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한의 긴급진단>‘TK 물갈이론’의 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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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한의 긴급진단>‘TK 물갈이론’의 허구
  • 김재한 국제경영전략연구소장
  • 승인 2015.11.12 1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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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 민심을 오도하지 말기를 바란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김재한 국제경영전략연구소장)

지난 8일 친박계 핵심이자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특보를 지낸 윤상현 의원이 유승민 의원의 부친 유수호 전 의원 상가에서 기자들과 만나 “TK(대구·경북)에서 20대 총선 공천을 잘해야 한다. 물갈이를 해서 ‘필승전략’으로 가야 한다. 안 그러면 수도권 민심까지 역풍이 불 수 있다”며 이른바 ‘TK 물갈이론’을 제기했다. 과연 윤 의원의 이야기가 맞는지 살펴보자.

첫째, 왜 친박 세력들은 ‘선거’만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이들은 자신들의 이익에 직결되는 당내 문제나 총선 등 자신들의 입지와 관련되는 경우에는 핏대를 세우고 야단들이다. 그러나 그들이 국가의 다른 생산적인 문제에 에너지를 모으는 것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나는 그래서 친박 세력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비박이라는 다른 쪽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 국민의 보다 나은 생활을 위해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필자 또한 TK 세력의 한 사람으로 정치권 언저리에서 활동했던 입장에서, TK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거나 폄하하는 것을 그렇게 달갑게 보지 않는다. 새누리당, 그 중 친박 세력에게 TK가 그리 만만한지, 그리고 자신들이 공천하면 유권자들이 무조건 국회의원으로 뽑아줄 것으로 확신하는지 묻고 싶다.

윤 의원의 이야기처럼 수도권 득표라는 것을 내세워 자기 세력들, ‘친박 세력’을 꽂아 넣는다는 것이 우리 정치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의문이다. 언론 보도에서 언급되는 사람들이 기존의 현역 의원에 비해서 경력이나 전문성에서 결코 우위에 있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정치지향적인 인물들로, 청와대 근무와 박근혜 대통령과의 친소관계를 내세우는 것밖에 없다. 물갈이 운운하면서 정치권 진입을 노리는 그들이 의정 단상에 들어간다고 해서 우리 정치가 발전하고 미래 상황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

둘째, ‘TK 물갈이론’은 인위적인 정치여론조작이다. 사람들은 ‘TK 물갈이론’의 순수성에 대해서 의문을 갖고 있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그 지지 세력의 원내 진입 차단에 목적이 있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물갈이론’이 정치보복을 위해 이용돼서는 안 된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자를 찾는다는 것은 바람직하다. 또한 의정활동에 있어서 국민적인 회의와 의구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교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정략적인 발상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셋째, 오늘날 정치권의 잘못이 친박 세력의 주장처럼 TK 국회의원 일부에게만 있는가 묻고 싶다. 19대 전체 의원들에게 책임을 묻고 싶은 것이 국민 대다수의 의견일 것이다. 그렇다면 물갈이는 전체 의원으로 그 대상을 넓혀야 할 것이다. 물갈이 대상에서 윤상현 의원을 포함한 친박 세력도 결코 예외일 수 없다. 따라서 특정지역의 국회의원 자리를 탐내서 ‘TK 물갈이론’을 제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과연 ‘물갈이’ 운운하는 그들 또한 그렇게 의정활동을 잘했는지 묻고 싶다.

넷째, 새누리당이 20대 총선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는 ‘물갈이’를 하고자 한다면, 친박 여부와 상관이 없는 물갈이가 되어야 한다. ‘친박’과 ‘비박’의 잣대가 아니라 국가관과 민주주의 신념이 확고한, 전문성과 능력을 갖추고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도덕적인 인물을 엄선해야 한다. 그것은 전략공천이나 낙천이 아닌 상향식 공천이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끝으로 20대 총선에도 박근혜 이미지를 활용하는 선거운동이 먹힐 것인가 하는 점이 의문이다. 그동안 대구·경북의 지역 주민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다른 지역에 비해 유달리 강해 그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맹목적이고 비이성적인 지지를 보내고 도와주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후반을 향해 가고 있으며, 대구 경북의 지역주민들도 현 정권에 대한 평가를 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의 비이성적이다시피 한 맹목적 지지 성향에서 벗어나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대한 평가를 이번 20대 총선에서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20대 총선에서 ‘박근혜 정부 심판론’이 이슈가 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친박 프리미엄’은 끝났다. 총선 후 레임덕현상이 빨라진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 스스로가 먼저 친박, 비박의 틀을 깨야 한다. 정치는 현실이다. 아마도 박 대통령이 지금 지원하고자 하는 사람들 또한 ‘주(晝)박, 야(夜)비박’의 정치적 행보를 나타낼 것이 뻔하다.

TK와 수도권의 민심은 별개이다. 그동안 TK는 수도권과 달리 맹목적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지지해왔다. 그런 점에서 나는 TK 정서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정치적 의사표시를 해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아무튼 TK 민심을 오도하지 말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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