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③>원희룡, “제주는 행정가로서 능력을 보여주는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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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터뷰③>원희룡, “제주는 행정가로서 능력을 보여주는 무대”
  • 김병묵 기자 홍세미 기자
  • 승인 2014.05.19 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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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은 하늘이 열어주는 것…차후에 생각
친박, 친이 계파 나누는 건 3자의 시선
수평적 소통하는 협치 도지사 되겠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제주 김병묵 기자 홍세미 기자)

▲ 새누리당 원희룡 전 의원이 제주도지사에 출사표를 던졌다 ⓒ 시사오늘 홍세미 기자

원희룡이 돌아왔다. 18대 국회의원을 끝으로 정치적 휴지기를 가진 후 2년 만의 컴백이다. 무대는 제주도로 정했다.

원희룡 후보는 6·4 지방선거 전 처음으로 열린 새누리당 제주도지사 경선에서 69%라는 압도적 득표율을 보이며 승리, 화려한 복귀를 알렸다.

제주도는 그동안 변방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원희룡 후보가 제주도에서 복귀한다고 했을 때, 정계는 다소 놀라기도 했다. 중앙 무대서 활동하며 ‘대권 후보’, ‘차세대 정치리더’로 분류됐던 그가 변경 도백에 도전하는 것은 다소 ‘하향지원’으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의 등장은 세간의 관심을 끌며 변방이었던 제주도를 선거판의 중심으로 이끌고 있다.
원 후보는 오랜만의 활동으로 바빠 보였다. 인터뷰가 진행된 4월 30일, 원 후보 사무실(제주시 연동 구 KBS)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선거사무실 방명록을 작성하는 사람에게 하루 방문자를 물었더니 600명이 넘는다고 답했다. 원 후보가 눈에 들어왔다. 사무실에 있던 사람들이 박수로 맞이했다.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터진 후 원 후보는 활동을 일제히 중단했다. 원 후보는 <시사오늘>과 인터뷰를 하면서도 “모든 말이 조심스럽다”는 입장을 전하며 애도를 표했다. 원 후보 인터뷰는 이날 오후 2시 그의 사무실에서 시작됐다.

-제주도지사 출마 계기는 어떻게 되는가.

“정치 입문 후 줄곧 중앙정치에서 활동했다. 19대 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한 후 복귀를 생각하다가, 무대를 고향인 제주도로 정하고 싶었다. 마침 제주는 나를 필요로 했다. 도민들이 바라는 변화를 이끌기 위해 나섰다. 제주가 대한민국의 여러 가지 혁신과 가치를 창조하는 선두 역할을 하기 위해서 이뤄야 될 것들이 많다. 제주 안에 갇힌 시각을 가질 게 아니라 제주의 발전을 이끌 생각이다.”

-지난 2월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선 제주도지사에 나오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복귀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었을 때라 지방선거는 좀 이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당 내 상황과 제주도 상황 등이 변하면서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출마를 권유했다. 그래서 인생의 모든 미래를 건 도전을 했다. 제주의 변화를 위해 필요한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낮은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다.”

-중진차출론의 영향이 컸나,

“당에서 끊임없이 ‘차출론’을 펼친 것도 맞다. 당원으로서 당의 요청을 수용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결정은 내가 내렸고, 당의 요구 외에 다른 여러 요소들도 작용했다.”

-그래도 제주도지사에 출마한 것은 하향지원이 아니냐는 말도 있다.

“도지사의 권력이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다. 그것은 나 하기 나름인 것 같다. 또 ‘중앙이냐, 지방이냐’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내가 이제까지 정치인으로 중앙무대에서 활동했다면, 지금은 행정가로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고 싶다. 행정가로서 능력을 보여주는 무대일 뿐이지 ‘크다’, ‘작다’ 이렇게 표현하고 싶지 않다.”

-경선 수락 연설에서 돈을 한 푼도 받지도, 쓰지도 않고 네거티브 선거를 하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수락 연설에서 한 약속들은 몸소 실천할 예정이다. 본격적인 선거를 앞두고 조직적으로 동원하는 유세를 하지 않을 생각이다. 또 선거대책위원회에 직책을 부여하지 않고 상징적인 어른 몇 분만 이름을 올리겠다. 도민 모두가 서민대책위원이고 공명선거감시위원이라는 생각으로 선거 유세를 벌일 생각이다.
또 주요 정당 후보라 선거비용을 선관위에서 환급받지만 이 것 또한 혈세다. 이 돈을 쓰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유세차량이라든지, LED 광고판 같은 것들을 볼 수 없을 것이다.
선거운동 비용 자체도 전국에서 가장 적게 들도록 할 계획이다. 선거기구의 기구표와 직책이 없는 선거, 조직 동원의 구태를 없애는 선거를 이루고 싶다.”

-‘도지사도 대통령되는 시대가 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무슨 의미인지.

