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길어지는 오너 공백…줄줄이 투자 손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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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길어지는 오너 공백…줄줄이 투자 손실로
  • 방글 기자
  • 승인 2014.07.29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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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이재현, SK 최태원, 한화 김승연 등 줄줄이 총수 공백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방글 기자)

▲ ⓒ시사오늘

주요 대기업들의 총수 공백이 길어지면서 투자 또한 위축되고 있는 모양새다. 기업 투자가 역동성을 잃으면서 한국 경제에도 도미노식 타격을 입히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재계 한 관계자는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총수 공백이 길어지면서 투자에도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오너 일가 중심의 국내 대기업 경영 상황에서 총수의 부재가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CJ, CJ오쇼핑 해외M&A 표류 등…추진 사업 줄줄이 STOP

진행하던 사업이 줄줄이 연기되고, 신규 사업도 사실상 중단된 CJ그룹이 대표적이다.

CJ는 최근 2007년부터 추진해오던 굴업도 오션파크 관광단지 사업 중 골프장 건설을 전면 철회했다.

당시 CJ 측은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우선한다는 대승적 차원에서 골프장 건설 계획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며 “환경파괴 우려가 있는 골프장 대신 환경친화적인 대안시설을 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재현 CJ 회장이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CJ가 환경단체 등의 반대여론을 무릅쓰고 사업을 추진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경기도 광주에 착공 예정에던 수도권택배허브터미널 사업도 무기한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총 3000억 원 규모의 대형 사업으로 하루 130만 상자를 처리하는 최첨단 물류센터를 설립, ‘수도권 하루 2번 배송’을 실현하겠다는 계획이 역시 틀어져 버렸다.

▲ 이재현 CJ그룹 회장 ⓒ 뉴시스

‘한국판 유니버셜 스튜디오’라는 별칭으로 관심을 모았던 동부산관광단지 영상테마파크 사업에 대한 협약도 해지됐다.

충청지역 물류 터미널 거점 확보를 위해 200억 원을 투자하려는 것도 무기한 보류됐다.

이 외에도 CJ오쇼핑의 해외 M&A 표류, CJ제일제당은 생물자원 사업부문의 중국·베트남 기업 인수 최종 단계에서 중단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CJ가 올해 상반기 중단하거나 보류한 투자액은 48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계획했던 투자액 1조3000억 원의 35%에 해당하는 규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오너가 없는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냐”며 “현재 수익성이 안 좋은 사업이라도 미래를 보고 투자해야하는데, 오너가 아니고서는 그 책임을 감당할 사람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SK, 하이닉스는 투자 문제-이노베이션은 3중고

▲ 최태원 SK그룹 회장 ⓒ 뉴시스

독립경영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SK그룹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가장 큰 문제는 SK하이닉스다. 업종 특성을 감안할 때 지금 투자를 하지 않으면 미래를 장담할 수 없지만, 시스템 반도체 부문의 투자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은 정제 마진 하락, 환율 급락, 화학사업 수익성 악화 등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그나마 석유개발사업 부문의 영업이익이 전 분기보다 84억 원 증가한 1127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폭을 줄였다.

오는 1일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SK텔레콤의 영업이익도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돌 것으로 보인다.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성장 정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인수합병(M&A)이나 사업 구조 재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총수 부재로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월요병 ’효성, 전년 比 투자액 10%가량 감소
태광, 총수 부재 3년…‘신규 투자 ALL-STOP’


총수 부재로 인한 투자 손실은 효성그룹과, 태광그룹, 한화그룹에서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효성그룹은 월요일마다 열리는 법정 심리에 장남인 조현준 사장과 3남인 조현상 부사장을 비롯한 계열사 주요 경영진이 모두 참석하고 있어 경영 공백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그룹 주력사인 (주)효성의 지난해 투자액은 4119억 원으로 당초 계획했던 4587억 원보다 468억 원 줄었다. 2012년 투자액 4580억 원과 비교해도 10%가량 줄어든 수치다.

태광그룹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호진 전 회장이 3년째 자리를 비우면서 대규모 신규 투자는 올스톱됐다.
 
지난 2월 김승연 한화 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난 한화는 그나마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모양새다.

건강 악화 등으로 경영복귀가 곧바로 진행되지 않는다 쳐도, 구속 상태를 벗어났다는 점에서 그룹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할 수 없어 보인다.

▲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 ⓒ뉴시스

한편, 이건희 삼성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입원한지 2달가량이 지난 삼성그룹의 상황도 여의치 않아보인다.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은 매출 52조 원, 영업이익 7조2000억 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분기 영업이익이 8조 원대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2년 3분기 이후 2년만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9.5%, 영업이익은 24.4%나 감소했다. 실적 악화의 주 요인으로는 스마트폰 판매 둔화가 꼽힌다.

하지만 애플의 ‘아이폰6’가 9월 출시 예정에 있는 데다 삼성이 주력하고 있는 웨어러블 기기나 스마트홈 등도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 삼성의 하반기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담당업무 : 재계 및 정유화학·에너지·해운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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