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꿈은 '탈당' 통해서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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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꿈은 '탈당' 통해서만 가능하다
  • 오지혜 기자
  • 승인 2015.12.09 10: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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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자신의 꿈 이루기는 어려울 듯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오지혜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 ⓒ 뉴시스

1970년대 우리나라에서 대학 가기는 지금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김치 반찬 하나에 밥을 먹는 게 일상인데 등록금을 내면서까지 대학까지 간다는 건 중대 결단이었다. 자식이 대학에 간다면 집안 전체가 어려움을 각오했다.

그러다 보니 형이 학업을 이어가면 동생은 공장에 가는 일이 허다했다. 동생의 가슴에는 '양보'에 대한 평생의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형만큼 머리도 좋고 꿈이 확실했다면 말이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전 공동대표의 상황도 꼭 그렇다.

지난 대선 당시 안 전 대표의 캠프에서 일했던 한 관계자는 지난 7일 <시사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안철수는 정치권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개편하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혁신 전대' 주장하는 안철수 셈법은? 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8217)

원대한 꿈을 가지고 정치판에 뛰어든 안 전 대표는 결정적인 정치적 순간마다 '중도하차'를 선택해야 했다. 그는 야권 통합이라는 명목하에 2011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에게,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문재인에게 후보직을 양보했다. 

안 전 대표가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이제까지 야당의 통합과 정권교체를 위한 선택을 해왔다"며 "단 한 차례도 분열의 길을 걸은 적 없다"고 주장한 것은 사실이다.

신당 창당 때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초, 안 전 대표 중심의 '새정치' 추진위원회는 많은 지지자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그러나 안 전 대표는 김한길 당시 민주당 대표의 적극적인 구애에 손을 맞잡았다. 야권통합을 위한 양보였고 대대적인 혁신을 위한 선택이었다. 

제1야당의 공동대표 자리는 안 전 대표가 그간 주창해온 '기성정치 탈피'와 '낡은 진보 청산'을 추진하기에 적절해 보였다. 하지만 그 여정은 고작 4개월에 그쳤다. 안 전 대표는 정강규칙 협상 과정부터 전략공천까지 구설수에 오르면서 결국 지난해 7·30 재보궐 완패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또 한 번의 중도하차였다.

문재인 대표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에서 안 전 대표를 '새정치민주연합의 공동창업자'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안 전 대표에게 새정치연합은 여전히 '남의 품'이었다.

안 전 대표 캠프 관계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순진한 안 전 대표를 김 전 대표가 철저히 이용한 것"이라며 "내가 아는 한 안 전 대표는 7·30 재보궐선거 전략공천 파문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안 전 대표는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10대 혁신안을 제시하는 등 당내 개혁에 목소리를 높였지만, 동료 의원들에게 "새누리당 프레임" "당권 미련으로 사사건건 트집만 잡는다"는 왜곡된 평가에 시달렸다.

야권통합을 위해 양보와 타협의 정치 행보를 걸었던 안 전 대표에게 세(勢)도 안풍(安風)도 남은 것이 없다.

한계에 부딪힌 듯 보였던 안 전 대표는 지난 6일 기자회견을 열고 문 대표를 향해 혁신전당대회 개최 여부를 재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회견 말미에 "저와 함께 우리 당을 바꿔나갈 생각이 없다면 분명히 말해달라"면서 "그러면 이제 더는 어떤 제안도 요구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탈당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문 대표는 안 전 대표의 탈당 가능성에 "말도 안 된다"며 일축했지만, 안 전 대표는 거취를 고민하기 위해 지방 칩거에 들어갔다. 당 핵심 관계자는 "보좌관들조차 안 전 대표와 연락이 닿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심상치 않은 신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이야말로 안철수식의 완주를 보여줄 때다. 그러기 위해서는 '탈당'이 전제돼야 한다.

안 전 대표는 2012 대선에 뛰어들면서 "어떤 어려움과 유혹이 있더라도 흑색선전과 같은 낡은 정치는 하지 않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기성 정치의 틀을 깨겠다는 각오와 새정치에 대한 열망이었다. 하지만 이 꿈은 기득권 세력인 새정치연합에서 이룰 수 없다는 게 드러났다. "더는 제안도, 요구도 않겠다"는 안 전 대표의 말에도 이런 인식이 담겨있다. 

안 전 대표가 이제 과거를 훌훌 털어버리고 2017년 대선을 위한 본인만의 마라톤을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새정치연합에서는 '안철수 잡기'에 급하게 나서는 모양새다. 그간 안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해 온 조국 전 혁신위원은 지난 8일 '文·安 비대위 체제'를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설픈 봉합은 또 다른 중도하차만이 있을 뿐이다.

상황이 이렇기에 안 전 대표가 당에 계속 남기보다는 탈당, 홀로서기를 통해 숙성된 정치 개혁 청사진을 보여주는 게 정답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새정치연합 문병호 의원 등 비주류계는 안 전 대표와 함께 탈당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신당 창당에 나선 천정배·박주선 의원도 지속해서 안 전 대표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지금 비주류를 이끌고 간다면 원내교섭단체도 가능하다.

안 전 대표는 3년 전만 해도 야권뿐 아니라 중도층, 여권에서까지 '정치적 대안'으로 불렸다. 안풍의 여운이 조금이라도 남아있을 때, 많은 사람이 지지했던 '새정치'를 펼칠 수 있는 선택이 필요할 때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야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本立道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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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2015-12-10 08:44:02
왜 국민은 안철수에 열광했을까?
맨날 편을갈라싸우는 정치권에 희망없음의 표현이고,
이제는 좌우가 아닌 제3의 대안에 대해서 국민적인 열망 표출이다.
점점 늘어나는 둘다 싫다는 중도층의 표현이다.
이제는 다른 시대로 들어가고 싶다는 열망이다.
그래서 안철수의 새정치는 성공해야 한다.
해보고 해보지도 않고 두진영에게 압살당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권력은 국민으로 부터 나온다는 기본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