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범의 시네 리플릿> 다큐 〈감독 미카엘 하네케〉, 위대한 지휘자에 대한 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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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범의 시네 리플릿> 다큐 〈감독 미카엘 하네케〉, 위대한 지휘자에 대한 헌정
  • 김기범 영화평론가
  • 승인 2016.02.23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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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접근과 이해에 대한 일고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기범 영화평론가) 

▲ 감독 미카엘 하네케 포스터

<퍼니게임> 이라는 스릴러가 있었다. 일상에서 벗어나 안락한 휴가를 즐기려는 한 가족에게 느닷없이 찾아온 낯선 청년들의 도발은 현 자본주의 하의 미디어가 내뿜는 일방적인 폭력성을 그려낸 영화였다. 당시 관객들은 공분과 탄성이라는 극명하게 엇갈린 반응을 통해 '한 남자'의 명실상부한 시대의 도래를 선포했다.

이후 '그 남자'는 <피아니스트> 와 <하얀 리본>, <아무르> 등의 역작을 연출했고, 칸 국제영화제의 심사위원대상과 감독상, 그리고 두 번의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그렇게 '그 남자'는 유럽 대륙을 대표하는 영화감독의 반열에 올랐다. 

현대 사회의 병폐와 문제점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지적하는 데에 주저함이 없는, 칸이 사랑한 '그 남자'의 원천은 늘 관객을 중요시하며, 진실에 접근하려는 열정에서 비롯된다. 

"미카엘 하네케."

열정을 지닌 '그 남자'의 이름이다. 

다큐 <감독 미카엘 하네케> 는 이 현존하는 거장의 가장 가까운 제자가 10년간 스승의 발자취를 거슬러 올라 그의 작품 세계와 방법론을 관객들에게 설파한다. 이는 멘토에게 바치는 소중한 헌정인 동시에 그 자신의 투영물이기도 하다. 

미카엘 하네케와 20년을 알고 지낸 '이브 몽마외르'는 자신이 연출한 <감독 미카엘 하네케> 를 통해 우선 세인들이 오해할 수 있는 스승의 정치관에 대한 선입견을 차단한다.

여전히 거론되고 있는 오스트리아의 90년대 극우 정부에 대해서도 말을 아낄 정도로 하네케는 정치에 관한 피력을 거부한다. 다만, 그의 세계관은 결코 허무주의로 흐르지 않는다.

오히려 러시아의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처럼 낙관주의지만, 한편으로 이는 자기 자신을 무시하는 비관주의라고 생각할 뿐이다. 

또한 몽마외르는 본디 연극 연출을 하던 하네케가 연극배우였던 어머니로 인해 자연적으로 배우들의 생리를 체득하고 있었음을 전한다.

그렇기에 배우들을 항시 존중하고 사랑하는 하네케의 현장 호흡은 그 자체가 존경스러울 정도이며, 이는 마치 진지하면서도 화기애애한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를 연상시킨다.

가끔씩 대사를 외워오지 않는 배우에게조차 질타보다는 칭찬으로 배역 설명과 연기 지도에 공을 들이는 모습에서는 학생을 가르치는 인자한 대학 교수가 떠오른다.  

▲ 다큐를 촬영중인 하네케와 몽마외르

자신의 스승 미카엘 하네케가 그러하듯, 이브 몽마외르 역시 다큐 <감독 미카엘 하네케> 를 통해 관객들에게 작품 내 이미지 상의 혼란을 유도한다.

일례로, 다큐의 시작 부분에서 하네케 감독의 작품인지, 아니면 몽마외르 자신의 영상인지 보는 이를 당혹스럽게 하는 기법은, 스승의 미장센을 카피함으로써 은연 중에 닮고 싶음을 드러내는 오마주의 일환이다.

이렇듯 다큐에서 나타나는 미카엘 하네케에 대한 존경심은, 헐리우드 대자본의 상업영화와는 차별화된, 부드럽고도 예민한 유럽식 영화 시스템의 독자적인 자부심으로 연결된다.

영화는 상업적이어야 한다는 편견과 편집권으로부터 자유로운 작가주의 정신이 바로 오늘의 하네케와 유럽 영화를 있게 했다는 자긍심이다.

결국 이 다큐는 한 연출자의 자화상이자, 거울인 미카엘 하네케로부터의 가르침과 영감을 포기하지 않는다.

소위 ‘영화쟁이’ 로서 불필요한 트릭을 제한하고 절충과 타협하지 않는 것만이 관객을 존중하는 방식임을 알고, 편향적 사고를 저버리고자 카메라 뒤에 서있는 본인마저 망각하려 애쓰는 연출자, 그 자신을 깨닫는 것이다. 

이러한 이브 몽마외르의 노력은 결국 영화와 음악, 무술과 여성 등이 스며든 아시안 팝 문화에 대한 세계적 권위이자 최고의 전문가라는 찬사를 이끌어 내며, 관객들에게  <The 1000 Eyes of Dr Maddin> 등의 또 다른 다큐 세계를 선사하기에 이른다. 

▲ 이브 몽마외르

<감독 미카엘 하네케> 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표출하듯, 자신의 스승으로부터 배운 바를 설파하려는 이브 몽마외르는 한국의 다큐 제작자들에게도 지루하고 밋밋한 미국식 전기 영화의 방식으로부터 탈피하라는 마지막 제언을 잊지 않는다.

과격한 작품이나 괴팍하고 별난 배우들과 함께 한다는 것은 다큐의 연출자에게 있어 참으로 흥미로운 소재이기에, 이러한 획기적이고 급진적 행동에 늘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역설한다.

예를 들어 아시아 아르젠토, 마이크 타카시, 크리스토퍼 도일 등과 동반한다는 것은 어쩌면 지옥을 경험하며 정신분열을 불러 오는 것과 같을 수도 있지만, 결국 그들의 생동감 있는 돌발 때문에 관객들이 즐길 수 있는 픽션 터치가 다큐 필름에 가미된다는 것이다. 

다큐멘터리 <감독 미카엘 하네케> 의 주인공이 된 미카엘 하네케에 대한 인터뷰와 고증은 감독 이전에, 작품 뒤에 숨겨진 한 인간의 형상에 진솔하게 접근하는 데에 분명 확실한 효과를 거둔다. 

그 효과는 관객과 진실을 중요시하는 스승으로부터 사람에 대한 사랑과 연민을 배운 한 연출자의 집념과 끈기로부터 기인한다.

 ※ 본 리뷰는 다큐 <감독 미카엘 하네케> 의 연출자인 이브 몽마외르와의 서면 인터뷰를 재구성한 것에 기초한다. 

·영화 저널리스트
·한양대학교 연구원 및 연구교수 역임
·한양대학교, 서원대학교 등 강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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