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돌아온다②>10월 재보선, 왜 거물들의 귀환을 기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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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돌아온다②>10월 재보선, 왜 거물들의 귀환을 기다리나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3.09.15 0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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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정비·경색된 정국 돌파 기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피곤하다. 여야의 쉴 틈 없는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회도, 국민들도 지쳐 간다. 소위 ‘정치적 피로감’이 쌓여만 가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정쟁(政爭)이 불붙는다. 길고 긴 소모전을 끝낼 탈출구가 필요하다. 다가오는 10월 30일 치러질 재 ? 보궐 선거는 그런 의미에서 얽히고설킨 정국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

노련한 리더, 혹은 조율자가 필요하다

여야가 극한 대치로 치닫고 있는 이유들 중 하나로 ‘양당 간, 혹은 당내 계파 간 의견을 조정해 줄 인물의 부재’를 꼽을 수 있다. 여야가 자신들의 목소리만 내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고, 서로를 향해 터트리는 폭로전의 포연(砲煙)만이 자욱하다. 정리가 안 된 집안은 판을 더 정신없게 만든다. 이를 해결해 줄 ‘거물급’인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 노태우 전 대통령(왼쪽)과 김영삼 전 대통령(오른쪽)의 캐리커처 ⓒ뉴시스

과거에도 정치권의 극한 대립은 종종 있어왔다. 1990년에 일어났던 이른바 ‘내각제 파동’도 그 한 예다. 김영삼-노태우-김종필 3인이 작성한 내각제 합의 문서가 유출된 것이다. 이로 인해 당시 노태우 대통령과 여당 총재 김영삼의 갈등은 끝으로 치달아 분당(分黨)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그 위기를 봉합한 것은 당시 원내총무를 맡고 있던 거물인사 김윤환이었다. 김윤환은 노태우와 김영삼을 번갈아 설득하며 둘 사이를 조율, 결국 정국을 안정시켰고 김영삼은 다음 대선에서 승리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장은 9월 11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자칫하면 공멸이 일어나 차기 정권을 잡는 것은 요원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당내의 온건파를 이끌던 김윤환 의원이 '다음엔 YS밖에 없다'고 강경파를 설득하는데 성공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번에도 당 지도부를 도와 노련하게 정국을 이끌거나, 세련된 조율을 행할 수 있는 인물. 세간에서 그런 인물이라 평가받고 있는 몇몇 핵심 인사의 국회 복귀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번 10월 재보선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 김무성 의원과 대화를 나누는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 ⓒ뉴시스

새누리당, 멀리 가려면 신발끈부터 단단히

새누리당은 이번에 재보선 지역이 줄어들면서 한숨을 돌렸다. 정국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지금, 변수는 적을수록 좋다. 그러나 이번 재보선이 내년 벌어질 2014 지방선거의 전초전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번에 어떤 인물이 돌아오느냐에 따라서 당내의 역학 구도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친박계의 원로 서청원이 움직일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무려 6선의 경력이다. 심상찮은 기도를 내뿜는 그의 귀환은 지금 당내에서 독주 중인 ‘형님’ 김무성 의원에 대한 견제가로 작용할 것이라는 평이 있다. 지금 새누리당내 일각에선 김 의원에게 쏠려있는 권력 구도를 놓고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김 의원의 리더십에 대한 물음표가 붙는 시점에 서 전 대표가 귀환할 경우 당내의 권력 지도는 한바탕 요동치게 된다.

