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독도’ 지도 안쓰는 롤스로이스…3년간 변한게 없네요 [까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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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독도’ 지도 안쓰는 롤스로이스…3년간 변한게 없네요 [까칠뉴스]
  • 장대한 기자
  • 승인 2024.02.29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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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팔리는 고가 수입차, 왜 이러나…‘무성의’한 현지화
홈페이지에 동해→일본해, 독도→리앙쿠르 암초 표기
3년 전 지적에도 아랑곳…한국 고객 사랑이 禍 불렀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고가 수입차 브랜드의 앞뒤 다른 태도가 올해도 여전한 모습입니다. 충분한 구매력과 잠재력을 갖춘 한국 시장을 앞에선 글로벌 핵심 시장이라 추켜 세우면서도, 정작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귀닫고 모르는 척 ‘어벌쩡’ 넘어가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무슨 얘기냐고요. 본지는 삼일절 국경일을 하루 앞두고, 시계 바늘을 3년 전인 2021년 광복절로 돌려봤습니다. 당시 광복절을 앞두고 고가 수입차 브랜드들이 공식사이트 상에서 사용하는 지도들의 문제점(관련기사 : 정신 못차리는 고가 수입차…광복절 앞두고 버젓이 ‘일본해·리앙쿠르 암초’ 표기)을 짚어낸 바 있죠. 동해를 '일본해'로, 독도를 '리앙쿠르 암초'로 표기한 오류들을 널리 알려 바로잡고자 한 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2024년 지금까지도 수입차 공식 홈페이지 지도 상의 동해와 독도 명칭 문제는 고쳐지지 않고 있네요. 해외 브랜드 입장에선 이게 무슨 대수로운 문제냐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일제강점기라는 아픈 역사를 가진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이는 결코 좌시할 수 없는 문제로 받아들여집니다.

롤스로이스 서울 공식 홈페이지에선 동해를 '일본해'로, 독도는 '리앙쿠르 암초'로 표기한 지도가 버젓이 사용 중이다. ⓒ 롤스로이스 서울 홈페이지 갈무리

특히 동해와 독도의 명칭 문제는 한일 양국간 정치·경제적 문제로도 연결될 수 있어 더욱 민감합니다. 때문에 정부는 동해의 경우 '동해·일본해' 병기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한국 영토임에도 영유권 분쟁을 겪는 독도의 경우엔 사실상 '독도'로만 표기돼야 하는게 맞는데요. 

그렇다면 해당 문제에 대해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 '용감한(?)' 수입차 브랜드는 어디일까요. 네. 찐부자들만 탈 수 있다는 명차 '롤스로이스'(수입사 BMW그룹코리아)입니다.

롤스로이스는 롤스로이스 서울 공식 홈페이지 상의 쇼룸 위치 안내 지도에 동해를 '일본해'로 우선 표기하고 있습니다. 지도 확대 버튼을 누르면 그나마 '일본해(동해)'로 함께 나옵니다. 지도 데이터는 구글 것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독도 표기입니다. 독도는 아예 '리앙쿠르 암초'로만 뜹니다. 

한국에서 사업하는 외국 브랜드가 이러한 민감한 사안을 고려 안한다면, 소비자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이미 지적도 받은 사안인데 말이죠. 자신들 스스로 럭셔리, 최상위 브랜드라 자부하려면 그에 준하는 현지화 노력이 필수 아닌가요. 반대로 우리나라 브랜드들이 해외 시장에 나가 이렇게 콧대 높은 태도를 취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벤틀리 서울은 네이버 지도를 사용, 3년 전 지적받았던 명칭 문제를 해소했다. ⓒ 벤틀리 서울 홈페이지 갈무리

물론 고무적인 변화점도 존재합니다. 벤틀리와 람보르기니의 '개과천선' 사례입니다. 3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롤스로이스와 함께 지적당하던 처지였지만, 이젠 다릅니다. 벤틀리는 가장 먼저 벤틀리 서울 공식 홈페이지에 네이버 지도를 도입해 해당 논란에서 자유로워졌습니다. 동해와 독도 모두 바른 표기가 이뤄져 있음을 알 수 있네요.

람보르기니는 구글과 티맵모빌리티가 제공하는 지도 데이터에 아예 동해와 독도를 표기하지 않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지도 상에는 독도 섬 자체도 생략됐습니다. 이러나 저러나 문제일 바에 아예 지워버리는 선택을 내린 것으로 보여지네요. 두 곳 모두 수입사가 폭스바겐그룹코리아라는 점을 상기하면 해당 현지화 노력에 박수를 보낼 만 합니다.

한국 고객들에게 제공되는 지도 상 명칭 문제는 이처럼 최소한의 성의와 노력만 있어도 충분히 해결될 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입니다. 지도 데이터를 현지 사정에 맞출 수 있는 네이버나 카카오, 티맵 모빌리티 등의 사업자에게 맡기면 되는 것이지요.

그럼에도 롤스로이스처럼 고치지 않는 곳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한국 고객들의 무조건적 사랑이 이들의 버릇을 망쳐놓은 걸까요. 실제로 롤스로이스는 한국시장에서 승승장구하며 지난해 17.9%의 성장률, 276대의 판매고를 올렸습니다. 대당 수억 원을 호가는 럭셔리카 시장에선 괄목할 만한 성과입니다.  

롤스로이스를 구매할 수 있는 재력을 갖춘 고객들이 한 번만 잘 살펴봐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잠재고객인 부자들이 아닌 이들의 지적에는 힘이 실릴 수 없을테니까요. 더불어 이 기사가 불편했을 누군가에게 기자의 문제 제기가 쓸데없는 짓 또는 '자격지심'이라 폄훼당하지 않길 바라봅니다.

담당업무 : 자동차, 항공, 철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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