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중단]정권 따라 울고 웃다…비운의 공단 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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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중단]정권 따라 울고 웃다…비운의 공단 史
  • 오지혜 기자
  • 승인 2016.02.11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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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정책으로 설립…천안함 폭침·핵실험에 잇따라 가동 중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오지혜 기자)

▲ 개성공단 중단 발표 후 긴장감이 멤도는 남북출입사무소 ⓒ 뉴시스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실질적 제재 조치로 박근혜 정부가 지난 10일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정부는 "핵 개발 자금으로 들어가는 돈줄을 끊어 북한을 압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남북 간 정치적 판세에 따라 사업이 흔들린다"며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실제로 개성공단은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한편, 정치적 파장에 따라 중단과 재가동을 반복해 왔다. <시사오늘>은 지난 16년간 정권별 개성공단의 '우여곡절' 역사를 살펴봤다.

◇ 김대중 정부…'개성공단 산파' 햇볕정책

개성공단은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발표된 6·15공동선언의 산물이다. 동시에 DJ정권의 대북노선인 '햇볕정책'을 상징한다.

당시 햇볕정책에 대한 국내 기대감은 매우 높았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당시 "국내 북한 전문가들은 남북정상회담 개최로 통일 시기가 최소 5년에서 최대 15년 정도 단축됐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공동선언 내용에 따라 현대 아산과 북한 조선 아태평화위원회는 같은 해 8월 '개성공업지구 건설 운영'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했다. 이는 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노동력과 토지를 하나로 합쳐 경제협력을 한다는 구상으로, 남북협력의 본격적인 토대로 해석됐다.

개성공단 설립 진행과정은 순조로워 보였지만, 본격적인 착공이 시작되기까지 3년이 걸렸다.

당시 미국 조지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비롯해 이라크와 이란 등을 '악의 축'으로 지목, 강경한 대북정책을 펴면서 한반도 정세도 급격히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남북관계가 '동결 상태'에 들어가면서 DJ 임기 말에 예정됐던 개성공단 착공식도 무산됐다.

◇ 노무현 정부…美와 줄다리기 속 '통일 냄비' 탄생
 
급격히 냉각된 북미 관계와 '대북송금' 논란까지 맞물리면서 남북한 교류가 잠시 멈췄지만, 햇볕정책을 계승한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면서 개성공단 계획은 곧 급물살을 탔다.

착공식이 열린 이듬해 2004년, 공단 시범단지에 15개 기업이 들어섰고 그해 12월 첫 생산제품이 탄생했다. 일명 '통일 냄비'로 불린 이 제품은 공장에서 출고된 지 이틀 만에 서울 롯데백화점에서 세트 1000개가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
 
'통일 냄비' 기념식에 초청받아 직접 개성공단을 찾은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은 "남북화해협력 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가지 돌발변수들을 북측 입장에서 보면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음을 우리는 충분히 이해한다"고 밝혔다.

정 전 장관이 언급한 돌발변수는 당시 김일성 주석 10주기 조문단 파견 무산과 탈북자 460여 명의 남한 입국 허가 등이었다. 정 전 장관은 이에 대한 북한의 반발을 달래기 위해 제스처를 취한 것이다.

이처럼 노무현 정권은 대북관계를 주도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특히 미국 행정부와 마찰을 빚었다.

보수적 성향의 미국 부시 행정부가 개성공단 산업 등 남북경협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은 "원래 개성공단은 북측의 군사집결지이자 군사요충지인데 군사시설을 모두 철거하고 공단을 만들었다는 것은 북한의 변화된 인식과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반박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대북관계에 치중한 나머지 다른 동맹국에 소홀해 '동북아 외톨이' 신세를 자처하고 있다는 거센 비판이 일기도 했다.

◇ 이명박 정부…천안함 폭침과 5·24 조치, '살얼음판' 속 개성공단

이명박(MB) 정권은 임기 초부터 대북정책 기조의 근본적인 방향 변화를 시사했다. 그 일환으로 김하중 당시 통일부 장관은 "북핵 문제 타결 없이 개성공단 확대는 어렵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북한은 당시 MB정부의 대북정책을 비난하면서, 2008년 12월 개성공단 상주 인원과 통행시간 축소를 골자로 한 '12·1 조치'를 발표, 공단 입주업체들이 큰 타격을 받았다.

이듬해 남북 고위 당국자 간 재회가 이뤄지면서 조치가 해제돼 개성공단 사업 활성화에도 다시 파란불이 들어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천안함·연평도 사태로 개성공단은 '끝이 없는' 살얼음판에 놓이게 된다. 

또한 2010년 3월 천안함 침몰 사건이 터지자, MB정부는 그해 5월 즉각 대북제재 조치를 공표했다. 이른바 5·24 조치다. 여기에는 개성공단에 대한 신규투자를 금지하고, 공단 체류 인원을 평소의 50~60%로 줄이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어 같은 해 11월 연평도 포격 사건이 발생했고 MB 정부는 북측으로의 출경을 차단, 남측으로의 귀환만 허용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긴장은 점차 완화됐지만,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주문생산 계약 축소와 납품 지연에 따른 어려움을 겪었다.

◇ 박근혜 정부…북한과 '꼬인' 관계, 사실상 '폐쇄'로 이어지나

박근혜 정부가 들어섰지만, 북한과의 악연은 이어졌고 그 피해는 개성공단으로 돌아갔다.  

김정은 정권이 2013년 4월 한·미 연합 군사 훈련에 반발, 일방적으로 근로자들을 철수시켜 공단을 잠정 폐쇄했다. 이후 5개월이 지나고 남북관계가 극적으로 정상화되면서 공단도 가까스로 재가동됐다.

그러나 올해 초 북한이 또다시 무력 도발을 감행하면서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라는 카드를 뽑아들었다. 재가동된 지 2년 5개월 만이다.

착공식을 가진 이래 우리 쪽에서 먼저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아예 폐쇄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정부는 개성공단 가동 중단 후속조치로 단전과 단수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전력은 단전 등이 결정되면 직원 6명은 관련 절차를 현지에서 마무리한 뒤 철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개성공단의 들쑥날쑥한 가동 논란에 입주업체들은 울상짓고 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11일 YTN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 "정부의 보상대책은 현실적이지 못하다"면서 "이 상태가 지속되면 입주업체 60~70%는 도산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야당 출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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