“도지사가 더 큰 꿈을 가지고 자기관리를 철저히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한 말이다. 도지사들이 업무 변화의 혁신 결과를 위해서 더 혼신을 쏟았으면 하는 의미다. 나는 제주도지사 자리에 안주할 생각은 없다.”

-도지사가 된 후 대통령에 도전하기 위한 발언은 아닌지.

“구체적으로 대선에 도전하는 건 차후에, 나중에 생각할 일이다. 대권주자로 나서는 것은 하늘이 열어주고, 국민이 열어줘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 대권행보에는 계획이 없다. 대한민국 큰 틀에서 제주를 바라보고 열심히 하겠다는 뜻으로 언급한 것이다.”

▲ 새누리당 원희룡 전 의원의 복귀로 제주도지사 선거가 주목을 받고 있다 ⓒ 시사오늘 홍세미 기자

“새정치란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는 것”

원 후보는 한나라당 시절부터 소장파로 유명세를 떨쳤다. 지금은 새누리당 주류인 친박계에 대항할 핵심 인사로 꼽힌다. 그에게 여권의 판도를 물어봤다.

-현재 지방선거에서 친박계가 고전하고 있다.

“제3자들은 계파를 나눠서 이렇게 편 가르기를 해야 속 시원한 모양이다. 박근혜 정부가 국민들의 지지에 당선이 됐는데 친박 혹은 비박이 어디 있느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집권하고 또 다른 시대의 주자가(박근혜 정부) 국민적 지지를 통해 탄생했으니 협력하면서 경쟁을 하는 선순환적인 관계로 봐야 한다. 친박이니 비박이니 반박이니 분석하는 구도를 보면 뭐랄까, 언론의 시각이 편협 됐다고 생각한다. 관전자의 얘기지 당사자의 시각은 아니다.”

-친이계 중심으로 친원계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소문도 있다.

“(웃으며)처음 듣는 얘기다.”

-남경필, 정병국 의원과 함께 남·원·정 트리오로 유명했다. 남경필 의원은 경기도지사에, 원 후보는 제주도지사에 나오게 됐는데 당에서 소장파를 당 밖으로 내돌린 것은 아닌가.

“우리는 당에 소속된 사람인데, 선당후사 하는 게 맞다. 당 입장에서 볼 땐 국회 내에서 정치개혁 목소리를 냈던 사람들이 지방행정의 책임을 맡는다면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했나 보다. 그렇게 개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

-현재도 남-정과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가.

“그렇다. 현재 서로 격려하고 서로 채찍질하는 그런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방선거에 나오기 전, (출마하게 된)과정이 이렇게 됐으니까 우리가 진정으로 외쳐왔던, 국민을 두려워하고 국민을 주인으로 모시는 그런 새 정치가 어떤 것인지를 실천을 통해서 보여줘야 할 때라고 논의는 했다.”

-소장파 시절부터 새 정치를 많이 외쳤는데, 원 후보가 생각하는 새 정치란 무엇인가.

“정치권이 자기들끼리 합리화하는 기득권 관행에 얽매이지 않고 국민의 눈높이에서 필요한 변화와 개혁을 펼치는 것이다. 기득권 관행을 스스럼없이 혁파해 나가는 것, 그렇게 해서 국민의 눈높이와 정치의 눈높이가 맞도록 해야 한다.”

틀과 판 바꿔서 제주를 기회의 땅으로 만들겠다

▲ 제주도지사 원희룡 후보는 현재 새누리당 내 '친박', '비박'등 나누는 것에 대해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 시사오늘 홍세미 기자

-제주도가 줄곧 변방이라 소외당하지 않았나.

“대한민국 인구 1%라는 규모의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또 공동체를 파괴하고 역량을 분열시키는 내부적인 병폐로 현재도 많이 위축돼 있는 상황이다. 제주도민들은 육지 사람들 못지않게 기가 세고 에너지가 넘친다. 그런데 그런 것들을 최대한으로 이끌어내지 못한 것 같아서 안타깝다.
이제 틀을 바꾸고 판을 바꿔서 인재들이 다양한 길을 갈 수 있는 기회의 땅으로 만들고 싶다. 시대 전환을 할 때가 왔다. 그런 변화들을 이루고 싶다.”

-제주도 행정운영을 평가하자면.

“행정체계에 효율을 기한 점은 높이 평가하고 싶다. 중앙정부로부터 3천 7백 개 정도 되는 권한을 이양해 온 점도 잘한 것 같다. 하지만 중앙정부로부터 실질적 분권은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다. 재정과 군사외교를 제외한 모든 권한이 넘어온다고 했지만 이양되지 않았다. 다른 나라와의 교류라든지 인재육성, 내부 갈등 해소 등에 대해선 여전히 권한이 없다.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래서 진정한 분권과 자치를 어떻게 진전시킬지 고민 중이다.”

-어떤 운영이 필요한가.

