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투자자 아닌 가입자”…홍콩ELS 피해자들의 절규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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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투자자 아닌 가입자”…홍콩ELS 피해자들의 절규 [현장에서]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4.03.15 14: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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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배상기준안 불만…차감요소 불합리 성토
"재가입 횟수따라 차감?…직원 시키는대로 했는데”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15일 집회 시작을 앞두고 서대문 농협은행 본점에 모인 홍콩ELS 피해자 모임 집회 참석자들이 머리띠와 피켓을 받고 있다. ⓒ시사오늘 고수현 기자

최근 금융감독 당국이 홍콩ELS 투자 피해 배상기준안을 마련했지만 홍콩ELS 피해자 모임은 15일 세번째 집회를 갖고 금융당국과 금융기관들을 강하게 성토했다. 이날 집회는 앞서 2차례 집회가 금융감독원(여의도) 앞에서 이뤄진 것과 달리 농협은행 본점 앞에서 대규모로 진행됐다.

집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집회 신고인원은 2000명에 달했다. 실제로 현장에는 수백명이 넘는 인원이 모였고 지역별로 조직화된 모습도 보였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홍콩ELS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성토와 절규로 가득찼다. 특히 금감원이 마련한 배상기준안과 관련해 의견을 묻자 은행권 책임을 축소하려는 꼼수로 보인다는 질타가 쏟아져 나왔다. 

강원도에서 왔다는 70대 피해자 A씨는 “‘원금 손실은 절대 없다’는 은행말만 믿고 직원이 시키는대로 서류를 작성했다”며 “가입이후 6개월만에 돈이 상환되고 1년여만에 또 나오는 등 미심쩍어 (노후자금에 쓰려고 하는건데) 안전한 상품이 맞냐고 재차 물어보니 틀림없다고 해서 형식적인 확인만 거친뒤 재가입 서류에 서명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피해자는 농협은행을 통해 홍콩ELS 상품(3억원)에 가입했다.

그는 “차등으로 100%까지도 한다는데 농협에서 그걸 듣겠냐”며 “이건 법적으로 가선 안되고 결국 대법원까지 가야 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재가입 권유의 의미를 몰랐을뿐더러 그저 직원이 안전하다고 강조한 말만 믿고 서류작성에 응했다고 강조했다.

 

집회 참석자들이 농협은행 앞에 서서 손실원금 100% 보상을 촉구하고 있다. ⓒ시사오늘 고수현 기자

또다른 피해자 B(82)씨는 “제2금융권보다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1금융권을 믿었는데, 믿음을 이렇게 배신할 수 있냐”며 격앙된 목소리로 인터뷰에 응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B씨는 농협은행과 국민은행을 통해 ELS에 가입했으며 아내와 가족 합쳐 총가입규모가 2억원을 넘었다. 그는 “(홍콩ELS 불완전판매)는 완전 사기”라며 “어떻게 20%니, 40%니 하는 식으로 계산을 할 수 있느냐. 사기니 투자손실금 배상이 100%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콩ELS 집회현장에서 만난 피해자들은 투자자가 아닌 가입자라고 명시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고위험상품에 투자한 ‘투자자’가 아니라 예금처럼 안전하다는 말을 믿은 ‘가입자’라는 의미다. 특히 금융당국이 이번 홍콩ELS 사태를 투자로 보고 투자자 차감요소를 둔 것에 강한 반감을 표했다.  

집회 시작전 농협은행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사기판매자를 옹호했다는 주장이다.

집회 관계자 C씨는 지난 14일 농협은행 모 지점을 방문해 판매자의 파생상품 자격증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지점쪽이 경찰을 불러 막았다고 주장했다. 집회측은 C씨를 단상 위로 불러 관련 증언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C씨는 “투자권유자문인력 자격증과 보수교육 이수없이 ELS 상품을 판매하는 건 불법”이라며 “이를 확인하기 위해 모지점 D직원의 자격증과 보수교육 날짜를 피해자들에게 보여달라고 하자 농협은행이 경찰과 변호사를 불렀다”면서 “자격증을 보여주는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냐. 보수교육 미이수라는 글자를 똑똑히 보았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해당 내용은 다른 농협 직원을 통해 이미 확인하고 알고 있었던 사실”이라며 “D직원은 불법 판매자이고 이를 감춰준 농협은행은 사기집단”이라고 외쳤다.

피해자모임 길성주 위원장도 “홍콩ELS 손실원금 전액을 보상해야 한다”며 “고객 상대로 사기를 친 금융사들은 머리 숙여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카드 담당)
좌우명 : 기자가 똑똑해지면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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