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KB금융 길들이기 논란…왜?
스크롤 이동 상태바
금융당국, KB금융 길들이기 논란…왜?
  • 김유현 기자
  • 승인 2014.12.29 15: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융당국, KB금융 LIG손보 인수 승인
사외이사 등 전원 사의 밝히자 NO에서 입장 선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유현 기자)

4개월을 끌었던 KB금융지주의 LIG손해보험 인수 승인이 24일 일단락 났지만,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보여준 신(新)관치 논란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날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를 열고 KB금융의 LIG손보 자회사 편입 안건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최근 KB금융이 제출한 내부통제와 지배구조 개선 계획이 만족스러웠다는 게 표면적 이유다.

하지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전혀 다른 얘기가 돈다. 그간 LIG손보 인수 '불가' 입장을 고수했던 금융당국이 KB금융·은행 사외이사 전원이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마자 돌연 인수 승인으로 방향을 바꾼 건 사실상 '지배구조 개선'보단 '길들이기'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는 방증이 아니겠냐는 얘기다.

주인 없는 KB금융에 너도나도 주인 행세
KB사태는 KB사태로 끝냈어야할 사안
LIG손보 인수와 연계, 신(新)관치 논란만 키운 꼴

우리나라 금융지주사는 외국인 지분이 많다. KB금융도 외국인 지분이 63.5%에 달한다. 이들 대부분은 소액 주주 소유다. 통상 소수 지분 보유자는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KB금융에는 뚜렷한 주인이 없는 셈이다.

이렇듯 주인이 없는 회사는 최고경영자 승계 프로그램이 제대로 확립돼 있어야만 경영안정을 꾀할 수 있다. 그러나 KB금융엔 제대로 된 CEO 양성 프로그램이 없다. 때문에 그간 정·관계는 제 입맛에 맞는 인사를 단행해 왔다.

KB사태도 서로 다른 줄을 타고 내려온 회장과 행장이 전산시스템 교체 문제를 놓고 날을 세우며 발발했다. 여기에 금융당국은 원칙에 따른 제재가 아닌 윗선 눈치를 보며 오락가락해 사태를 더 키웠다.

더 큰 문제는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 등 관계자 징계로 끝났어야 할 KB사태를 금융당국이 KB금융 LIG손보 인수 승인 여부와 연계시켰다는데 있다는 것.

▲ 지난 24일 4개월을 끌었던 KB금융지주의 LIG손해보험 인수 승인은 일단락 났지만,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보여준 신(新)관치 논란은 점점 커지고 있다. ⓒ뉴시스

그간 업계 안팎에서는 KB사태와 LIG손보 인수는 별개로 진행돼야 할 사안이란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도 금융당국은 LIG손보 인수 승인에 KB사태를 끌어들였고 끈질기게 KB금융 사외이사 퇴진을 요구했다는 것.

지배구조가 불안정한 KB금융이 LIG손보 경영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없단 게 이유였다.

당연히 업계 일각에서는 KB사태에 사외이사들 책임이 없다곤 할 수 없지만 금융당국이 KB금융 지배구조에 간섭하는 건 지나치다는 말이 나왔다.

게다가 시장 자율성을 제고해야 할 금융당국이 승인권을 무기로 하루에 1억1000만 원이라는 막대한 손실을 민간은행에 입혀가며 지배구조에 개입하는 게 맞느냐는 의견도 다수였다.

이처럼 금융당국 행보를 두고 시장에서 거센 비난이 일자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KB금융 사외이사 퇴진은 당국이 요구할 사안은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 같은 금융당국의 해명은 결국 변명으로 귀결되는 모양새다. KB금융을 입맛에 맞게 휘두른 직후 금융당국이 LIG손보 인수를 승인했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 11일 내년 3월 KB금융 사외이사 전원 사퇴라는 결론을 내리기 전만 해도 금융권에서는 KB금융의 LIG손보 인수는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말까지 나왔다. 금융당국도 KB금융에 대한 부분 검사를 실시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고수해 이런 논란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KB금융 사외이사 퇴진 발표 직후 금융위는 기다렸다는 듯 '잘 된 일'이라며, 전원 사의를 표명한 만큼 시기를 두고 논란을 일으키진 않겠단 뜻을 내비쳤다.

전원 사퇴가 확정된 만큼, 즉시 사퇴든 내년에 사퇴를 하든 신경 쓰지 않겠다는 말로 결국 KB금융의 LIG손보 인수는 사외이사 퇴진 여부와 맞물려 있었던 것이란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

28일 업계 관계자는 "KB금융지주의 LIG손해보험 인수 승인과 관련해 사외이사 사퇴와 연관이 있다는 얘기가 무성하다"며 "결국 금융당국은 지배구조 개선보다는 길들이기에 더 무게를 두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KB금융은 이번 LIG손보를 인수하게 되면서 자산규모가 400조 원에서 423조 원으로 늘어나 신한금융에 내줬던 국내 1위 금융그룹 지위를 회복할 수 있게 된 동시에 지나치게 은행에 편중돼 있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수 있게 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