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드는 ‘차세대’ 배터리…삼원계 배터리 자리 지킬까? [배터리 춘추전국시대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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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려드는 ‘차세대’ 배터리…삼원계 배터리 자리 지킬까? [배터리 춘추전국시대④]
  • 권현정 기자
  • 승인 2023.10.26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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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FP배터리 저가 EV 잡았지만…‘중가’ EV 노린 연구개발 ‘활발’
전고체 배터리 삼원계에 적용 가능…리튬황 등 ‘차차세대’ 개발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현정 기자]

바야흐로 ‘이차전지 기준 전쟁’의 시대다. LFP 배터리부터 전고체 배터리까지, 그간 전기차 배터리의 유일한 선택지처럼 여겨져 온 삼원계 리튬이온배터리의 아성을 무너뜨리려는 시도가 여기저기서 관측된다.

그간 삼원계 리튬이온배터리 시장에 주력해 온 K-배터리 역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배터리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한 K-배터리의 경쟁력과 전망, 방향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위부터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CI. ⓒ각사
위부터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CI. ⓒ각사

국내 배터리사의 주력 제품군인 삼원계 배터리가 중저가 전기차(EV)의 등장으로 이원계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 자리를 내 줄 수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온다.

전고체, 리튬메탈, 리튬황 등 낯선 이름들도 쏟아지면서 국내 배터리사의 자리가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들린다.

업계는 영향이 일부 있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단정하기는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

중저가 EV 출시가 늘고 있지만 아직은 완성차가 소비자 수요를 검토하면서 전략을 짜고 있는 단계고, 프리미엄 차세대 배터리의 경우 아직까지는 삼원계 배터리 기반의 전고체 배터리에 시장의 관심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LFP 배터리 ‘저가’ 시장 잡고 있지만…‘중가’ 삼원계 배터리 시장 열릴 수도


26일 업계에 따르면, LFP 배터리의 점유율이 매년 확대되는 모습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승용EV 기준 LFP 점유율은 2019년 3%에서 2022년 27%로 상승했다.

LFP 배터리가 낮은 에너지 밀도 등의 단점을 일부 개선하면서, 이 같은 수요 확산세는 한동안 더 이어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LFP 배터리가 국내 배터리사의 주력 시장인 프리미엄 EV 시장까지 진출하기는 어렵다 게 업계 중론이다.

안회수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이차전지 소재 보고서를 통해 “LFP의 에너지 밀도가 올라오고 있지만, 아직 니켈 함량 80%의 (하이니켈) 삼원계 수준까지는 따라오지 못했다”며 “(하이니켈이) 고용량 프리미엄 라인에서의 지위를 지켜나갈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만일 중저가 시장이 프리미엄 시장보다 커지더라도 LFP 배터리가 유일한 선택지가 아니라면, 고객사인 완성차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완성차 업체로선 최종 고객인 소비자가 가격을 선택할지, 주행거리를 선택할지 지켜보면서 전략을 고민하는 단계라는 설명이다.

전창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LFP 배터리를 쓰면 가격을 낮출 순 있지만, 삼원계 배터리 탑재 차량보다 주행거리는 준다. (완성차가) 소비자들이 줄어든 주행거리를 어느 정도까지 용인할지를 검증하는 단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중가 배터리’ 수요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배터리 3사는 LFP와 함께 원가를 절감한 삼원계 기반 배터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2026년 저가형 EV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고 밝혔다. LFP를 포함해 망간리치, 고전압 미드니켈 니켈코발트망간(NCM) 등 중저가 배터리 3종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망간리치는 비교적 고가인 코발트, 니켈을 줄이고 망간 함량을 높인 배터리다. 고전압 미드니켈 NCM 배터리는 코발트, 니켈을 줄여 원가를 절감하면서 에너지 밀도는 하이니켈 수준으로 높인 배터리다.

앞서 삼성SDI 역시 하이망간 배터리를 개발한다고 밝힌 바 있다. SK온은 올해 코발트 프리 배터리 시제품을 선보였다.

완성차 기업들도 반응을 보이는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과 테슬라 등이 하이망간 배터리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이날 컨퍼런스콜을 통해 “다수 고객사에서 고전압 미드니켈 제품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 고객사별 맞춤 솔루션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삼원계 ‘업그레이드’ 기술…‘차차세대’ 배터리 개발도


프리미엄 EV용 고(高)에너지 밀도 배터리 시장에서도 차세대 배터리가 속속 등장하는 모습이다.

동시에 국내 배터리사가 강점을 가진 하이니켈 삼원계 배터리 자리를 위협하는 방식은 아니란 게 업계 설명이다. 삼원계 배터리에 적용할 수 있는 차세대 배터리 기술에 시장의 관심이 모여서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차세대 배터리 가운데 중점적으로 연구되고 있는 제품군은 전고체 배터리다.

전고체 배터리는 배터리 안에서 이온이 이동하는 매개인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바꿔 안전성을 높인 배터리다.

양극재를 바꾸거나 배터리 작동방식을 바꾸는 기술이 아니기 때문에 기존 삼원계 배터리에 전고체 기술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요컨대, 고체 전해질 기술을 하이니켈 배터리에 적용하면, 당초의 기술력을 활용하면서 안전성이 개선된 모델을 만들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전창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고체 배터리에도 하이니켈(기술)이 똑같이 쓰일 수 있다”며 “일부 조정이 있을 순 있겠지만 치명적인 변화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파나소닉과 토요타 등이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서 선두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연구개발 초기단계란 점도 국내 배터리 업계에는 희소식이다.

업계에 따르면, 전고체 배터리의 EV 시장 침투율은 2035년까지 15%를 초과하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현재 국내 배터리3사는 모두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나서고 있다.

SK온은 황화물계 등 2종의 전고체 배터리를 오는 2026년 시제품 생산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지난 8월엔 리튬이온 전도도를 크게 개선한 새로운 고체전해질을 개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삼성SDI는 오는 2027년까지 황화물계 배터리를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오는 2030년 황화물계 배터리를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기존 삼원계 배터리 원료(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 외의 원료를 활용하는 차차세대 배터리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오는 2027년을 목표로 리튬황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리튬황 배터리는 황탄소 복합체 양극재와 리튬메탈 음극재를 활용하는 배터리다.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에너지 밀도를 4배 이상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SDI는 리튬공기 전지 개발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리튬공기 전지는 양극재로 공기를 활용한다. 리튬이온 대비 에너지 밀도가 이론상 약 10배 향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희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산업연구팀장은 최근 ‘차세대 배터리 동향 및 전망’ 보고서에서 “(에너지 밀도를 개선한 차세대 배터리가) 상용화되려면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라면서도 “생산 공정 노하우가 많은 현재의 배터리 강자들이 차세대 배터리에서도 두각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담당업무 : 정유·화학·에너지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해파리처럼 살아도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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