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한성자동차, “못 살겠다”는 직원들 [까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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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는’ 한성자동차, “못 살겠다”는 직원들 [까칠뉴스]
  • 장대한 기자
  • 승인 2023.08.14 15:4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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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 한성자동차…근로자는 월 300만 원도 못 받아 울분
노조 투쟁 두 차례 후에야 임금협상 간극 좁혀져…“노사 세부 내용 조율 중”
‘첫 파업’ 집단 행동으로 드러난 근로자 처우…발전 위한 예방주사 삼아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노조 파업이 진행된 지난달 26일 한성자동차 성수 서비스센터 내 전경. ⓒ 전국금속노조 케이카지회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영업손실을 입은 회사가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도 눈부신 성장을 이뤘습니다. 나아가 한 해 전인 2022년엔 3조6000억 원의 매출과 850억 원의 영업이익 등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기까지 했습니다.

수입차 시장 NO.1 브랜드 벤츠의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이야기입니다. 국내에선 벤츠의 역사가 곧 한성자동차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벤츠 코리아 출범 전부터 국내에서 벤츠 차량 판매 사업을 전담하며 성장세를 이끌어왔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도 코로나 위기 극복에 성공하며 승승장구하는 모습입니다. 

소위 잘 나가는 기업인지라, 그에 걸맞는 사회적 책임감도 발휘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2012년부터 미술영재 장학사업인 ‘드림그림’을 운영, 매년 장학생들을 선발해 교육 및 재정 지원을 해오고 있습니다. 이 같은 노력은 메세나 문체부 장관상, 서울시 사회공헌 대상 등의 결과로 이어지며, 성과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수입차 업계 장수 CEO로 꼽히는 울프 아우스프룽 한성자동차 대표가 부임한 직후부터 줄곧 이어진 활동이란 점도 의미를 더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회사가 경영·사회적 성과에 도취해 가장 중요한 걸 놓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듭니다. 최근 수면 위로 급부상한 노사 갈등이 그렇습니다. 참을 만큼 참아 온 한성자동차 근로자들은 제대로 된 대우를 해달라며 일성을 내고 있습니다. 10년을 일해도 300만 원 넘기 힘든 월급 수준과 강제 야근 등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빗발칩니다.

노조는 지난달 26일 서울 성수 서비스센터와 지난 2일 인천 서비스센터에서 처우 개선 요구 집회를 갖고, 파업 투쟁을 벌였습니다. 노조원들이 내건 플래카드 문구만 봐도 상황이 짐작됩니다. '사장 월세 4500만 원, 직원 월급 꼴랑 200만 원', '고객님 죄송합니다. 이 월급으론 못 살아요', '야근은 강제가 아니다' 등의 표어들에서 근로자들의 울분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실제로 11년을 한성자동차에서 일했다는 한 노조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월 실수령 급여가 300만 원을 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일부 언론에서 제기한 한성 직원들 평균 연봉이 8000만 원이 넘는다는 지적에 대해선 아예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자신 주변에 실제로 그렇게 많이 받는 직원은 단 한 명도 없고, 높은 연봉을 받는 임원들로 인해 평균치가 가파르게 오르는 '평균의 함정'일 뿐이라는 설명입니다.

한성자동차 노조가 파업에 나선 건 1985년 회사 설립 이후 처음이라, 예삿일로 넘기긴 어려워 보입니다. 고객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는 불편도 무시할 수 없구요. 단체 행동이 이뤄졌던 당시엔 서비스센터 이용과 예약 접수가 어려웠고, 현재도 완전 정상화됐다고는 보기 어려운 상황으로 전해집니다. 차량을 입고해도 기존 대비 출고 기일이 미뤄질 수 밖에 없는 것이죠.

물론 희소식도 전해집니다.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임금협상 관련 사측의 강경했던 태도는 노조의 집단 행동 이후 어느 정도 누그러졌다고 합니다. 이달 2일 집회 이후엔 추가 파업 없이 노사 교섭이 이뤄지고 있고, 입장차도 제법 좁혀졌다는 전언입니다. 세부적인 교섭 항목들은 아직 조율 중이라 구체적으로 밝히긴 어렵다는 입장도 추가로 들려왔습니다.

그래도 쓴소리는 해야겠습니다. 인적 자원 관리 실패로 인해 공든 탑이 무너지는 건 한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업계 최고의 전문인력을 보유했다는 자부심을 지닌 한성자동차의 경우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딜러들의, 테크니션들의 구슬땀과 기름묻은 손으로 일궈진 회사라면, 그 기름묻은 손을 피할 게 아니라 꽉 잡아줘야 맞지 않을까 싶네요.

회사는 언제든 모자란 인력은 채우면 되고, 해오던 대로만 하면 사업이 유지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신들이 속한 브랜드에 충성심과 자부심을 가질 수 없는 또는 가지지 못 한 직원들이 과연 고객들에게도 최상의 서비스와 기업 정신을 전달할 수 있을까요? 

이번 노사갈등을 따끔한 예방주사로 삼아, 한성자동차가 직원 처우에 보다 신경을 쓰는 회사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무리한 요구가 아닌 생존권을 위한 목소리라면 더욱 그렇구요. 갈등을 잘 매듭지어 특정 임원들과 화교 주주에게 대부분의 수익과 배당금이 돌아간다는 오명에서도 벗어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담당업무 : 자동차, 항공, 철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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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2023-10-18 23:44:30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