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卽必死 김종준 하나은행장, 死卽必生 이건호 국민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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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卽必死 김종준 하나은행장, 死卽必生 이건호 국민은행장
  • 박시형 기자
  • 승인 2014.09.03 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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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사이 사퇴 밝힌 두 행장의 엇갈린 운명…사퇴 결정 전략적 배경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시형 기자)

▲ 자리 보전에 대한 결정이 김종준 하나은행장(왼쪽)과 김종준 국민은행장의 운명을 갈랐다. ⓒ뉴시스

‘생즉필사 사즉필생(生卽必死 死卽必生)’ 전쟁에서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 이순신이 명량대첩을 하루 앞둔 1597년 음력 9월 15일 장병들에게 전한 말이다.

이 말이 417년이 지난 2014년 김종준 하나은행장과 이건호 KB국민은행장의 사퇴 발언에서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지난 8월 29일 김종준 하나은행장은 ‘백의종군’ 심정으로 사퇴를 결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편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행장은 지난 4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인 ‘문책징계’를 한 차례 받았고, 오는 4일 제재심의위원회에서도 KT ENS 사기 대출과 관련해 징계 대상으로 거론됐다.

김 행장 버티자 금감원 추가징계
결국 외환-하나은행 통합 위해 희생?

그럼에도 김 행장은 임기를 마치겠다고 버텼다. 언론에서는 금감원과 김 행장의 힘겨루기로 싸움을 더 부추겼고, 금감원도 김 행장이 자신들의 뜻에 반하자 추가징계를 검토하는 등 대립각을 높였다.

당시 하나은행 측은 그의 자리보전에 대해 최대한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김 행장은 내년 3월이면 사퇴를 하실 분이고 연임에 대한 욕심도 없다”며 “눈에 띄는 행보 없이 최대한 조용히 행장직을 수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불과 4개월 만에 그의 입장이 정반대로 바뀌었다. 김 행장은 지난달 29일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이 가시화되는 시점에 백의종군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그의 사퇴 결정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에 힘을 실어주기위한 고육지책으로 분석했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7월 양행을 조기통합 하겠다고 밝힌 뒤 다소 급히 통합을 추진했다.하지만 노조의 반발이 점점 거세지고, 금융노조 총파업까지 예고되자 통합을 승인하는 금융위원회마저 멈칫하게 됐고 결국 노조와의 합의 없이 통합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결과적으로 김 행장은 금감원의 ‘나가라’는 신호에도 버티기를 고집하다 물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의 경영 개입을 밝힌 이건호 KB국민은행장은 오히려 자리보전이 유리해졌다.

나가라면 나가겠다
그런데 임 회장 인사개입했다

이 행장은 지난 1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퇴를 비롯한 거취 문제를 이사회 뜻에 맡긴다”면서 “임 회장이 국민은행 IT 본부장 인사에 개입했음을 금감원 제재심에서 언급했다”고 밝혔다.

이 행장의 주장대로라면 임 회장이 국민은행 IT본부장을 직접 지정했다.

때문에 이 시점에서 이 행장을 사퇴시킨다면 사측의 비리를 폭로한데 따른 보복행위로 비춰질 가능성이 높다. 금감원이 주전산시스템 교체와 관련해 심각한 문제를 발견했고 관련된 3명에 중징계를 확정하면서 명백한 잘못이 드러나 버렸기 때문이다.

재신임하기에도 이 행장의 이후 행보가 이사회의 눈에 거슬린다.

이 행장은 지난달 27일 중징계 처분 받은 임원 3명에 대해 업무방해죄로 검찰에 고발하는 등 강경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사회 입장에서는 그의 화살이 언제 자신을 향할지 모르는데 무턱대고 다시 자리에 앉힐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나마 4일 결정되는 이 행장에 대한 제재심의위의 징계 수위가 명분이 되겠지만 이 마저도 최선의 방법은 임 회장과의 화해와 자체적 해결, 최악은 동반사퇴다. 이렇든 저렇든 이들은 한 배를 탄 운명인 셈이다.

한 금융권 인사는 이 행장의 결정에 대해 “사태 해결의 열쇠를 이사회에 넘김으로써 자진사퇴 압력에서도 벗어나고 여론도 반전시킬 수 있는 묘책을 내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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