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앤캐시, 저축은행 9전 10기 입성기…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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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앤캐시, 저축은행 9전 10기 입성기…진실은?
  • 박시형 기자
  • 승인 2014.08.14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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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앤캐시 고리대금 논란③>잘 만들어진 포장지에 불과해…실제 인수 직전까지 간 것은 불과 두 번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시형 기자)

최윤 러시앤캐시 회장의 저축은행 도전기는 잘 꾸며진 포장지 그 자체였다. 10번이나 되는 시도에서 실제 인수 근처까지라도 간 건 불과 두 번에 불과하다. <시사오늘>이 최 회장의 9전10기 꼼수에 대해 알아봤다.

7월 7일 OK저축은행의 영업이 시작됐다. 9전10기, 최윤 러시앤캐시 회장의 끝없는 도전에 대한 성과라는 평가다. 저축은행 인수 우선협상자 선정 때만 하더라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던 언론들은 금융위원회 승인과 동시에 최 회장을 마치 불가능을 가능케 한 것처럼 소개하고, 축하 메시지를 지면에 실었다.

하지만 취재 결과 러시앤캐시는 단 두 차례만 금융위원회에 인수 심사 신청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마저도 한 번은 최근 인수에 성공한 OK저축은행이었고, 다른 한 번은 심사가 길어지며 유야무야 돼버려 인수가 무산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러시앤캐시가 저축은행 인수가로 턱도 없는 금액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러시앤캐시 저축은행 도전기 중 다섯 번이 입찰포기였고, 나머지 3번은 경쟁에 참여했지만 입찰가가 낮아 경쟁사에 밀렸다.

▲ 최윤 러시앤캐시 회장 ⓒ뉴시스

급기야 지난 2011년에 금융감독원은 러시앤캐시에 제대로 준비 한 뒤 인수전에 참여하라며 경고장을 보냈고, 저축은행 업계에서도 2013년 말 “러시앤캐시가 간만 보고 발을 뺀다면 금융감독 당국이나 예금 보험공사가 향후 인수전 참여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러시앤캐시의 9전10기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초반 5전 인수 의지 없었다

러시앤캐시의 저축은행 도전기는 부산 양풍저축은행 인수전으로 시작된다. 크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2008년 양풍저축은행이 ‘부실해소’를 위해 매각을 진행했고, 러시앤캐시는 토마토저축은행과의 경합에서 밀렸다.

1년 뒤, 2009년 4월 러시앤캐시는 매물로 나온 예한울저축은행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당시 매각 주관사인 삼정KPMG는 매각가로 500억~600억 원대를 예상했다. 그런데 러시앤캐시는 입찰가로 200억 원대 후반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현대스위스컨소시엄이 제출한 500억 원대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이 때만 하더라도 대부업체가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건 무리라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세간의 평가가 부담이었는지 러시앤캐시는 2009년 5월 인수전을 ‘포기’했다.

그런데 불과 4개월 뒤 러시앤캐시는 여신전문회사인 한국IB금융을 700억 원 대에 인수한다. 저축은행 인수에는 인색하면서 여신사 인수에는 수백억 원의 돈을 쏟아 붓는 모습이다. 이보다 조금 앞서 2009년 6월에는 160억 원을 투입해 대부업체 미즈사랑을 인수하기도 했다.

저축은행 세 번째 도전이었던 예쓰저축은행에 대해서도 “굳이 예쓰일 필요는 없다”며 소신껏 입찰 금액을 제시했다.

그러나 최 회장이 IB금융과 미즈사랑에서 각각 560억 원, 40억 원을 횡령한 정황이 포착돼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아 입찰을 포기해야 했다.

같은 해 7월, 횡령 정황이 무혐의로 밝혀지면서 러시앤캐시는 저축은행 인수에 대한 본격적인 의지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9월 중앙부산저축은행 인수에는 680억 원짜리 최종계약서에 서명하면서 인수가 확실시 되는 듯 보였다. 변수는 전혀 다른 곳에서 불거졌다. 일종의 부동산 담보대출인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가치평가가 서로 달라 금융위원회에 승인 서류대신 계약 철회서를 제출했다.

부산저축은행 관계자는 “부실 때문이 아니라 부동산PF에 대한 평가방법이 달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우리가 먼저 계약파기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러시앤캐시는 PF가격을 10분의 1 수준으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 러시앤캐시는 10번의 도전 중 단 2번만 금융위원회에 인수 승인을 신청했다. ⓒ뉴시스

예금보험공사는 대부업계 1위인 러시앤캐시가 4번이나 인수전을 파토내자 2011년 1월 삼화 저축은행 매각을 계기로 대형 저축은행 인수 자격을 자산규모 3조 원, 자기자본 3000억 원으로 제한했다. 러시앤캐시 총 자산이 1조6천억 원에 머무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대부업체를 밀어낸 셈이다.

