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문재인·안철수, 그들이 외로운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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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문재인·안철수, 그들이 외로운 까닭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5.05.08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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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걸 당선 찰나(刹那), 문재인은 웃지 않았다
안철수, 자기 목소리 냈지만 메아리가 없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왼쪽), 안철수 의원 ⓒ 시사오늘

문재인, 안철수는 고독했다.

아무도 그들에게 선뜻 말을 건네지 않았고, 그들도 입을 열지 않았다. 지난 7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총회가 있었던 국회 본청 246호에서 기자가 바라본 두 사람의 모습은 그야말로 '외로운 남자'였다.

무엇이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을 고독하게 만들었나. <시사오늘>이 짚어봤다.

이종걸 당선 찰나(刹那), 문재인은 웃지 않았다

▲ 이종걸 당선 찰나(刹那),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표정 ⓒ 시사오늘

문재인 대표는 다소 이른 시각에 의원총회에 도착했다. 문 대표가 지정된 자리에 앉자 이내 카메라 기자들이 그를 에워쌌다. 문 대표는 입술을 지그시 다물고 그를 향한 '검은 눈(렌즈)'들을 하나하나 바라봤다. 4·29 재보궐선거 패배, 공무원연금 개혁 여야 합의 파행 등 잇따른 악재 탓일까, 그는 고민이 많아 보였고, 지쳐있었다.

지각한 우윤근 전 원내대표가 헐레벌떡 달려와 그의 옆자리를 채우기 전까지, 문 대표는 줄곧 혼자였다. 아무도 그에게 먼저 다가가지 않았다. 원내대표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았던 이석현 의원과 잠시 악수를 주고받은 게 전부였다. 농담을 건네며 연신 웃음을 터뜨리는 다른 의원들과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이날 의원총회는 새정치연합에게 굉장히 중요한 자리였다. 1년 앞으로 다가온 20대 총선을 진두지휘해야 할 원내사령탑을 뽑기 위한 의총이었다. 판세는 친노(친노무현) 최재성 의원과 비노 이종걸 의원의 양강 구도였고, 이 의원이 전체 127표 중 66표를 획득해 61표를 얻은 최 의원을 꺾고 새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정계 일각에서는 이와 같은 결과를 두고 앞으로 이 원내대표가 친노 수장이라 불리는 문재인 대표와 각을 세울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비노의 친노 견제라는 것이다.

이 원내대표가 새 원내대표로 선출됐다고 이석현 선관위원장이 입을 뗀 찰나(刹那), 문 대표는 웃지 않았다. <시사오늘>이 포착한 문 대표의 얼굴은 어두웠다. 그는 바닥에 있던 물병을 집어 들고 목을 축이고 나서야 입꼬리를 올렸다.

문 대표는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종걸 원내대표가 든든하다.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말했다.

안철수는 외롭다

▲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 ⓒ 시사오늘

"말이 도통 없는 사람이야. 나는 당대표도 했던 양반이 저러면 되겠냐는 생각도 들어. 야당 의원이면 야당답게 행동해야지. 아직도 자기가 기업CEO인 것처럼 말이야. 말도 먼저 걸고 식사도 좀 사고 그래야 되지 않겠어?"

지난 7일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총회에서 '안철수 의원은 늘 저렇게 조용하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새정치연합 핵심 당직자가 대답했다. 웃음기 가득한 표정으로 답한 '우스갯소리'였지만 뼈가 있었다.

안 의원은 4·29 재보선 패배 이후 '원내대표 추대 제안을 위한 문재인 대표와의 긴급회동', '공무원연금 개혁 여야 합의안 비판 성명' 등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문재인 대표 체제 지도부를 겨냥한 발언이라는 게 정계의 중론이다. 위기에 빠진 문 대표를 흔드는 동시에 자신의 입지를 확장하기 위한 행보라는 것이다.

그러나 당 안팎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튀는 모습을 보였지만, 누구도 공감하지 않았다. 되레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정치연합 김용익 의원은 안 의원의 '공무원연금 개혁 여야 합의안 비판 성명'에 대해 "성명을 내기 전에 그동안의 (공무원연금 개혁 합의의) 경과를 파악했다면 오해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기 목소리를 냈지만 메아리가 없었다.

의총에서 본 안 의원의 표정은 굳어있었다. 한명숙 의원, 박지원 의원 등이 그를 사이에 두고 농을 주고받으며 연신 웃음을 터뜨렸지만, 안 의원은 가만히 미소만 지을 뿐, 대화에 참여하지 않았다. 안철수는 외로웠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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