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토종 OTT…최후의 ‘합병 카드’ 내세워 생존 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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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토종 OTT…최후의 ‘합병 카드’ 내세워 생존 도모
  • 편슬기 기자
  • 승인 2023.12.04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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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NM 티빙과 콘텐츠웨이브 웨이브, ‘합병’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져
국내 비롯한 해외 OTT 시장에서도 연합·합병 이어져…당분간 계속될 것
합병 이뤄진다면 콘텐츠 제작 시장에 적지 않은 악영향 미칠 것으로 예상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편슬기 기자]

토종 OTT 플랫폼 양대 산맥인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각 사 CI
토종 OTT 플랫폼 양대 산맥인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각 사 CI

몇 년 사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오던 OTT 업계가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엔데믹을 맞이하며 성장 부진의 늪에 빠졌고, 광고 요금제와 계정 공유 금지 등으로 활로를 모색하다 결국 사활의 기로에 서게 된 것이다. 

이에 국내를 비롯한 해외 OTT 시장에서는 생존을 위해 ‘연합’ 내지는 ‘합병’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꺼내 들었다. 더 이상 물러날 길이 없다는 뜻이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의 합병 보도가 난 것은 지난 7월의 일이다. 당시 각사 관계자들은 보도를 부인하는 입장을 보였으나 5개월이 지난 현재 합병을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확정 보도됐다.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의견 조율 및 기업결합 심사 등의 절차를 거쳐 마무리되면, 월간 이용자 수가 93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2위 자리를 견고히 함과 동시에 넷플릭스와의 경쟁에 더욱 불이 붙을 전망이다.

티빙과 웨이브가 국내 OTT 업계 양대 산맥이라는 것만 제외하면 합병 자체는 놀랍지 않은 일이다. 2019년 이후 우후죽순 문을 열었던 OTT 플랫폼들은 연속된 적자로 문을 닫거나 인수 합병되는 등의 유사한 길을 밟아왔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7월경 있었던 티빙과 KT seezn(시즌)의 합병이다. 채널 ENA와의 합작이었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시즌은 당시 열기를 이어 오리지널 작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인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우영우의 방영이 끝난 이후 한 달 만에 티빙과의 합병이 공식화됐다.

웨이브와 함께 국내 OTT 시장의 문을 열었던 선두주자 왓챠 또한 LG유플러스와 합병 협의가 오간 바 있으며, 애니메이션 전문 OTT 라프텔의 경우 애니플러스와 케이톤파트너스가 지분 87%를 인수했다.

업계에서 합병 및 인수 사례가 심심찮게 들려올 정도로 OTT 시장은 이미 과포화 상태였다. 이는 해외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5월 디즈니는 디즈니플러스와 디즈니 산하의 OTT 플랫폼 Hulu(훌루)의 합병을 발표했으며, 지난달에는 두바이의 OTT 플랫폼 OSN+와 음악 서비스 플랫폼 앙가미(Anghami)가 합병을 결정했다. 모두 생존을 위한 합병이자 현재 OTT 시장에서 독주체제를 달리고 있는 넷플릭스의 견제를 위한 포석인 것으로 분석된다.

애플TV+와 파라마운트+는 합병 대신 연합을 택했다. 지난 3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애플과 파라마운트가 자사의 OTT 플랫폼을 묶음 상품으로 출시하는 것에 대해 논의를 나누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OTT 간 합병은 피할 수 없는, 불가피한 흐름이라고 말하고 있다.

미디어업계 관계자는 “구독자들이 자신의 필요에 맞는 여러 개의 OTT 플랫폼을 이용하는 유연한 구독 소비 형태를 지나 단일 플랫폼만 찾게 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구독자에게 선택받는 소수 플랫폼만 살아남으며 시장이 성숙해지는 현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다만 미국 버라이어티지 등 일각에서는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플랫폼 합병은 장기적으로 콘텐츠 제작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CJ ENM은 스튜디오 드래곤과 CJ ENM 스튜디오를 통해 콘텐츠를 제작 중이며, 웨이브는 이미 공중파 방송사의 제작 시설을 활용하고 있어 두 회사 간 합병이 이뤄진다면 결국 국내 콘텐츠의 상당 부분을 한 지붕 아래에서 통제할 수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23년 4분기에 들어서며 엔터는 급락, 미디어는 급등한 모습을 보였다. 미디어 업황의 모든 지표가 지극히 최악이라는 점이 원인으로 보인다”며 “CJ ENM을 중심으로 티빙의 손실 대폭 축소 기대감과 내년에 업황이 더 악화되기 어렵다는 기저효과도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담당업무 : IT, 통신, 전기전자 / 항공, 물류를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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