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동행①>상도동계와 동교동계, ´동행´시작
스크롤 이동 상태바
<국민동행①>상도동계와 동교동계, ´동행´시작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3.11.22 15: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주화 원로들이 일어선다…新386? 야권엔 우리가 있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거센 풍랑이다. 국정원 대선개입, NLL대화록 파문, 통진당 내란음모 의혹 등 쉴 틈 없이 몰아치는 파도에 야권의 배들은 이리저리 흔들리는 중이다. 배마다 이름난 선장들이 있지만, 쉽사리 힘을 모으지 못하고 있다. 그러자 경험 많고 노련한 항해사들이 갑판 위로 올라왔다. 17일 출범한 ‘민주와 평화를 위한 국민동행’이 그들이다. 범야권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국민동행’을 <시사오늘>에서 집중 조명했다.

▲ 국민동행 창립대회장의 김덕룡, 권노갑 공동대표와 야권의 주요인사들 ⓒ뉴시스

“국가를 위한 마지막 봉사”

‘민주와 평화를 위한 국민동행’(이하 국민동행)의 출발은 지난봄 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대선은 끝났지만 정치계는 혼란스러웠다.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의혹이 불거지는가 하면 박근혜 정부의 일방적 인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에서는 NLL대화록 사건이 터지며 정쟁에 불이 붙었다.

그러자 정치 원로들 사이에서 어지러운 정국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각계각층에서 산발적이던 토론모임은 점점 하나로 합쳐졌다. 정부와 여당을 규탄하는 야권 성향의 시민단체나 인사들도 모여들었다. 그렇게 모여든 이들은 정치단체는 아니지만 정치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모임을 발족하기로 한다. 그것이 ‘국민동행’이다.

‘국민동행’의 한 관계자는 “처음부터 어떤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결성된 단체가 아니다”라며“그분들(국민동행을 추진하는 인사들)의 뜻은 마지막으로 국가에 봉사하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1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민동행’을 제안하는 기자회견으로 이들의 첫 공식적인 행보가 시작됐다. ‘민주와 평화를 위한 국민동행’이라는 공식 명칭이 발표됐으며 ‘정치를 바로 세우고 민주주의를 신장시켜야 한다’‘나라의 근본적 혁신이 필요하다’‘한반도 평화를 지켜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제안문을 낭독했다.

며칠 뒤 17일에는 서울 흑석동에 있는 원불교 서울회관에서 창립대회를 열고 창립 선언을 했다. 800 여명의 발기인이 참석한 이날 출범식에서 김덕룡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 권노갑 정대철 민주당 상임고문, 인명진 목사, 정두근 상호존중과 배려 운동본부 총재, 신필균 복지국가여성연대 대표, 반재철 흥사단 이사장, 영담스님, 김근 전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 9인이 공동대표단으로 선출됐다.

정계 일각에서는 김기춘 비서실장, 서청원 의원 등 여권의 원로 인사들이 정계에 복귀하자 야권의 원로들도 결집해 ‘맞불’을 놓은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정대철 공동대표는 20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여권을 하나로 뭉치는 역할을 서청원 의원이 한다면, 야권 쪽은 국민동행이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대철)본인도 필요하다면 일정한 역할을 담당할 각오가 되어 있다”고 전해 이를 뒷받침했다.

오월동주? 민주주의 위기 앞에 계파는 잊었다

‘국민동행’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정치 원로들은 김덕룡 전 한나라당 대표와 권노갑 민주당 상임고문, 정대철 민주당 상임고문이다.

이들 중 김덕룡 전 대표는 과거 YS의 오른팔이라 불리며 지금도 ‘상도동계’의 좌장 역할을 하고 있다. 권노갑 상임고문과 정대철 상임고문은 DJ의 핵심 측근이었던 대표적인 ‘동교동계’인사다. 한국정치를 양분하던 이 두 세력을 대표하는 원로들이 손을 잡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처음 ‘국민동행’을 구성하는 인사들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오월동주(吳越同舟)와 같은 모양새’라는 우려 섞인 시선도 나왔다.

그러나 상도동계와 동교동계로 나뉘기 이전에 이들은 과거 민주주의 쟁취를 위해 싸워왔던 전우들이기도 하다. 현역 정치인 들 중 새누리당, 민주당을 가릴 것 없이 상당수가 과거 군부독재 시절 체제에 항거했던 인물들인 것과 같은 맥락이다.