“일단 중앙정부가 제주를 하위 부속품이라고 생각하는 사고를 완전히 버려야 한다. 자체적인 인재육성과 다른 나라와의 네트워크 구축에 초점을 맞춰 제주 스스로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중국자본이 제주도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마을투어 다니다 보면 어르신들이 자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땅을 다 중국 사람들한테 팔아넘긴다고 지적하더라. 중국 자본은 환영해야 하지만 분별해서 받아야한다. 중국이 제주도에게 투자하는 비용이나 파급효과가 ‘상생 투자’가 돼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 의미에서 전면적인 검토를 통해 제대로 된 상생의 질서를 만들겠다.”

-구체적으로 어떤 상생의 질서를 만들 예정인지.

“중국인들에게 땅을 팔아넘기는 게 아니라 토지는 임대에 그쳐야 하고 사업은 합작을 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들어오는 모든 외부 역량과 자본은 도내 자본과 인력을 키우는 방향에서 서로 상생하고 연관되게 돌아가야 한다. 손쉽게 돈을 벌려는 자본이 나가면 힘 있는 좋은 자본이 들어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중국 자본과 관광객 유치를 위한 그동안의 노력을 폄하해선 안 된다. 그 자본의 질적인 성장을 노려야 한다.”

-강정마을에 해군기지 설치하는 것도 논란이 많이 됐다.

“일단 강정마을 공동체 회복이 돼야 한다. 상처받은 강정 주민들의 자존심이 회복돼야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동안 문제점에 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 도지사가 된 후에 가능하면 잘못된 부분은 고치려 노력할 것이다. 주민들에게 사과가 필요하다고 한다면, 진정한 사과를 할 것이다. 내가 갖춰야 되는 자세나 조치들에 대해선 무엇이든 겸허한 자세로 진정성 있게 다가갈 생각이다.”

-다음 출마를 노렸던 우근민 지사와 충돌은 없었나.

“경선 룰 등과 관련 우 지사와 팽팽한 긴장관계에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경선이 끝나고 난 후 긴장은 얼음처럼 녹았다. 제주를 현재까지 이끌어 왔던 제주판 ‘3김’이라 부르는 사람 중 하나고, 행정가로서 중심을 지켰다고 생각한다.”

-‘제주판 3김 시대’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글쎄, 제주를 현재까지 잘 이끌어 온 것엔 틀림없지만 불가피하게 편 가르기와 반목을 반복했던 제주도의 대결정치로 감정의 골을 깊게 만든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원 후보에 대해서 제주에서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는 ‘똑똑한 사람’, ‘전국 수석’이라는 평이었다. 동시에 제주에 해준 것이 뭐 있냐는 푸념도 있었다. 제주 민심의 목소리를 원 후보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지 궁금했다.

-여전히 '전국 수석' 이야기가 도민들에게 회자된다. 공부하던 머리로 정치하려니 어떤가.

“공부가 정치보다 쉽다. 정치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그리고 나와 다른 사람과 협력해서 공동의 결과를 만들어 내야 되는데, 이게 참 어렵다.”

-사회운동에 잠시 몸담기도 했다.

“대학시절엔 정의를 위해 몸을 던졌다. 민주사회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했던 것 같다. 나름대로 치열하게 더 용기 있게 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부끄럽기도 하다.”
 

▲ 제주도지사 원희룡 후보는 제주도 내 수평적 관계를 만드는 도지사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 시사오늘 홍세미 기자

-마을 심부름꾼 투어를 한다고 들었다.

“제주도 구석구석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민심을 챙기는 것이다.”

-투어하다가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

“도민들이 나만 보면 손 부여잡고 반가워하더라. 가끔 우시는 분도 있다. 가장 가슴에 와 닿는 말은 시골에 살고 계신 어르신이었는데, ‘평생 살면서 도지사 후보는 처음 본다’는 말이었다. 민심을 챙긴다고, 돌본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다가가면 처음 보는 것이다. 그래서 제주도민들이 생각하기에 ‘도지사는 아직 먼 존재구나’라고 생각했다. 도지사가 되면 도민들과 눈높이를 맞춰서 행정을 꾸려나가겠다.”

-제주도 민심을 들어보니, 원 후보가 특별히 제주도에 해준 것이 없다는 혹평도 들린다.

“사실이 아니다. 한 일은 많지만 일일이 나열하지 않는 것이다. 역대 도지사들과 중앙당이나 정부를 오가며 일을 한 사람들은 알 것이다. 4·3 사건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장정언 의장과 어떤 일을 했고, 도예산 실장과는 또 어떤 일을 했고, 서귀포 천지연 폭포나 초등학교 운동장과 관련해선 어떤 일을 했는지 하나하나 말하지 않아 생기는 오해 같다.”

-어떤 도지사가 되고 싶은지.

“권력을 수직적으로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민간 경제 주체들과 행정의 수요자인 주민들과 수평적으로 나눌 것이다. 협력해서 통치하는 진정한 의미의 ‘협치’를 실천하는 도지사가 되겠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새누리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행복하기로 마음먹은 만큼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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