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사법시험의 존폐(存廢)여부가 논란거리다. 세월호 정국 등으로 뒷전에 밀려있긴 하지만, 지금도 일부는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대 인근의 고시촌에선 사법고시(사시)존치를 위한 집회 현수막을 흔하게 볼 수 있고, 오는 19일엔 새누리당 함진규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사시 존치에 관한 토론회가 열린다. 사시의 당사자들은 그렇다 치고, 왜 정치권은 사시 존치에 관심을 갖는 것일까.

법조인은 비단 한국 뿐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에서 그 나라 최고의 엘리트다. ‘이 나라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 중 하나’임을 공식적으로 검증받았다는 의미라고도 볼 수 있다. 그래서 정치인으로 많이 선출된다. 한국의 정치인들 중 상당수도 소위 율사(律士)라 불리는 법조인 출신이다. 강용석 전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국민대 <북악포럼> 강연에서 "새누리당의 정체성을 요약해서 표현하면 율사출신과 영남인사의 교집합"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러한 시각으로 볼 때, 사법고시는 국회 입성의 중요한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정계에 들어와서도 ‘사시 출신’이라는 점은 강한 인맥으로 작용한다. 그러다 보니 정계 일각에선 사법고시 폐지는 정치권에 새 피를 수혈하고 인맥을 다질 수 있는 길 하나가 막혀버리는 꼴이라고 주장한다.

게다가 ‘로스쿨’이 사법고시를 대체할 수 있는가에 대해선 여전히 이견(異見)이 있는 상태다. 사실상 폐지 수순이었던 사법고시 존치 논란이 불거지는 이유다.

익명을 희망한 율사 출신의 한 의원은 18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처음부터 정치를 생각하고 법조계에 입문하는 사람이 다수는 아니겠지만, 법을 공부하다 보면 입법(立法)에 관심이 생겨나는 사람들은 틀림없이 꽤 있다”면서 “정치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인재 검증이라는 점에서 아직 고시(考試)는 여전히 유용한 기준”이라고 밝혔다.

김병묵 기자 sisaon@sisaon.co.kr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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