하지만 세간의 평과 달리, 서 의원의 복귀가 김 의원의 대권가도에는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서 전 대표의 이번 재보선 도전의 가장 큰 목표는 큰 권력을 다시 잡으려는 것이 아닌 본인의 명예를 회복하는 것이다. 정치적 욕심을 내려놓은 서 전 대표는 같은 정치적 뿌리를 가진 김 의원에게 견제보다 오히려 지지를 통해 힘을 실어 줄 수 있다. 당내에서 조율자 역할을 하며 일각의 불만도 잠재우고 청와대와의 관계도 보다 개선할 수 있는 이가 바로 서 전 대표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서 전 대표와 김 의원은 함께 'YS 대통령 만들기'에 나섰던 인물"이라며 "게다가 서 대표의 성품이 원래 소탈해 아마도 김 의원과의 충돌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새누리당은 지방선거를 비롯해 벌써 다음 대선까지 멀리 보고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다. 거대 여당이니만큼 정국을 주도해 나가기 위해선 당내의 정비가 필수적이다. 야당과 정부를 잘 조율해 가며 당을 이끌 인사가 필요한 시점에 10월 재보선을 통한 서 전 대표의 복귀설은 희소식이 될 수도 있다.

임태희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복귀도 유력하다. 서 전 대표가 친박계의 원로라면 임 전 실장은 친이계 인사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가 복귀할 경우, 새누리당이 원하는 가장 이상적인 구도는 그가 친박-친이계의 조율자 역할을 자임하며 당을 보다 단단하게 만드는 것일 터다. 친박과 친이계가 하나로 뭉치는 것은 앞으로의 장정에 앞서 새누리당이 신발끈을 단단히 죄는 것과 같다. 임 전 실장은 현재 경기도 수원을과 평택을에서 출마설이 흘러나오는 중이다. 출마는 사실상 결정됐고 두 지역을 놓고 저울질 중이라는 소문도 있다.

민주당, 백전노장을 향한 러브콜

민주당은 생각이 많다. 수도권에서의 싸움은 앞으로 새누리당과의 정국 주도권에 영향이 클 것이고, 호남에서는 안철수 의원 측의 도전을 방어해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안 의원 측의 이번 10월 재보선 목표는 옅어진 존재감을 드러내고 정치세력화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호남을 적극 공략할 것으로 보여, 민주당은 안 의원 측과의 일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당의 상황이 이렇듯 어려운 가운데 민주당 최대의 관심사는 손학규 상임고문의 출마 여부다. 경기지사를 지내고 의원을 지낸 손 고문은 경기남부에서 탄탄한 지지를 받는 이른바 ‘대선 후보급’ 거인이다. 손 고문 측에서는 “이미 불출마를 결심했다.”며 재보선 출마를 강력히 부인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출마설이 돌고 있는 것은 지금 민주당이 처한 상황에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김한길 체제는 친노 · 비노 갈등 봉합에 사실상 실패한 모양새다. NLL정국과 국정조사라는 난전을 지나오며 단합된 모습보다 분열의 이미지를 더 많이 드러냈다. 지난 7월 조경태 의원이 문재인 의원을 향한 날선 비판을 한 것이 단적인 예. 최근 문 의원이 김 대표가 머무는 장외투쟁장을 찾는 등 손을 잡은 것처럼 보이지만,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위태로워 보인다. 

▲ 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왼쪽)과 정동영 상임고문(오른쪽) ⓒ뉴시스

이를 한데 단단히 뭉칠 백전노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파행을 거듭하는 국회에서 여당과의 의견 조율도 시급하다. 그 적임자로 지목되고 있는 이가 손학규 상임고문이다.

전주 완산을에서는 정동영 상임고문을 설득 중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민주당과 안철수 진영이 맞붙게 된다면 그 첫 전장은 전주 완산을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기 때문이다. 정 고문의 정치적 고향이라 할 수 있는 전주에서 그가 나서는 것은 호남지역의 최전선을 사수하겠다는 의지로 비춰질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정 고문은 출마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 고문과 정 고문이 모두 고사할 경우 민주당의 고민은 깊어질 공산이 크다. 지금 민주당은 당을 한데 아우르고 정국을 돌파할 노련한 리더가 절실할 뿐더러, 참신한 인물을 급히 구하는 것도 어려운 시점이다. 장고 끝에 민주당에서 10월 재보선에 출전시킬 이는 과연 누구일까가 이목을 끈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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