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사퇴로 읽는 野 '계파 갈등', 해결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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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사퇴로 읽는 野 '계파 갈등', 해결책은?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4.10.02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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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으로부터 재 촉발된 계파 갈등
박영선·한명숙 닮은꼴…도로 민주당?
끊임없는 계파 갈등, 해결책 없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근홍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2일 전격 사퇴했다. 그는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지만, 정치권에서는 그의 원내대표직 사퇴의 근본적인 원인은 '계파'에 있다고 보는 것이 중론이다.

박 원내대표도 이날 사퇴 의사를 밝힌 글에서 "직업적 당 대표를 위해서라면 배의 평형수라도 빼버릴 것 같은 움직임과 극단적 주장이 요동쳤다"며 그가 당권을 쥐고 있을 동안 당내 강경파와 상당한 마찰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8월 새정치연합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인됐을 당시, "계파 갈등을 초월하지 못한다면 새정치연합의 미래는 없다"며 비대위의 최우선 과제로 계파 갈등 해소로 꼽았다.

▲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前 원내대표 ⓒ 뉴시스

박영선으로부터 재 촉발된 계파 갈등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지난 9월, 두 차례의 여야 원내대표 간 세월호 특별법 협상 실패와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영입 철회로 새정치연합은 곧 내홍에 휩싸였고, 당내 계파 갈등이 다시 격화됐다. 그들은 내년 초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대비해 제각기 주판알을 두들기며, 당시 박영선 위원장을 압박 또는 두둔했다.

친노계와 민평련계(민주평화국민연대), 그리고 정세균계, 이른바 당내 강경파 의원들은 입을 모아 박 위원장 퇴진을 촉구한데 이어 원내대표직 사퇴까지 요구했다.

반면 민집모(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을 비롯한 당내 중도·온건파 의원들은 박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직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하지만 원내대표직은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기 비대위원장 자리를 놓고도 계파별로 다른 목소리를 냈다. 친노계는 문희상 현 비대위원장, 정세균계는 박병석 의원, 중도·온건파는 이석현 국회부의장 등 각각 자기 입맛에 맞는 인물을 내걸었다.

각 계파들이 내년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잡기 위해 주도권 경쟁을 하는 꼴.

이에 대해 야당의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됐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지난달 16일 MBC<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 "당의 노선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 같다"며 "오직 우리 노선만 옳다는 자세로는 정당이 수권태세를 갖출 수 없다"고 지적했다.

중도·온건파로 분류되는 황주홍 의원은 17일 평화방송 라디오에서 "당권장악에 몰두하는 계파들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정권보다는 당권을 장악하려는 의중"이라고 지적했다.

당내 계파 갈등을 수습하지 못하고, 오히려 각 계파들에게 휘둘린 박영선 원내대표는 결국 원내대표직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박영선·한명숙 닮은꼴…도로 민주당

▲ 2012년, 당시 한명숙 민주통합당(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오른쪽)와 박영선 최고위원 ⓒ 뉴시스

2012년 9월, 당시 민주통합당의 최고위원이었던 박영선은 MBC<손석희의 시선집중>과 한 통화에서 "민주통합당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 그 손에 의해 한명숙 대표가 흔들리고 굉장히 힘들어 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2014년, 박 원내대표는 본인이 지적한 그 '손'에 의해 당권에서 물러나게 됐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박 원내대표가 처한 상황은, 2012년 당시 공천 실패에 따른 총선 패배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을 사퇴했던 한명숙 의원의 그것과 흡사하다.

이들은 야당의 당권을 쥐었던 촉망 받는 여성 정치인이었지만, 뚜렷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당내 계파 갈등에 도리어 흔들렸다는 공통점을 보였다.

박영선 원내대표와 한명숙 전 대표의 사퇴 양상이 닮았다는 것은, 결국 새정치민주연합이 '도로 민주당'이 됐다는 의미.

2012년, 한명숙 민주통합당(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그해 19대 총선을 앞두고, 친노계와 486그룹, 그리고 이대 동창회 등 당내 세력에 휘둘려 공천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다. 심지어 당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이해찬 상임고문, 그리고 권노갑 상임고문이 한 대표 위에서 '상왕'노릇을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민주당 내부의 각 계파가 자기 몫의 공천을 챙기려 한 것. 새누리당이 "야권은 우리가 꼭 필요할 때마다 적시타를 쳐준다"며 "한명숙 대표가 고마울 따름"이라고 언급할 정도였다.

한 대표는 "이 모든 부족함은 대표인 저의 책임"이라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야당의 끊임없는 계파 갈등, 해결책은?

끊임없는 당내 계파 갈등과 이에 분열된 당론, 그리고 선거 패배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야당의 한 재선의원은 2일 <시사오늘>과 한 통화에서 "계파 정치를 '구태' 정치라고 비난하긴 하지만, 계파가 정파로 거듭난다면 건강한 경쟁이 될 수 있다"며 "파벌을 제외한 정책 위주의 정파는 다양한 리더십을 배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도 이날 "계파 갈등의 원인은 야당의 빈약한 인재 풀(Pool)에 있다"며 "지역을 지키는 인물과 젊은 청년 정치인들이 향후 당을 이끌 수 있도록 끌고 당겨주다 보면 자연스레 계파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7·30 재보선에서 당내 계파 갈등에 따른 전략 공천의 희생양이 됐던 허동준 전 동작을 지역위원장은 지난달 16일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계파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권리 협약'이 필요하다"며 "공정하고 예측 가능한 룰을 정해서 이를 지켜야 한다. 당권을 쥐려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것들을 보존하면서 혁신을 하면 스텝이 꼬인다. 유지 가능한 제도를 정립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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