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총질 하지 말라’는 이상한 말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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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총질 하지 말라’는 이상한 말 [기자수첩]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4.03.14 1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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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견제·비판하는 야당 의원이 ‘내부총질’ 말라는 건 모순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연합뉴스

요즘 여의도는 ‘공천’으로 떠들썩하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의 잡음이 심하다. 친명(親明·친이재명)과 비명(非明·비이재명)의 갈등 탓이다.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당을 재편하려는 친명의 노력은 ‘친명횡재 비명횡사’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을 정도다.

민주당 공천에 대해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다. 누군가 지적했듯, 공천을 통한 ‘주류 교체’는 항상 있던 일이다. 이번이 특별한 게 아니다. 금태섭 개혁신당 최고위원도 말했다. “친문(親文·친문재인)도 권력을 쥐고 있을 때 똑같은 일을 벌였다”고.

다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있다. 비명을 배제하는 명분이다. 비명 지역구를 ‘침공’한 친명 후보들은 하나같이 ‘내부총질’을 이유로 내세웠다. 당을 비판하는 의원들을 탈락시키고 ‘우리 편’으로 모든 자리를 채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비민주적인 얘기다. 민주정당에서 모든 구성원의 견해가 일치되기는 불가능하다. 목표는 같아도 방법론은 다를 수 있다. 이런 이견(異見)을 대화와 토론으로 절충하는 게 건강한 정당이다. 생각이 다르니 쫓아내자는 건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이다.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다. 범위를 당에서 국가로 넓혀보자. 야당은 무슨 일을 하나. 정부여당을 견제하고 비판한다. ‘쓴 소리’도 한다. 친명의 규정대로라면 야당은 대한민국이라는 하나의 공동체에서 ‘내부총질’을 하는 정당이 된다.

친명의 말대로라면 정부를 비판하는 야당은 대한민국에 존재해선 안 된다. 위험성만 따지면 오히려 ‘당 내의 적’보다 ‘국가 내의 적’이 더 위험하지 않나. 윤석열 정부와 맞서 싸우겠다는 야당 정치인이 ‘내부총질’을 비판하는 건 그 자체로 모순이다.

민주국가에서 야당이 정부를 비판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국가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정당도 마찬가지다. 민주정당이라면 개별 의원이나 특정 세력이 지도부를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집단지성이 생기고, 정당도 발전한다.

하지만 민주당에선 전혀 다른 일이 일어나고 있다. 당명엔 민주(民主)가 들어가 있지만 정작 내부에선 전체주의적 논리가 횡행한다. 비판이 죄악시되고, 견해가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축출 대상이 된다. 다른 목소리 자체가 용납되지 않는 분위기다.

지금 민주당의 문제는 ‘이재명 사당화’가 아니다. 주류 교체 과정에서 민주정당으로서의 기본을 잊어가고 있다는 데 있다. 집단 내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면 안 된다는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을 체화한 사람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다는 데 있다.

집단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이견은 내비치지 말라는 것. 군사독재시절 많이 듣던 얘기 아닌가. 적어도 ‘민주당(民主黨)’이라면, 당을 비판한 게 공천 배제 사유가 돼선 안 되지 않나. 최소한 공개적으로 그렇게 말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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