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가리(≒몸종) 악습’ 근절을 위해 [金亨錫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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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가리(≒몸종) 악습’ 근절을 위해 [金亨錫 시론]
  • 김형석 논설위원
  • 승인 2023.10.22 1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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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카 유용 여부보다 더 주목받은 사안”
“조명현 씨, 회견 중 간간이 내쉬던 한숨” 
“몸종 노릇 공무원들 내상 심할 수밖에” 
“옳고 그름 안 따지는 정치권 몸종도 수두룩”
“윤 대통령도 초심 잃지 않았나 반성할 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형석 논설위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배우자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제보한 조명현 씨가 지난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국감 참석 방해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조 씨는 이날 얼굴과 이름을 공개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배우자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제보한 조명현 씨가 지난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국감 참석 방해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조 씨는 이날 얼굴과 이름을 공개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부인 김혜경 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공익신고자 조명현 씨가 지난 1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기자회견 도중 간간이 한숨을 내쉬며 긴장감과 함께 분노를 억누르는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에서 국민들은 이재명 씨 부부의 법카 유용 사실 여부보다 그가 느꼈을 인간적인 모멸감에 더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일상화한 ’딱가리‘는 몸종·꼬붕의 다른 말

군(軍) 조직은 얼마 전까지 당번병 제도를 공식적으로 뒀었다. 다른 공조직이나 민간 회사의 비서와는 성격이 아주 달랐다. 모시고 있는 장군의 통상적인 개인 비서 역할과 함께 옷 구두 간식 등까지 챙기고 잡다한 사생활 보조역까지도 수시로 맡아서 했다. 군인들은 당번병을 흔히 ‘딱가리’라고 부른다. 군은 그 제도를 몇 년 전에 이른바 ‘박찬주 대장 갑질 사건’ 이후 없앴다.  

공익제보자 조 씨가 그동안 폭로해 온 내용에 따르면 이재명 경기지사 시절 조 씨를 포함한 이 지사 부하직원들이 하던 일이 군대 당번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거의 같았다. 청담동까지 가서 일제 샴푸를 사 오고 이재명 지사 특별맞춤 메뉴로 아침식사를 대령했으며 변칙 결재하는 일을 대행했다. 

조 씨는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무원이 경기도지사 부부의 사적 심부름을 전담하며 갑질을 당했고, 그 과정에서 법인카드와 공금이 유용되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고 말했다. 

이재명 부부의 법카 유용 부분에 관해서는 그동안 워낙 자주 언급돼 이제는 ‘그랬겠거니…’하며 큰 관심도 없어졌다. ‘사법부가 알아서 하겠지’라며 관심 영역의 밖으로 일단 밀어둔 상태다. 하지만 이번엔 얼굴을 드러낸 공익제보자 조 씨의 표정과 내쉬는 한숨을 통해 어엿한 공무원 신분인 그가 감내해야 했던 모욕감에 대해 더욱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이 지사 부부가) 공무원을 하인처럼 부렸다”라며 분노한 그가 공익신고자로 나섰다가 이후 할 수 있었던 일이 “야간 택배일밖에 없었으며 현재 신용불량자 상태다”라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하찮은 신분의 필자조차도 이 사회의 일원으로써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조 씨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국회 밖으로 나오자, 정진상 씨 밑에서 일하던 사람이 자신을 무서운 눈으로 한참을 노려봤다고 말했다. 여전히 많은 ‘딱가리’들이 활보하는 세상임을 실감하게 된다. 하긴 어디 그 사람뿐이랴! 진실을 밝히려는 조 씨의 국정감사 증인 참석을 온몸으로 막아낸 이들도 ‘불쌍한 딱가리’ 부류로 분류될 만하다.   

봉건영주와 가신 간 주종 관계 답습하는 한국

그 면에서만 보면 21세기 대한민국은 여전히 봉건 왕조 시대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정당 대표가 옳으냐 그르냐를 따지기보다 그의 안위를 위해 가신 격인 의원들이 온몸을 던져 방어한다. 재벌기업 총수 보호를 위해 중역들이 대신 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살이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해진다. 조폭들의 세계와 별로 다르지 않다. 
 
사실 이런 오야붕·꼬붕(우두머리·부하) 문화는 일본에서 직수입해 온 것들이 대부분이다. 우리 선조들은 옳고 그름을 분별해 임금에게 직언하는 전통을 어렵게나마 지켜왔었다. 일본인들에게서 배울 점은 배우지 않고 못 되고 고질적인 단점들만 골라서 들여왔으니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다. 

이재명 지사 부부의 사적 심부름을 할 때 그게 당연한 일인 줄로 알았다는 조 씨의 증언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왜곡된 상하관계의 실상을 반증해 준다. 

기자회견을 주선한 국민의힘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지금 우리가 공익제보자 조명현을 지켜주지 않는다면, 모든 것을 건 그의 폭로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또 어느 직장에서 어떤 국민이 제2의 피해자가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장 위원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보잘것없는 힘이지만 이렇게라도 나서서 올바른 대한민국이 되는 데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보려 이 자리에 섰다”는 조 씨의 진심 어린 말에 경의를 표한다. 

이재명 대표를 향해 “본인 잘못부터 인정하고 책임을 다해야 하는 것이 올바른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조 씨의 평범하지만, 진실에서 한 치도 어긋나지 않은 충고. 그 충고가 이 대표에게 안 먹힐지 몰라도 필자에겐 매우 인상 깊게 다가왔다. 많은 국민들에게도 매우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않았을까 싶다.  

차제에 尹 대통령과 여당도 반성할 일

윤석열 대통령은 검사 시절 국회에 나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호언장담했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으면서 또 일개 조직에 충성하지 않고, 헌법과 국가에 충성한다던 그 말. 좀 더 나아가서 진실에 충성하는 일은 당연히 사람이 갖춰야 할 최대의 덕목이다. 윤 검사의 그 말은 많은 이들로부터 공감을 샀고 어쩌면 그 말이, 그 철학이 그의 보이지 않는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이 됐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 누구의 몸종 노릇도 않는다!”

윤 대통령도 이 시점에서 자신이 그 원칙에 충실하고 있는지, 또 내각과 국민의힘 당원들이 그 원칙에 충실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잘 이끌고 있는지를 되돌아봐야 할 때다. 소통 문제와는 별개로 살펴볼 일이다. 내각과 국민의힘 당원들이 대통령의 몸종 노릇을 하고 있지나 않는지를! 

그러나 내각, 대통령실, 여당 관계자들은 윤 대통령에게 충성하려 할 뿐 국민에게 충성하려는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조그만 예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다. ‘예스맨’ 조직이 필패한다는 건 역사가 한두 번 가르쳐 준 교훈이 아니다.

김형석(金亨錫) 논설위원은…

연합뉴스 지방1부, 사회부, 경제부, 주간부, 산업부, 전국부, 뉴미디어실 기자를 지냈다. 생활경제부장, 산업부장, 논설위원, 전략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정년퇴직 후 경력으로 △2007년 말 창간한 신설 언론사 아주일보(현 아주경제) 편집총괄 전무 △광고대행사 KGT 회장 △물류회사 물류혁명 수석고문 △시설안전공단 사외이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외이사 △중앙언론사 전·현직 경제분야 논설위원 모임 ‘시장경제포럼’ 창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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