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노유선 기자)
7-80년대에 유행하던 학생들의 의사표현 창구였던 대자보가 대학가를 물들이고 있다. 다만 당시와는 달리, '개인화'라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또한 흔한 SNS보다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던져준다는 장점도 가진다.
지난 9일 등장했던 '고려대 대자보'는 10일 정부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집회로 이어졌다. 청와대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대자보가 종국에 '시위'로 끝났던 80년대와 크게 달라진 점이 없었다.
◇ 사회와 대학의 개인화
요즘의 대자보가 과거와 달라진 또 다른 점은 작성자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다는 것이다. 작성자들은 학생회나 동아리 이름 뒤에 숨지 않는다. 사회학과 졸업생 김모 씨(28)는 "예전에는 학생회의 이름으로 대자보가 붙었다면 요즘에는 한 사람이 이름을 걸고 붙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해석은 엇갈렸다. 김지윤씨는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대자보를 붙이면 신뢰도가 높아진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한준 교수는 '사회와 대학의 개인화'와 연관 지었다.
그는 "대학에서 학생들이 점점 개인화되고 있다"며 "학생회나 동아리가 정치적·시사적인 문제를 언급하는 경우도 줄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문제를 터놓고 말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소통에서 한계를 느끼면서 대자보를 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 진정성에 대한 추구
한 교수는 대자보가 등장하게 된 배경은 '개인화'로 봤지만, 대자보라는 형식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SNS 메시지는 간결한 경우가 많다"며 상대적으로 길이가 긴 대자보의 '논리성'을 높게 샀다. 또한 "비록 SNS가 확산력이 뛰어난다고 해도 대상이 불특정하기 때문에 학내 구성원인 학생과 교수를 대상으로 하는 대자보가 진정성이 높게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 신선한 대자보, 집회로 끝나
결국 10일 청와대 앞길에서는 학생·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청와대 만민대회'가 개최됐다. 주최 측은 집회를 신고하긴 했으나, 해당 집회 장소는 도로와 주거 지역이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6400여 명 중 69명은 해산명령에 불응하거나 경찰관에게 폭력을 휘두른 혐의 등으로 연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