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도 '이과(理科)계'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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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도 '이과(理科)계' 뜬다
  • 오지혜 기자
  • 승인 2015.12.23 1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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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출신' 대통령·국회의장에 '의사'출신 安風까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오지혜 기자)

▲ 박근혜 대통령-정의화 국회의장-안철수 무소속 의원 ⓒ 뉴시스

"이과 망했으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유행하고 있는 이 말은 평범한 이야기를 '이과적'으로 분석할 경우 우스갯소리처럼 달린다.

예를 들어, 한 아이돌 그룹의 노래 중 '우린 마치 12시 30분의 시곗바늘처럼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걸어가고 있잖아'라는 가사는, 180도가 되는 시분침에 빗대 '연인과의 갈등'을 극대화한 표현이다. 그런데 여기에 "실제로 12시 30분이면 시침이 1시 쪽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180도가 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자, 그 밑으로 여지 없이 댓글이 달린다. '이과 망했으면.'

문과는 언어와 사회영역, 이과는 수리와 과학영역으로 나눠지다 보니 교육과정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달라진다. '이과 망했으면'이라는 유행어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정치권에는 문과계 정치인들이 '일반적'이다. 법학, 정치학, 외교학 등 전공도 다양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공계 정치인들의 부적응 풍경도 나타난다. 대표적 사례가 안풍(安風)의 주역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다.

'새 정치'로 주목받은 안 의원은 한편으로는 '모호 화법'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은 지난 8월 "이과 성향 때문"이라는 설명을 한 적이 있다. 그는 "이과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80%, 90% 정도 확률이 돼야 그렇다고 얘기를 하고 그 전에는 불확실하다고 이야기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안 의원이 예로 든 것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다. 그는 "메르켈 총리는 이과 출신이어서 확실하지 않으면 이야기를 하지 않아 처음에는 답답하고 모호하다는 비난을 받았다"며 "이과 출신들은 비슷한 경로를 겪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물리학 박사 출신으로 베를린 과학 아카데미 물리화학 연구소에서 근무한 메르켈 총리는 정치권에 입문한지 5년 만에 수상이 됐다. 그는 실제로 "정치와 과학은 닮았다"고 말해왔다. 

안 의원이 앞서 이야기했듯이, 메르켈 총리 역시 신중한 태도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명확한 의견이 없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그의 이름을 딴 신조어 '메르켈하다'(merkeln)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는 지난해 유럽연합(EU) 경제위기와 올해 시리아 난민정책을 계기로 독일 현지 언론계에서 "지난 10년간 독일을 한 걸음씩 신중하게 이끌었던 총리 대신 대담하고 신념에 찬 정치가가 나타났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세계적으로 이공계 출신 정치지도자는 여럿이 있다.

일본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는 도쿄대에서 계수공학을 전공했다. 그는 정계에 처음 입문할 때 "정치란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최적의 해결책을 선택하는 과정으로 공학과 원리가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 후진타오 전 주석 역시 이공계 출신으로 칭화대에서 수리공정학부를 졸업했다. 그는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 이후 전문 기술을 가진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로 두각을 나타내기도 했다.

반면, 국내 역대 대통령 중 이공계 출신은 박근혜 현 대통령밖에 없다. 그는 학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다. 여야 정치인을 살펴봐도 국내 이공계 정치인 수는 절대적으로 적다.

그러나 19대 국회에 들어서 이공계 정치인들이 주요 요직을 맡으며, 국내 정치권 판도가 '이공계 패러다임'으로 바뀌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박 대통령을 비롯, 의대를 졸업한 정의화 국회의장과 화학공학을 전공한 정갑윤 국회부의장 등 입법부와 행정부 수장들이 이공계 출신으로 채워진 것이다. 법학을 전공했고 변호사 출신인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지난 3월 박 대통령을 만나 "이공계 모임멤버가 출중하다"며 치켜세우기도 했다.

적은 수이긴 하지만 이공계 여야 정치인들도 뚜렷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은 서울대 공대를 졸업했고, 같은 당 박인숙·신의진 의원은 의사 출신이다. 새정치연합에서는 주승용 의원이 성균관대 전기공학을, 정청래 의원은 건국대 산업공학을 졸업했다. 같은 당 조경태 의원이 토목공학 박사 출신이다.

정근모 전 과학기술처 장관은 23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지금처럼 과학기술사회에서는 이공계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이어 정치권에 이공계 출신이 적은 이유에 대해 "이공계는 연구활동이 커리어가 되기 때문에 경영 및 운영 역할을 맡아도 동시에 자신의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면서 "이공계 입장에서는 정치권에 뛰어드는 것은 '자기희생'과 같다"고 설명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야당 출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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