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청부살인,학생이 나섰다③>왜 그녀들은 ´광고´를 내게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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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생 청부살인,학생이 나섰다③>왜 그녀들은 ´광고´를 내게 됐나?
  • 김병묵 인턴기자
  • 승인 2013.06.18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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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운영자, ˝국민들이 보고 있음을 그들에게 알려야 한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인턴기자)

인터뷰를 정중히 사양한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1차 모금 운동에 대해 듣고자 이틀에 걸쳐 직접 이화여대를 찾았지만 주도한 학생을 만나볼 수는 없었다. 캠퍼스의 학생들은 학교의 분위기가 조금 예민한 상태라고 했다. 1차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학생이나 학교의 학과 사무실 등으로 괴전화가 걸려오는 등 신변이 우려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의로운 일에도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현실이 입맛을 쓰게 한다. 다행히 2차 프로젝트의 운영자와는 어렵사리 익명을 전제로 짧게나마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 6월3일 한겨레신문에 실린 광고 ⓒ인터넷 커뮤니티

Q.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됐는지

A.‘그것이 알고 싶다-사모님의 이상한 외출’편을 보고 고(故) 하지혜 선배님 사건을 알게 됐습니다. 돈이 곧 권력이 돼 죄가 있어도 처벌받지 않는‘유전무죄 무전유죄’인 이 나라에 깊은 실망감을 느꼈고요. 또한 사건의 희생자가 동문 선배님이라는 것을 듣고 그동안 이 사건을 모르고 살았다는 것이, 유가족 분들께 죄송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저처럼 사건의 존재를 뒤늦게 알게 된 사람들이 많았는지 ‘그것이 알고 싶다’ 방영 이후 사건과 관련된 기업의 주가가 떨어지는 등의 반응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의 관심에서 쉽게 멀어지며 다시 주가가 오르는 모습을 보였지요.

이를 안타깝게 여기던 도중에, 이화여대 동문 커뮤니티 ‘이화이언’에서 광고모금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대 동문들끼리 진행한 신문광고의 여세를 몰아 일반인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사회적으로 더 큰 반향을 일으키고자 저희들이 2차 프로젝트를 계획하게 된 것이죠.

Q. 그간의 활동에 대해 간략히 듣고 싶습니다.

A. 1차 광고모금 프로젝트는 이화여대의 동문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동문들끼리 모금한 프로젝트였어요. 2차 프로젝트는 저를 포함한 이화인들이 <유캔펀딩>이라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이용한 대국민 광고 프로젝트고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사용하게 된 건 모금 진행을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어요. 저와 제 친구 모두 아직 학생 신분이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계좌를 열어 모금을 진행하기에는 무리가 있고, 사건을 널리 알리고자 하는 소기의 목적도 달성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에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의 힘을 빌리게 됐습니다.

프로젝트의 목적은 1차 프로젝트인 신문광고의 여세를 몰아 이화 밖의 사람들도 동참하게끔 이끌어 사회적으로 더 큰 반향을 일으키고 더 이상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국민적인 여론을 조성하는 데 있습니다.

이를 위해 목표금액이 달성되면 버스나 지하철에 광고를 싣기로 했습니다. 목표금액보다 초과 달성될 경우를 위한 추가적인 목표도 세워 두었고요. 프로젝트가 시작된 지 하루 만에 천만 원이라는 목표금액이 모두 모였고, 추가 목표의 달성을 위해 6월 30일까지 모금을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사실 사법부등 공권력에서 잘 했으면 될 일을 지금 대신하고 계신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A. 공권력이 할 일을 대신하고 있다기보다는 그들이 할 일을 제대로 하도록 ‘감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죄를 지은 자가 제대로 된 처벌을 받게끔 하는 것이 그들의 일인데, 그들의 죄를 오히려 덮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서 화가 치밀어 오르더라고요.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음을 그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Q. 시민들로부터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하셨던 부분인지.

A. 사실 이렇게까지 많은 관심을 주실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어요. 동문들끼리 진행한 1차 신문광고 프로젝트는 사건의 희생자가 동문 선배님이었기 때문에 큰 관심을 받았던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더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일반인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2차 프로젝트는 1차 프로젝트만큼 기대하지 않았고, 어쩌면 실패할 수도 있다고 봤어요. 1차만큼의 호응을 받지 못할 것이며, 어쩌면 실패할 수도 있다고 봤습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어떤 사건에 대해 반짝 관심을 보였다가 금세 사그라지는 경우를 많이 봐왔기 때문에 더욱 그랬고요.

하지만 성패 여부를 떠나 많은 분들에게 사건을 알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 프로젝트를 그대로 진행하게 됐어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프로젝트를 응원해주셔서 순식간에 목표금액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 분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Q. 이번 광고를 통해서 최종적으로 기대하시는 바는 무엇인지.

A. 앞서 말씀드렸듯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1차 프로젝트인 신문광고의 여세를 몰아 이화 밖의 사람들도 동참하게끔 이끌고, 사회적으로 더 큰 반향을 일으켜서 더 이상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국민적인 여론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돈이면 뭐든 할수 있다고 믿는 일부 몰상식한 사람들과 돈으로 죄를 덮어주는 공권력에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고, 이런 대한민국의 현실을 스스로 부끄럽게 여기는 자성의 움직임이 일어났으면 합니다.

Q. 다시는 이런 부조리한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화해야 한다고 보시는지 한 말씀.

A.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는 현실을 스스로 부끄럽게 여기는 분위기가 대한민국에 뿌리내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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