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도 ‘미래형 점포’가 살 길…먹거리·체험 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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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도 ‘미래형 점포’가 살 길…먹거리·체험 늘린다
  • 안지예 기자
  • 승인 2023.12.12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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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인천점 프리미엄 식품관·신세계 경기점 생활관 리뉴얼
공간 경험 극대화한 더현대 서울, 연매출 1조 원 돌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사진1-1] 인천점 지하 1층 푸드에비뉴에 선보인 프리미엄 식료품점 레피세리
롯데백화점 인천점 지하 1층 푸드에비뉴에 선보인 프리미엄 식료품점 레피세리 ⓒ롯데쇼핑

백화점업계가 공간 리뉴얼에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백화점에서 머무는 시간을 늘리고 집객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식품관을 대대적으로 새단장하거나, 체험형 콘텐츠를 확대하는 식이다. 식사와 쇼핑, 여가 생활까지 백화점에서 한번에 즐길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대표적으로 롯데백화점은 최근 인천점 지하 1층에 프리미엄 식품관 ‘푸드 에비뉴’를 열었다. 푸드 콘텐츠, 서비스, 브랜딩, 공간 디자인까지 ‘뉴 프리미엄’(New Premium)을 지향하는 푸드 에비뉴는 롯데백화점의 미래형 식품관의 1호점이 될 예정이다.

푸드 에비뉴는 1만1500㎡(약 3500평)의 공간에 고급 식재료 매장, 유명 F&B 매장을 아우른 인천 지역 최대의 프리미엄 식품관이다. 지역 1번지 점포 위상에 걸맞게 약 2년간의 기획, 준비 과정을 거쳐 7개월간의 리뉴얼 끝에 선보이게 됐다. 

푸드 에비뉴의 첫 번째 핵심 공간은 프리미엄 식료품점인 ‘레피세리’(Lépicerie)다. 레피세리는 롯데의 ‘L’과 식료품점을 의미하는 프랑스어 ‘에피세리’(épicerie)의 합성어다. 직접 요리하는 수고를 덜고 간편하게 제대로 된 한끼의 식사를 즐기는 문화인 ‘키친 클로징’ 수요를 겨냥,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 큐레이션에 집중한다.

전 세계 2000여 종의 와인을 한 자리에 모은 와인관 ‘엘비노’(L Vino)도 선보인다. 롯데월드타워를 형상화한 엘비노의 중앙 타워에서는 유럽 전역의 와인을 맛보고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유럽의 각 지역별 600여 종의 와인을 진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와인의 향을 느껴볼 수 있는 아로마존, 시음할 수 있는 바(Bar)까지 운영된다. 이밖에 국내외 65개 유명 F&B 브랜드도 입점한다. 특히 전체 중 30% 이상인 22개 브랜드가 인천지역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매장들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기존점 리뉴얼과 신규점 출점에 총 5868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최근 리뉴얼한 점포는 경기점이다. 지난 10월 경기점에는 프리미엄 가전가구와 체험 공간을 강화한 생활 전문관이 새로 들어섰다.

이번 리뉴얼로 경기점 6층 생활관은 기존의 1.6배 수준인 1418평(4680㎡)으로 넓어져 더욱 쾌적한 쇼핑이 가능해졌고, 브랜드도 47개에서 75개로 훨씬 다양해졌다. 그동안 백화점에서 만나볼 수 없던 새롭고 트렌디한 브랜드를 선보이며 VIP 고객뿐 아니라 MZ세대와 예비 부부들까지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오디오·피트니스는 체험 공간에 중점을 뒀다.

더현대 서울 사운즈포레스트 전경
더현대 서울 사운즈포레스트 전경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서울’ 성공에 힘입어 복합쇼핑몰 점포 확장에 더욱 힘을 줄 전망이다. 더현대 서울은 오픈 2년 9개월 만에 연매출 1조 원을 돌파했다. 이는 국내 백화점 중 최단 기록이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더현대 서울의 올해 누적 매출(1월 1일~12월 2일)은 1조41억 원으로, 지난 2021년 2월 26일 오픈 후 33개월 만에 ‘연매출 1조 원 점포’로 등극했다.

더현대 서울은 뉴노멀 시대를 맞아 오프라인 리테일은 물건만 사서 나가는 목적형 소비 공간과 달라야 한다는 판단 아래, 전체 영업 면적(8만9100㎡)의 절반을 실내 조경이나 고객 휴식 공간으로 꾸미고 자연 채광이 들어오는 천정 설계 등 기존에 없던 ‘리테일 테라피’(쇼핑을 통한 힐링) 공간을 구현했다. 때문에 휴식을 즐기며 오래 머물고 싶은 ‘몰링형’(Malling) 수요가 집중됐고, 젊은 고객층에게 ‘인스타그래머블’한 장소로 인식돼 MZ세대 집객에도 성공했다.

정지영 현대백화점 사장은 “더현대 서울은 단순 쇼핑 공간에 머물던 백화점에 대한 인식을 깨고 ‘오프라인의 재발견’, ‘공간 경험의 가치 극대화’ 등 리테일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대한민국 대표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며 “글로벌 수준의 MD 역량과 더현대 서울에서만 만날 수 있는 K패션 브랜드 등 참신한 콘텐츠 발굴 노력, 이에 따른 객단가 상승 등이 최단기간 1조 원 돌파 기록에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오프라인 유통업계에서 매장 리뉴얼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실제 백화점뿐만 아니라 대형마트 역시 공간 콘텐츠를 강화한 ‘미래형 매장’을 속속 늘리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불가능한 경험을 제공해 집객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소비자들이 단순히 상품만을 구매하는 공간이 아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고객의 시간을 점유하겠다는 계산이다.

백화점의 경우 최근 명품 판매가 다소 주춤하면서 또 다른 생존 전략으로 공간 리뉴얼을 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서 코로나19 팬데믹 속 백화점 명품 부문은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엔데믹 전환과 함께 고금리·고물가 현상이 지속되고, 명품 대신 해외여행으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가 늘면서 명품 매출이 꺾인 상황이다.

실제 올해 1분기 백화점 3사의 명품 매출은 8년 만에 뒷걸음질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통계청에 따르면, 올 1분기 롯데쇼핑·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의 전년 동기 대비 해외유명브랜드(명품) 매출은 0.6% 감소했다. 2015년 1분기 이후 8년 만의 역성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명품 중심으로 생존하던 백화점이 이제는 위기 속에서 다양한 즐길 거리를 갖춘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면서 “현재도 주요 백화점 리뉴얼이 진행 중인 만큼 실적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유통전반, 백화점, 식음료, 주류, 소셜커머스 등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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