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상정 압박하는 정부여당, 이래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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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권상정 압박하는 정부여당, 이래도 되나?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5.12.18 1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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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정부여당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정의화 국회의장(왼쪽)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 뉴시스

“메가톤급 대악재들이 폭풍처럼 밀려들고 있다.”
“20년 전 IMF 시대와 유사하다.”

지난 17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나온 발언들입니다. 최근 새누리당은 지금이 IMF를 연상시키는 위기 상황이라고 강조하며 연일 정의화 국회의장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현재 경제 상황은 천재지변이나 전시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이므로 직권상정 요건에 해당하며, 따라서 정 의장이 쟁점법안을 직권상정 해서 처리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상황에 두 가지 불편함을 느낍니다. 첫 번째는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다는 불편함입니다. 대한민국은 삼권분립의 원칙이 헌법에 명시된 국가입니다.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가 엄격히 구분된 국가지요. 그리고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장입니다. 원칙적으로 대통령은 입법부와 사법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게 돼있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계속해서 입법부에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경제 위기가 올 수도 있는 상황’과 ‘국가비상사태’를 등치시키는 논리적 비약도 비약이지만, 대통령이 마치 입법부 위에 군림하는 듯 국회와 국회의장을 나무라는 행태가 더 문제입니다. 지금 박 대통령의 모습은 지난 6월 여당 국회의원들이 선거를 통해 선출한 원내대표를 ‘배신자’로 낙인찍어 사퇴시켰던 당시를 떠오르게 합니다.

두 번째는 목적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부여당의 행동에서 비롯된 불편함입니다. 작금의 경제 상황이 위기인 것은 맞습니다. 언론에서는 20대 사원이 명예퇴직 대상자가 됐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IMF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우리나라 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가계부채 문제는 이미 임계점을 넘었다는 평가입니다.

그렇지만 정부여당이 위협적인 경고음을 울리는 것이 옳은 대처방법인지는 의문입니다. 정부에서 경제 위기에 대한 경고등을 켜면 국민들의 소비 심리는 위축되고 경기는 더 나빠집니다. 또 정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은 국가신인도에도 영향을 줍니다. 정부여당의 위협적인 경고음을 해외 투자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또 그것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불을 보듯 뻔합니다. 직권상정을 위한 논리 만들기든, 실제로 위험을 감지했기 때문이든 간에, 정부여당이 앞다퉈 ‘위기론’을 내놓는 것은 그다지 좋은 해법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문제는 순리대로 풀어야 합니다. 절차적 정당성 없는 결과는 필연적으로 부작용을 부릅니다. 정부여당이 ‘직권상정’이라는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통째로 태워버리는 우를 범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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