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대기업, 성과 없는 요구 이젠 안 통해…‘팀 코리아’로 관점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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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대기업, 성과 없는 요구 이젠 안 통해…‘팀 코리아’로 관점 바꿔야”
  • 권현정 기자
  • 승인 2023.09.13 1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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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성장포럼(100)]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현정 기자]

지난 7일 진행된 제100회 동반성장포럼에서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이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동반성장연구소
지난 7일 진행된 제100회 동반성장포럼에서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이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동반성장연구소

기업들이 ‘동반성장’을 기업가치 향상의 조건 중 하나로 다시 볼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7일 오후 서울대 교수회관에서 진행된 동반성장포럼 ‘동반성장을 다시 생각하다’는 동반성장포럼 100회를 맞아 정운찬 동반성장포럼 이사장이 연사로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날 정 이사장은 “기업들이 ‘주식회사 코리아’보다 ‘스포츠팀 코리아’라는 틀에서 한국 경제를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개인의 생산성은 높아졌지만, 가계소득은 줄어든 상황의 책임을 대기업에 묻는 시선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부연이다.

지난 2013년 한국금융연구원 보고서 ‘한국경제의 구조적 과제’에 따르면, 한국의 저성장과 양극화의 배경에는 기업의 투자 미비가 있다. 실질임금 하락 등의 반작용으로 늘어난 기업의 자본이 실물경제에 기여하는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저축’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실물투자 수요가 낮은 대기업이 아니라 투자 수요가 높은 중소기업으로 지원을 돌리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 중 하나가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는 ‘동반성장 정책’이다.

역대 정부의 동반성장 정책을 살펴보면 △대기업이 자율적으로 협력사와 이익을 공유하면 정부가 인센티브로 이를 보전하는 ‘이익공유제’(현재 협력이익공유제) △특정 업종에 대해 대기업의 진입을 제한하는 ‘중소기업적합업종 선정’ 등이 있다. 

이익공유제는 물론이고 중소기업적합업종 선정 역시 대기업 자본의 중소기업 중심 업종 투자라는 취지로 기획된 바 있다.

다만 이익공유제는 대기업의 선의에 기대야 한다는 한계가 있고, 중소기업적합업종 제도는 대기업이 자본 투자를 통해서는 참여할 수 있다는 당초의 기획이 사문화되면서 투자 촉진이라는 당초 목적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게 업계 평이다.

이에 시민사회 등은 그간 별도의 규제 등으로 이 같은 한계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이날 정 이사장은 기업에 동반성장의 인센티브를 정확히 설명하는 것만으로 대기업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 기업의 사회 기여가 기업가치의 지표로 떠오르면서 시민의 ‘호응’이 기업에 ‘인센티브’가 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이용해 기업을 설득할 수 있다는 제언이다.

정 이사장은 “정부가 기업들이 투자 및 고용확대를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해 온 규제 완화, 법인세 감세 등을 시도했지만, 기업들의 요구는 그치지 않았고, 실물투자도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스포츠팀에 비유하자면) 몇몇 스타선수들이 다른 선수의 라커를 빼앗고 연습시간과 연습도구까지 양보하라고 강제한 셈”이라고 비유했다.

특히, 최근에는 SNS의 발달로 이 같은 ‘라커룸의 일’이 더 알려지기 쉬워졌다는 설명이다.

정 이사장은 “예전엔 경기가 끝난 후 라커룸의 일은 바깥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이제는 관심을 끌 만한 일이면, SNS를 통해 순식간에 퍼진다”면서 “이에 따라 스타선수들에 집중되는 자원이 너무 과다하지 않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또, 정 이사장은 “대기업들이 동반성장에 호응해 동반성장이 제안하는 정책에 참여, 중소기업과 시너지를 내는 데 이바지한다면 국민들의 대기업에 대한 반감을 없앨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포럼은 동반성장포럼 100회를 축하하는 자리를 겸해 진행됐다.

동장성장포럼은 지난 2013년부터 100회차에 걸쳐 10여 년간 교수, 단체, 연구자, 정치인 등 다양한 연사와 함께 △경제 △정치·외교·안보 △사회 △기업 △남북 관계 등 폭넓은 사회 부문에서 동반성장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왔다.

현장에는 김준현 전 경기도 의원, 최승재 국민의힘 국회의원 등을 포함해 130여 명의 청중이 자리해 의미를 더했다.

이날 포럼을 찾은 이상기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은 “지난 10년 4개월 동안 100회를 진행했고, 그간 정권이 두 번 바뀌었다”며 “2030년이면 200회를 맞이하게 된다. 그때는 동반성장이 이익공유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축하인사를 전했다.

담당업무 : 정유·화학·에너지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해파리처럼 살아도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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