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메르스, 아이들은 추억을 빼앗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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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메르스, 아이들은 추억을 빼앗겼다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5.06.05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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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2년째 수학여행 못 떠나는 아이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학창시절 친구들과 함께했던 수학여행, 아마 다들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고 계실 겁니다.

경주 불국사 앞에 전교생이 모두 빼곡히 서서 사진을 찍던, 늦은 저녁 선생님께서 주무실 때를 틈타 몰래 챙겨온 '두꺼비'를 꺼내 친구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던, 아침 늦게까지 잠든 친구들 얼굴에 잔뜩 낙서를 하던 시간들. 그때 그 시절이 아니라면 다시는 경험할 수 없는 봄 그리고 가을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 학생들, 수학여행 떠나지 못한지 2년째라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세월호 참사에 이어 메르스 사태까지, 어른들의 잘못으로 인해 아이들이 소중한 추억을 만들 기회를 빼앗기고 있습니다.

지난해 4월 16일, 제주도 수학여행 길에 오른 안산 단원고 학생 200여 명은 어른들의 잘못으로 '노후한 선박'에 탑승해야 했고, '가만히 있으라'는 어른들의 잘못된 명령으로 인해 그만 밤하늘의 별이 되고야 말았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전국 대부분 초·중·고등학교가 예정된 수학여행, 소풍, 체험학습 등을 취소 또는 연기했습니다.

교육부는 공식·비공식적으로 각 학교에 "가더라도 한 번에 다가지 말고 나눠서 가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때문에 어느 학교에서는1·2반은 설악산에 가고, 3·4반은 속초에 가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었죠.

이번에는 메르스 사태입니다. 올해도 아이들은 수학여행을 떠날 수 없게 됐습니다. 어른들의 미숙한 대처와 안전불감증으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메르스 확진자 수는 5일 늦은 6시 기준, 수원시민 1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42명으로 늘었습니다. 격리 관찰자는 1820명에 달합니다. 무서우리만치 빠른 속도로 확산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900개 학교들 가운데 약 836개교(5일 기준)가 예정됐던 수학여행이나 체험학습을 취소했다고 합니다. 또 광주·전남 지역 91개교, 대구·경북 지역 13개교 등 수학여행이나 체험학습을 취소·연기하는 학교들이 전국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아예 휴업을 결정한 학교와 유치원도 전국 1300여곳에 달한다고 합니다.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모두 천지지변의 자연재해가 아닙니다. 모두 우리들 잘못으로 발생한 '인재'입니다. 어른들이 아이들의 소중한 추억을 빼앗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언제쯤에야 우리 아이들이 마음 놓고 친구들과 수학여행을 갈 수 있는 날이 올까요.

지금은 그저 아픈 아이들이 발생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원할 뿐입니다. 다행히도 정부 발표에 따르면, 아직까지(5일 기준) 메르스 확진 환자 가운데 학생들은 없다고 합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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