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은 '박근혜'가 아니었다"…박영선 체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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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은 '박근혜'가 아니었다"…박영선 체제, '끝'
  • 홍세미 기자
  • 승인 2014.09.11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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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여성 원내대표와 첫 여성 대통령…닮은 듯 다른 두 '박 비대위원장'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홍세미 기자)

▲ 박근혜 대통령과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악수하고 있다 ⓒ 뉴시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비대위 체제’가 사실상 막을 내린다. 지난 7·30 재보선 참패 이후 수렁에 빠진 새정치연합을 구해낼 ‘잔다르크’로 나섰으나 비대위원장으로 취임된 지 38일만에 외부영입 카드를 꺼냈다. 외부 영입 인사로 이상돈 중앙대학교 명예교수가 거론되고 있다. 박영선 비대위원장을 필두였던 ‘박영선 호’는 마무리 된 것.

박 위원장의 첫 번째 정치 시험대는 세월호 특별법 협상이었다.

사실상 새누리당의 안을 거의 들어줬던 1차 협상안이 끝나자 당 내부 강경파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그 후 여야원내대표 협상을 파기하자 여당의 비난이 시작됐다. 강경한 모습으로 돌변한 후 이완구 원내대표와 2차 협상을 이끌어내자 또다시 야당 내부와 세월호 유가족들의 비판이 나왔다. 장외투쟁을 불사하겠다고 선언한 후엔 당 내 온건파가 공격했다. 결국 박 위원장은 세월호 특별법 협상 과정에서 여, 야, 세월호 유가족 모두의 비판을 온 몸으로 받았다.

새정치연합 원혜영 등 중진 의원들은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 겸직은 힘에 부칠 수밖에 없다고 판단, 박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박 위원장은 “비대위원장 사퇴할 일 없다”고 입장을 밝혔으나 결국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했다. 박 위원장 측은 외부인사를 영입해 비대위원장을 겸직할 가능성도 열어 뒀다.

비대위원장, 성공과 실패의 길

비대위원장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는 박근혜 대통령이다. 2004년 한나라당 의원들은 취임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현직 대통령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다. 한나라당과 함께 민주당 의원들이 합세해 탄핵을 가결시켰다. 하지만 헌재에 의해 기각됐고 노 전 대통령을 지키는 ‘촛불 바람’으로 한나라당은 역풍을 맞았다. 17대 총선을 앞둔 한나라당은 그야말로 ‘풍전등화’ 상태였다.

여기에 한나라당은 대선 후에 불거진 불법 대선자금 수수사건과 겹쳐 신뢰도는 바닥을 쳤다. 위기로 내몰린 한나라당은 17대 총선에서 30석도 얻지 못할 것이라 추측됐다. 당장 선거를 앞두고 진두지휘할 지도부조차 구성되지 않았다.

여기서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추대됐다. 한나라당 쇄신파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과 함께 박 위원장은 여의도에 위치한 한나라당 당사를 처분하고 길거리로 나가 ‘천막 당사’를 차렸다. 박 위원장은 여의도 당사와 천안 연수원을 매각한 돈으로 불법대선 채무를 처리하며 ‘진정성’을 보였다.

선거 슬로건도 간단했다. 아무리 한나라당이 미워도 ‘개헌 저지선’만 확보해 달라는 것. 개헌 저지선은 국회에서 헌법개정안 통과를 막을 수 있는 의원의 숫자다. 국회의원 전체의 1/3에 해당한다. 박 위원장은 전국 구석구석을 돌며 욕심내지 않는 선에서 국민과 눈높이를 맞췄다.

풍비박산날 줄 알았던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121석을 얻는 ‘쾌거’를 달성했다. 박근혜 위원장은 명실공히 ‘선거의 여왕’이었다. 위기를 극복하며 다져온 ‘내공’으로 선거 때만 되면 그의 힘은 더욱 단단해졌다.

박영선은 박근혜가 아니었다

2004년 한나라당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2014년 박영선 비대위원장이 다른 점은 무엇이었을까.

우선 박근혜 위원장의 경우 '당 내 실세'였고 박영선 위원장은 '비주류'였기 때문에 다를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치평론가 박상병 박사는 11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박영선 비대위원장과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확실히 다르다”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비대위원장이었던 시절엔 당내 실세였다. 당의 오너로 누구도 박근혜 위원장의 주장에 저항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박영선 위원장은 상황이 다르다. 당에서 비주류에 속하고 상황적으로 바지사장 느낌이다. 때문에 당 내에서도 반발이 거셌다”고 말했다.

또한, 이 둘은 상황도 달랐다. 박근혜 위원장은 당장 총선을 앞두고 있어 성과를 바로 낼 수 있었지만 박영선 위원장은 선거가 멀리 있어 힘을 발휘할 수 없었던 것.

박 박사는 “2004년 박근혜 비대위원장 체제에선 바로 총선을 앞두고 있었다. 박근혜 위원장은 선거 공천권을 가지고 있어 권력을 쥐고 있었다. 무엇보다 선거를 통해 바로 성과를 낼 수 있었다. 한나라당 당원들과 국민의 기대가 선거를 통해 나왔다”면서 “박영선 위원장 체제에선 선거가 없다. 선거가 없으면 당을 이끌 동력이 없어진다. 박영선 위원장은 당 혁신에 손도 못 대보고 비대위원장에서 내려오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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