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PF발 유동성 위기’ 한숨 돌렸지만 중장기 부담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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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 ‘PF발 유동성 위기’ 한숨 돌렸지만 중장기 부담 여전”
  • 정승현 기자
  • 승인 2023.10.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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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유동성 확보 여력 있지만, 중장기 위험 대비해야
건설사 신용 부담 안기는 PF우발채무, 지방사업 부진 영향
‘주택공급·PF보증 확대’ 정부 대책이 긍정적 요인 될 수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승현 기자]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와 지방 건설사업의 낮은 사업성이 건설사의 금융 안정을 뒤흔들고 있다. 정부의 공급대책 및 건설사 PF 지원대책 발표로 한숨 돌리긴 했지만, 장기적으로는 변수가 부정적으로 나타날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건설사별 부실 시나리오. ⓒ 한국기업평가
건설사별 부실 시나리오. ⓒ 한국기업평가

 

건설업계, 유동성 확보 가능하지만 향후 전망 부정적


지난해 10월 발생한 레고랜드발 유동성 위기는 주요 건설사들의 위기 대처 능력을 시험했다. 갑작스럽게 PF 만기가 도래해 당장 갚아야 할 채무가 늘어나면서 건설사들은 추가 보증을 받거나 스스로의 자산을 현금화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건설업은 다른 산업군과 비교해 프로젝트 기간이 긴 데다가 대외 변수에 취약하기 때문에 언제 어떻게 유동성 위기를 겪을지 알 수 없다.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NICE신용평가 등 국내 주요 신용평가기관들은 건설업종이 그 특성상 우발적 변수에 더 취약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불안 요소가 없어도 장기적으로 불안 요소가 발생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건설업 전반을 놓고 봤을 때, 부실화 위험은 그리 크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21일 ‘D의 공포 - 레고랜드 그 후 1년, 건설업은 정말 생사의 기로에 있을까’ 보고서를 내며 시장의 과도한 우려를 경계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21개 주요 건설사의 지난 8월 말 PF 우발채무 규모는 지난해 6월 말보다 약 29% 증가했다. 다만, PF의 규모가 크게 감소했고, 현금성자산 규모가 PF우발채무와 비슷해 유동성 대응이 어느정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그렇다고 해서 건설업 전망이 마냥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NICE신용평가는 지난 7일 발간한 건설산업 보고서에서 원가부담 확대로 수익성이 떨어지고 건설 분야 사업성이 저하됐다고 봤다. 올해 상반기 주거용과 비주거용 건축 수주가 각각 38.5%, 22.9% 감소한 26조 원, 34조 원을 기록한 가운데, 특히 신규주택 수주액이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이상 줄었다. 게다가 주택착공물량은 9만2480호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절반 정도 감소했다.

이러한 상황이 공사원가 상승과 맞물려 건설업계에 부담을 안기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발표한 건설공사비지수는 2021년부터 급격히 늘기 시작해 2021년 1월 124.12에서 7월 133.41, 2022년 1월 141.91, 7월 147.66, 2023년 1월 150.84, 7월 151.30까지 올랐다. 특히 7월의 경우 경유와 레미콘, 아스콘·아스팔트 제품 등이 비용 상승에 크게 기여했다. 원자재 비용 상승이 고금리 기조 및 자금 유동성 악화와 맞물리면서 신규 건설사업 부진과 주택시장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하는 모습이다. 

연도별 7월 및 최근 6개월 간 월별 건설공사비지수 동향. ⓒ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도별 7월 및 최근 6개월 간 월별 건설공사비지수 동향. ⓒ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과도한 PF우발채무, 지방 미분양 많은 건설사 신용위험↑”


PF는 건설 산업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주요 수단이다. 미래 가치와 사업성 등 향후 가능성을 중심으로 돈을 꿔준다. 기업이 그간 보여준 시공 능력, 개발 역량 등이 훌륭해도 착공 지연, 물가 상승 등으로 돈줄이 막힐 수도 있다. 그만큼 PF는 우발채무의 가능성이 상존한다.

우발채무가 기업이 유동성, 즉 급할 때 현금을 조달할 수 있는 능력보다 더 크게 발생하면 PF는 위협요인이 된다. 신용평가업계에서는 특히, 지방의 미분양 물량이 여전히 높은 점이 주요 건설사들의의 장기적 자금 조달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봤다.

올해 7월 수도권 지역의 입주율은 82.0%를 기록한 반면, 지방 지역만 놓고 보면 70%선을 밑돈다. NICE신용평가는 “상대적으로 지방 사업장의 어려움이 심화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지방 사업장에서의 자금 선투입 또는 미회수 부담으로 건설사의 현금흐름이 저하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방 미분양 물량은 2020~2021년 부동산 시장에 호황기를 맞으며 지방 주택사업을 확대한 탓이다. 당시 저금리 기조와 부동산 규제 풍선효과에 따라 지방에 주택을 지으면 수익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지금은 고금리 상황이 지속돼 수요자가 대출 자금을 빌리기 어렵고, 수도권으로 주택시장이 쏠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일부 건설사들의 자금조달 능력이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낳는다. 지방 미분양 문제가 개선되기 어렵다는 시각이 시장을 지배하며 지방 악성 미분양으로 인한 PF우발채무 증가가 우려된다. NICE신용평가는 “2023년 2분기 이후 지방 지역의 분양 상황이 여전히 부정적인 상황임을 고려하면, 향후 재무적완충력이 취약한 가운데 PF우발채무 규모가 과도하거나 지방 사업장 비중이 높은 건설사를 중심으로 신용위험이 높아질 것”이라고 봤다.

지역별, 유형별 건설사 PF보증 구성. ⓒ 한국신용평가
지역별, 유형별 건설사 PF보증 구성. ⓒ 한국신용평가

     

‘주택 공급·PF보증 확대’ 정부 대책으로 숨통 트여


정부가 지난 26일 발표한 주택 공급 확대를 포함한 부동산 대책은 건설업계의 유동성 확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상 PF 사업장에 대해 공적 기관의 보증규모를 15조 원에서 25조 원 규모로 확대하고, 정책금융기관의 건설사 보증 매입 한도를 늘리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에 대해 한국신용평가는 ‘건설: 끝나지 않은 PF Risk, 유동성 역경에서 살아남기 (II)’ 제하의 보고서에서 정부의 유동성 공급 대책이 건설사의 단기 유동성 대응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공공택지 전매제한 완화는 중견 건설사들의 자금 확보에 도움을 줄 것이라 판단했다. 일부 중견 건설사들은 부동산 시장이 활황을 보였던 지난해 상반기 이전 공공택지를 확보하려 지출을 늘린 탓에 재무부담이 커졌다. 공공택지 매각 제한을 완화하면 중견 건설사들이 택지를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설명이다.

신규 주택 공급 확대와 공사비 증액 기준 마련도 긍정적 요인으로 꼽았다. 중장기적 주택 공급 부족 우려를 일부 완화하고, 공공주택 수주 비중이 큰 중견 이하 건설사들이 수주를 확대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얘기다. 전지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공사원가가 높아지는 현실에서 공사비를 늘리는 기준을 마련하면 건설사 수익성 개선에 기여하고 주택공급을 간접 촉진할 수 있다”고 봤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有備無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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