서 금태섭·양향자 신당에 대해 “이들은 ‘제3지대’ 신당을 내세우고 있지만, 국민의힘과 민주당에 들어가지 못하거나 공천을 못 받은 사람의 ‘헤쳐모여’가 된다면 결말은 뻔하다”며 ‘선거 앞둔 기회주의 야합‘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금태섭, 광주 찾아 “국민의힘 썩었고 민주당은 무능”
국민의당, 20대 총선 38석 중 호남 23석…성과 불구 소멸


금 전 의원의 새로운정당 준비위원회는 지난 3일 대변인 논평에서 “민주당은 고쳐 쓸 수 없다. 발전적으로 해체하는 것만이 정답”이라고 말하는 등 민주당 비판에 앞장선 모습입니다. 금 전 의원이 첫 현장간담회 장소로 찾은 곳은 민주당 텃밭, 호남의 심장인 광주였습니다. 그는 이곳에서 “국민의힘도 썩었고 민주당은 무능하다. 새로운 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7년 전, 안철수라는 대선주자급 인물을 중심으로 호남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냈던 국민의당이 있었습니다. 박지원·정동영·천정배 등 호남에서 상징성을 가진 인물과 민주당 내에서 친노 계열과 갈등했던 김한길, 동교동계 전직 정치인 등이 참여한 국민의당은 20대 총선에서 38석 확보에 정당 투표 2위라는 성과를 냈습니다. 38석 중 비례를 제외한 지역구 25석 중 호남권 의석이 23석을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총선에서 반짝 성과를 냈을 뿐, 오래 가지 못해 대선, 계파 갈등, 바른미래당으로의 합당 등을 거쳐 2년 만에 소멸했습니다. 

전예현 우석대 대학원 객원교수는 7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국민의당이 잠시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계속 존속해 양당정치의 문제점을 해소하지 않았다. 안철수는 국민의힘으로 가는 등 뿔뿔이 흩어졌다”며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실현해주는 당이 아니라 반사이익을 봐서 잠시 득을 본 정당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할 수도 있는 문제점을 낳았다”고 전했습니다.

 

정주영 통일국민당, 14대 총선서 31석 얻지만…1년 뒤 당사 폐쇄
자민련, 충청 지역정당 머물러…김윤환·이기택, 민주국민당 2석
YS, 12대 총선 ‘신민당’ 창당 주도해 돌풍…평민당 13대 총선 70석


더 과거를 돌아봐도 1987년 이후 제3정당은 대통령제, 소선거구제하에서 명맥을 오래 잇지 못하고 쪼그라들기를 반복해 왔습니다.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의 통일국민당은 14대 총선에서 TK(대구·경북), 강원, 충청 지역을 공략해 지역구 24석, 전국구 7석 총 31석 의석수를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정주영이 14대 대선에서 김영삼(YS)·김대중(DJ)에 밀려 3위로 낙선하고, 이후 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으며 위기를 맞습니다. 국민당 창당 1년 만인 1993년 정주영이 의원직을 사퇴하고 국민당 당사가 폐쇄되며 소멸의 길을 걷습니다.

유의미한 성과를 보였다는 제3정당도 지역 기반에 의지한 측면이 컸습니다. 15대 총선에서 김종필(JP)의 자민련이 50석을 얻었으나 지역구 의석 대부분이 충청 지역에 기반해 얻은 것이었습니다. 16대 총선에서 17석(지역구 12석 중 충청 8석·대전 3석·수도권 1석), 17대 총선 4석(충청권) 확보에 그치며 2006년에 해산하게 됩니다. 자민련은 JP 정계 은퇴 이후 흩어지기까지 지역 정당으로서의 명맥을 유지했습니다. 

16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 거물들이 창당한 민주국민당의 경우는 더 처참했습니다. 물갈이에 나선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가 공천에서 배제한 허주(虛舟) 김윤환 전 의원을 비롯해 이기택, 이수성 등이 민주국민당에 참여했으나, 지역구 1석·전국구 1석 총 2석 확보에 그쳤습니다. 이 당은 4년 만에 해산했습니다. 

제3정당 성공 경험도 있으면서 대통령까지 거머쥔 인물로는 김영삼(YS), 김대중(DJ)을 꼽아볼 수 있습니다. 12대 총선을 한 달도 앞두지 않은 상태에서 YS는 신한민주당 창당을 주도해 ‘체제 저항적 선명 야당’을 국민에게 내보였습니다. 신민당에는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와 비민추협 세력이 50 대 50으로 참여한 당이었는데요. 84.6%라는 높은 투표율과 함께 신민당은 1985년 총선 돌풍을 일으켜 67석으로 제1야당에 등극합니다. 

13대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1987년 11월, DJ는 동교동계와 통일민주당을 나와 평화민주당을 창당합니다. 중선거구제에서 소선거구제로 선거 제도가 바뀌고 치러진 13대 총선에서 평민당은 70석으로 제1야당이 됐습니다. 지역구 54석 중 36석은 광주·전남·전북 등 호남, 18석은 수도권에서 얻었습니다.  

정세운 시사평론가는 6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신당이 성공하기 위해선 YS·DJ 같은 대선 주자급 인물이나 정치적 명망가, 지역 기반 등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이들이 보이지 않는다. 금태섭·양향자 신당에 거대 양당에서 의원들이 탈당해서 참여할 확률은 낮다. 소선거구제하에서 연동형 비례대표로 몇 석 얻는 게 신당이 노려볼 만한 것 아니겠냐”고 전했습니다. 

전 교수는 “신생정당이 성공하기 위해선 기존 정당과의 뚜렷한 차이점, 명확한 지향점, 비전을 국민에게 단적으로 보여줄 인물, 유권자들의 신뢰를 구할 시간도 있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정치인, 좋은 가치를 지닌 이들이 모였어도 유권자들이 신생정당을 인지하고 마음을 정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선거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내려면 “유권자가 자신의 중요한 권리인 ‘한 표’를 행사할 정도의 당이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여야간 대립이 날로 심화되는 상황입니다. 정치권에서 왜 저런 선택을 했을까 의문이 든 적 한 번쯤 있을겁니다. 이들의 선택은 과거 정치 경험으로부터 얻어진 학습효과 아닐까요. ‘김자영의 정치여행’은 현 정치 상황을 현대 정치사를 비춰 해석해 봤습니다. 다음주 금요일에 찾아 뵙겠습니다. <편집자주>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생각대신 행동으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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