이에 금융당국 관계자는 “법에 규정된 대주주 자격 요건을 충족하는 대부업체라면 인수를 막지 않는다”며 “어느 정도 자산규모가 되는 곳에서 인수해야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1년 7월 러시앤캐시는 5번째 제물로 대구·경북지역 최대 저축은행인 MS저축은행 인수에 나섰다. 인수 가격도 200억 원대로 큰 문제 없이 진행되면서 대부업체가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첫사례가 되는가 싶더니 금융위에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길어지면서 계약은 무산됐다.

금융위의 경고장을 받은 것도 이 때 쯤이다. 쉽게 말해 당국으로부터 미운 털이 박힌 것이다.

MS저축은행 인수 무산 소식이 나올 즈음인 10월과 11월 러시앤캐시는 6번 째 대영·에이스 패키지와 7번 째 프라임·파랑새 패키지에도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앞서 반복된 것처럼 현대증권이 대영을 가져가면서 에이스만 남자 입찰을 포기했고, 프라임·파랑새 패키지도 이자율 위반 사례가 금감원에 적발되면서 입찰을 포기했다.

러시앤캐시는 2011년 6월 대부업법상 최고이자율 상한선이 연 44%에서 연 39%로 떨어졌는데도 만기대출을 갱신하면서 과거 최고 금리를 그대로 적용한 사실이 금감원에 적발돼 강남구청에 신고됐다. 2012년 2월, 강남구청은 6개월 영업정지처분을 내렸고 러시앤캐시는 법원에 영업정지 중지 가처분 신청 소송을 제기했다.

인수는 하고 싶은데…여전히 짜기만 한 입찰 가격

그래도 저축은행에 대한 의지는 있었는지 2012년 4월 부산저축은행이 캄보디아에 설립한 캄코뱅크 은행 인수에 참여했다가 실패했다. 입찰가는 매각 예정가격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11월에는 8번째 예쓰와 예한별 저축은행 입찰에 참여했다. 예쓰의 경우 러시앤캐시만 입찰하면서 유효경쟁 실패로 유찰, 예한별은 신한금융지주에 밀렸다. 2013년 3월 9번 째로 이어진 예성·예솔 저축은행 인수전도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펀드(PEF), 기업은행에 밀렸다.

그러나 8번째 입찰부터는 조금 달랐다. 거듭된 인수 실패에 최 회장도 오기가 생겼는지 영업정지  처분받은 러시앤캐시가 아닌 본인 이름으로 입찰에 참여한 것. 대부업 최고이자율 상한 조정 때문에 나빠지는 이익률도 한 몫 거들었다. 결과적으로는 인수에 실패했지만 저축은행 인수 의지가 명확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러시앤캐시는 연 38.8% 금리를 적용하고 있음에도 자금조달 금리가 10%안팎이라 대부업 이자율이 높던 2000년대처럼 큰 수익을 남길 수 없었다. 이를 저축은행 인수로 타개하려는 목적이었다. 저축은행은 예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자금조달금리를 5%대 이하로 낮출 수 있다.

▲ 러시앤캐시 매장 ⓒ뉴시스

최 회장의 의지가 강했던 탓인지 예성 저축은행을 인수하려던 키스톤PEF가 인수이행 보증금을 납부하지 않아 인수가 무산되는 기회가 돌아왔다.

마음이 급해진 러시앤캐시는 대부업계 눈치 따윈 안중에도 없이 2013년 7월부터 전화·인터넷으로 대출을 신청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20%대 금리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당시 “저축은행을 인수하면 모든 신규고객에 연 30% 미만의 금리를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하며 저축은행 의지를 불태웠다.

이상한 점은 정작 2013년 8월에 진행된 예성·예쓰 저축은행 인수전에는 참여하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금융위원회의 ‘저축은행 발전방향 태스크포스(TF) 연구결과 발표’를 한 달 앞둔 상황이긴 했지만 매각 발표 초반 적극적이었던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러시앤캐시의 속내는 얼마 지나지 않아 드러났다. 2013년 12월 저축은행 4곳이 매물로 나올 예정이었지만 이미 수많은 저축은행들이 팔려나간 터라 적당한 매수자를 찾는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 일부에서는 “더 이상 시중은행에서 인수자를 찾기 힘드니 대부업체를 끌어들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결국 금융위는 2013년 11월 러시앤캐시 영업정지 처분을 놓고 강남구청과의 2심 소송이 연기되자 오히려 발을 동동 구르며 저축은행 매각안 발표를 미뤄야 할지 고민에 빠지는 상황에 이르렀다.

러시앤캐시는 12월 강남구청과의 법적 공방에서 승리하고 매물로 나온 저축은행 4곳 모두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2번에 불과했던 인수 승인 신청과 눈치작전 꼼수가 12년 간 9전 10기라는 거대한 타이틀로 포장됐다.

저가 입찰은 사실 아냐…저축은행 인수 의지 이미 알려져

이에 러시앤캐시 관계자는 "인수를 하고 싶었지만 인수 조건이 안맞아 실패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인수가를 낮게 써 내 인수의지가 없었다는 비난에 대해서도 "전혀 그렇게 하지도 않았고 그럴 생각도 없었고 실제로 그렇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최 회장님이 저축은행 인수에 대한 갈망이 심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었던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일부에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까지 말릴 수는 없다"며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시중은행 및 금융지주, 카드사를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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