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경영권에 이것저것 조건이…매각 의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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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경영권에 이것저것 조건이…매각 의지 있나
  • 박시형 기자
  • 승인 2014.06.23 2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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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도 안돼, 오너도 안돼, 사모펀드도 안돼…우리은행 매각 대상은 대체 어디?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시형 기자)

금융위원회가 우리은행 매각 방안을 결정하고 발표했다. 당초 계획했던 대로 경영권과 재무적 투자 투트랙(Two Track) 방식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경영권을 넘겨주는 지분 통매각에 여러 조건이 붙으면서 우리은행 민영화 의지가 사라진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23일 금융위원회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우리은행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우리은행 민영화 방안을 보고 받고 이 같이 결정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우리은행 매각은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데 중점을 둬야할 것"이라고 말해 민영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23일 금융위원회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우리은행 매각방안을 발표했다. ⓒ뉴시스

그러면서도 금융지주 산하 은행간 합병은 불허했다. 합병 방식으로는 은행 지분을 매수하기 곤란하고, 합병이 이뤄지더라도 재무적 투자자에게 부여된 콜옵션을 처리하는 문제가 복잡하다는 이유다.

쉽게 말해 현금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두고 지분을 가져가라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빠른 매각을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인지 KB금융은 우리은행 인수에 시큰둥한 분위기다. KB금융은 현재 매출 80%를 KB국민은행에 의지하고 있는데다 내홍으로 인해 지주의 통제능력에 한계가 드러났다. 때문에 국민은행과 비슷한 규모의 우리은행을 '인수'하더라도 제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결정적으로 최근 LIG손해보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9월 입찰 공고 이전까지 뚜렷한 의사를 밝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KB금융 관계자는 "우리은행 M&A와 관련해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LIG손보와 관련된 일도 많이 힘들다" 말했다.

금융지주 '시큰둥', 교보생명 '난색'
지분30% 통매각 성사되기는 할까

진즉 우리은행 인수에 나선 교보생명도 통매각 방식에는 난색을 표했다.

교보생명이 인수에 투입할 수 있는 자금은 보험업법상 자기자본의 60%, 또는 자산의 3% 가운데 적은 금액으로 총 1조6천억 원 가량이다.

반면 우리은행 지분 30%는 시가 2조5천억 원에 육박한다.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붙으면 3조원으로 추산돼 교보생명이 경영권을 인수하려면 컨소시엄 구성은 불가피하다. 경영권 확보에 노란 불이 켜질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컨소시엄이 아니더라도 금융당국이 교보생명의 우리은행 인수를 꺼리고 있다는 것은 큰 장애물이다.

금융위는 이날 발표에서 "법 규정 내 가능한 투자자들 입찰 참여는 전부 개방돼있고 막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며 "누구나 입찰에 참여할 수 있고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이런 이야기가 오가는 것은 과거 매물로 나왔던 외환은행, 제일은행, 한미은행에서 찾을 수 있다. 이들 은행은 최종적으로 은행 혹은 금융지주사에 인수됐다.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상 기업이 은행 경영권 소유에 제약을 받고 있는 이유가 은행의 사금고화를 막기 위함인데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우리은행을 가져가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해석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금융위 매각 방안 발표후 다각도로 경영권 인수를 검토 중"이라며 "만약 경영권을 목표로 하게 된다면 컨소시엄을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형평성 논란에 대해 "금산법은 산업자본이 금융권을 지배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라며 "교보생명처럼 금융권 자본이 우리은행 인수전에 참여하는 것은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23일 금융위원회는 우리은행 매각 방안으로 정부 보유 지분 56.97% 중 30%는 일반경쟁입찰, 나머지 26.97%는 희망수량경쟁입찰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뉴시스

일각에서는 우리은행 인수에 MBK파트너스 등 일부 사모펀드도 참여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지만 과거 론스타펀드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벌어진 일을 잊지 않는 이상 이들에 경영권이 넘어가는 일은 없다고 봐야한다.

현실적으로 가장 급한 문제는 교보생명 외 경영권 인수 의사를 밝힌 곳이 없다는 점이다.

경영권 매각은 국가계약법에 따라 2곳 이상 입찰자가 나와야 하지만 이대로라면 2곳은 커녕 적극적인 교보생명마저 재무적 투자로 방향을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

또 교보생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뛰어들어도 경쟁자가 없어 유찰, 누군가 들러리로 나선다면 교보생명에 대한 특혜 시비에 휘말릴 우려가 있다.

한편, 우리은행 노조는 '주인없는 민영화'를 바라고 있다.

우리은행 노조 관계자는 "세계 유수 은행들의 지배구조도 대부분 주인없는 과점 형태가 많다"며 "정부가 '통매각'을 고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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