‘국민동행’ 실무진의 한 인사는 20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민주주의의 뿌리를 만든 분들이, (민주주의가)훼손되고 있다고 느껴 나선 것”이라며 “언론이 보기에 상도동, 동교동 하면서 여전히 세력 싸움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런 것은 없다”고 전했다.

또한 ‘국민동행’의 창립을 주도한 인물 중에는 시민사회 인사들부터 종교인들까지 모여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故 장준하 선생의 장남인 장호권 월간사상계 대표와 반재철 흥사단 이사장, 1세대 여성운동가로 알려진 진민자 전 청년여성문화원 이사장 등 시민운동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종교계에서는 갈릴리교회의 인명진 목사, 전 불교방송 이사장인 영담스님, 대한성공회의 박경진 신부 등이 종파의 구분 없이 뜻을 모았다.

민주-정의-安 아우를 접착제가 될까?

‘국민동행’의 모습이 드러나면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그들의 다음 행보다. 17일 열린 창립대회에는 소위 야권의 ‘빅3’인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정의당 천호선 대표,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모두 참석했다. 속내는 모두 다르지만 ‘정부와 여권에 대한 비판’이라는 어젠다를 공유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만에 하나 ‘국민동행’이 이들 중 어느 한쪽에 힘을 실어주게 된다면 단번에 범야권의 세력 판도가 뒤바뀔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기대감이 높다. 두 사람의 상임고문(권노갑, 정대철)이 공동대표를 맡았으며, 이부영 전 의원, 김영춘 전 의원 등 핵심 인사에도 민주당 출신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국민동행’의 지지를 이끌어 낼 경우 최근 조금씩 흔들리고 있는 야권 맹주의 권위를 단번에 굳힐 수가 있다.

전체적으로 정계 전체가 인력난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내년 지방선거에 ‘거물급 노장(老將)’이 귀환해 준다면 금상첨화다. 앞서 새누리당이 서청원 전 대표를 등판시키며 재미를 보는 모습을 지켜본 민주당이다. 국민동행 권노갑 공동대표는 11일 기자회견장에서 “국민동행이 특정 정파나 정당을 지지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국민동행의 인사들 중 개인적으로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자유”라고 여지를 남겼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도 ‘국민동행’에 관심이 있다. 안 의원의 지지세력 ‘동작내일포럼’측에서는 국민동행 창립대회장에 ‘환영’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처음 국민동행이 ‘제3세력’을 표방하며 창립을 제안했을 때 언론에 가장 많이 나온 이야기도 안 의원과의 연대설이었다.

또 국민동행의 정대철 공동대표와 김효석 전 의원, 이계안 전 의원 등은 안 의원에게 우호적인 인사들로 알려졌다. 본격 신당 창당 준비에 들어가는 등 정치세력화가 한창인 안 의원에게 경험 많은 정치 원로들의 합류가 날개를 달아줄 것은 자명한 일. 게다가 상대적으로 젊고 대부분이 신진 인사들로 구성된 안 의원의 진영에 균형감이 생기는 부가효과도 기대할 만 하다. 안 의원 측의 한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논의는 전혀 오가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도 “결국에는 안 의원을 돕지 않겠느냐”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 '국민동행'제안 기자회견 ⓒ뉴시스

정의당은 밑져야 본전이다. 정치적으로 공통분모가 그리 크지 않아 완전히 함께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정의당 입장에서는 ‘국민동행’이 마지막까지 특정 세력을 지지하지 않고 야권 전체에 조언과 중재, 그리고 통합의 촉매제 역할만 수행하는 것이 더 좋다. 그럴 경우 정의당의 정체성은 고스란히 유지하며 힘만 받을 수 있다는 점은 더욱 매력적이다.

오히려 홀가분한 느낌으로 ‘국민동행’에 손을 내밀 수 있다. 전체적인 ‘반(反)여권’의 흐름을 공유하는 한, 도움이 되었으면 되었지 손해가 날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의당 천호선 대표는 ‘국민동행’ 창립대회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국가기관의 불법 선거 개입에 도움받은 것을 미안해 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며 ”내가 당선됐으니 나만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마치 '짐이 곧 국가'라고 했던 왕정시대 생각을 보는 것 같다"고 반정부 노선을 강조했다.

이렇듯 야권 세력들의 구애가 예상되지만 아직까지 ‘국민동행’은 단호한 입장이다. 국민동행 김덕룡 공동대표는 11일 제안 기자회견에서 “당파로부터 중립적인 국민동행을 지향 한다”며 “특정 당파와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이어 17일 창립대회에서도 “우리는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국민과의 동행을 위해 안내자가 되고 접착제가 되겠다"고 밝혔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