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년] 정치 구호로 변질된 '친일 척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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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년] 정치 구호로 변질된 '친일 척결'
  • 홍세미 기자
  • 승인 2015.08.13 1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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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에게 친일파 후손 의혹은 치명적…덧씌우기 '최적'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홍세미 기자)

▲ 광복 70주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친일파 청산'을 외치고 있다 ⓒ 뉴시스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행적을 하면 3대가 흥한다.” 
 
광복 70년이 맞았지만 아직도 우리는 ‘친일파 청산’을 외친다. 친일 행각을 벌였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죄를 받지 않고 오히려 우리 사회의 파워엘리트로 자리 잡았고, 그 후손들은 기득권 세력으로 성장했다.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친일 후손 1177명 중 116명이 정치인(31명), 법조인(30명), 공직자(55명) 등 사회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파워엘리트 그룹도 총 163명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광복 70년을 맞아서도 여전히 친일 청산을 외치지만 공허한 메아리다. 친일을 척결하기 전에 우리에겐 하나의 질문이 따라 붙는다. '친일 행적'을 어떻게 규정할 수 있느냐다. 친일 행각을 명확하게 규정할 수 없으니 친일파 후손만 남은 상황에서 이를 증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졌다. 설사 규정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끌어낸다 하더라도 '척결'이 가능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부호가 따른다. 
 
친일 척결에 대한 의지는 문민정부 후 계속돼 왔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반민규명위)'를 대통령 직속 기구로 발족해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을 발표했지만 사회갈등만 야기 시킨채 흐지부지 돼 버렸다. 
 
정치인에게 ‘친일파’ 의혹은 '아킬레스건'

결국 광복 70년이 됐지만, 척결은 없고 외침만 남은 상태다. 때문에 국민을 상대로 대여론전을 매일 펼쳐야 하는 정치인에게 '친일'은 아킬레스건이다. 정치권에서 친일은 정적에게 덧씌우기 좋은 상품으로 변질돼 가고 있다.

정치인에게 친일이 얼마나 치명적인가를 보여주는 예가 있다. 지난해 ‘국무총리 후보자 참극’이라 불렸던 문창극 전 후보자는 일본의 점령을 타당화하는 발언을 하면서 친일 논란에 휩싸였다. 여론은 등을 돌렸고 그는 결국 자진사퇴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친일파 후손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사람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다. 특히 김 대표는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고 있다. 부친의 친일 의혹은 그의 ‘아킬레스건’이다.
 
<한겨레>는 지난 1일 김 대표의 부친인 김용주 전 의원이 친일파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매일신보> 1941년 12월9일자와 1943년 10월3일자의 기사에 따르면 김용주 전 의원은 일제 때 경북도회 의원과 조선임전보국단 간부를 지내면서 ‘황군에게 위문편지를 보내자’는 운동과 함께 '각 면에 신사를 건립하여 신을 공경하고 신앙생활을 하게 하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무성 대표는 부친의 친일 행적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김 대표는 지난 2013년 한차례 부친의 친일 의혹이 일자 “당시 경북도회 의원들은 조선인 농민들의 편에 서서 조선총독부의 정책을 비판하고 반대했다. 부친은 사재를 털어 조선인 한글교육 야학을 개설하고 일본 자본에 맞서 조선상인회를 설립하는 등 애국자적 삶을 살았다. 또 친일인명사전에도 없다”고 반박했다.
 
비단 새누리당에서만 친일파 후손 의혹이 일지 않는다. 새정치민주연합 전·현직 국회의원들도 친일파 후손이라는 의혹이 일면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노무현 정부 반민규명위 시절, 노 대통령 최측들이 친일파 후손 의혹에 연류됐다. 당시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의 부친인 신상묵씨가 ‘일본군 헌병 오장(하사)였다’는 보도가 나면서 친일 논란에 휩싸였다. 또 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의 부친인 김일련씨가 만주국에서 일본 경찰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파장을 낳았다.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을 역임한 조기숙 교수도 친일 논란을 피할 수 없었다. 조 전 수석의 조부인 조강희씨가 친일신문 동관신문의 주필 겸 편집국장으로 활동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홍역을 치렀다. 또한 증조부가 고부군수 조병갑이었던 사실이 밝혀지며 충격에 휩싸이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의 최대 공약 중 하나인 '과거사 청산'은 그렇게 흐지부지됐다.

13일 한 원로정치인은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친일 척결은 사실상 정치적 구호일 뿐이다. 친일 행적에 대한 규정을 짓기도 어렵고, 친일파 후손만 남은 상태에서 이를 척결하기도 어려워졌다. 다만 상대 정적에게 덧씌우는 작업으로 친일이 활용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 홍영표 의원은 조부의 친일 행적을 인정해 '용기 있는 고백'이라는 호평이 쏟아졌다. 이에 친일파 후손 정치인들이 더이상 숨기지 말고 조상의 과오를 인정하고 앞으로 역사적 사실을 밝히는 데 힘 써야 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홍 의원은 지난 12일 성명을 통해 조부가 친일파였던 사실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친일파의 후손인 제가 민족 앞에 사죄하는 길은 민족정기사업에 더욱 매진하는 길밖에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일제강점기 친일파의 행적들은 잊지 마시되, 그 후손은 어떤 길을 걷는지 지켜봐주십시오. 저는 조부의 행적을 원망하지만 조국을 더 사랑하며 살아가겠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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