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널리스트②]여권 KBS 기자라인, '호시절은 다 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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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널리스트②]여권 KBS 기자라인, '호시절은 다 갔네'
  • 오지혜 기자
  • 승인 2016.03.08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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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공천학살' MB맨들…眞朴 속 '외로운' 출사표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오지혜 기자)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을 이루는 특정직군이 있다. 최근 들어서 법조계 비율이 높아졌지만, 언론인 출신도 여전히 눈에 띈다. 여당은 그중에서도 KBS 출신이 다수인 반면, 야당은 MBC 출신이 많다.

요새는 KBS 출신 여당 인사라면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이 먼저 떠오른다. 9시 뉴스 앵커로 얼굴을 알렸던 민 전 대변인은 20대 총선에서 인천 연수구에 출사표를 냈다.

그러나 'KBS 기자라인'이 새누리당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보인 것은 지난 이명박 정권(MB) 때였다.

MB는 대선 당시부터 역대 최대 규모의 언론인 출신 캠프를 차렸고, 실제 정권 초기에 치른 18대 총선에서 다수 언론인이 공천을 신청, 국회에 대거 입성했다.

▲ 'KBS 기자라인' 이윤성·전여옥·안형환 전 의원과 신성범 의원 ⓒ 뉴시스

그중에서도 주도권을 잡은 이들이 바로 이윤성, 전여옥, 안형환 전 의원과 신성범 의원 등 'KBS 4인방'이다. 이들 모두 MB정권에서 공천받아 '친이계', 현재는 '범비박계'로 분류되고 있다.

이윤성, 전여옥 전 의원과 신성범 의원은 KBS 기자 시절, 일본 도쿄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해외 특파원을 맡은 바 있다. 특파원 수는 한정돼 있어, 유수한 기자 중심으로 기회가 주어진다. 또 이윤성, 전여옥 전 의원의 경우 뉴스 앵커로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이들 4인방은 특정 모임을 만들어 모이지는 않았지만, 언론 이슈가 터졌을 땐 최전방에 함께 나섰다.

MB정권 초기인 지난 2008년에는 정연주 당시 KBS 사장의 사퇴를 압박했다. 이들은 성명을 내고 "KBS가 탄핵, BBK, 촛불시위 등과 관련해 특정 세력에 과도하게 편드는 방송으로 일관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는 KBS 기자 출신으로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자유선진당 류근찬 전 의원도 참여했다.

결국, MB정부는 배임과 방만 경영 등을 이유로 정연주 당시 사장을 해임했지만, 지난 2012년 대법원에서 배임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또 1년 뒤에는 해임처분 역시 부당하다고 판단, KBS에 3억 원에 가까운 돈을 배상토록 했다. 

이처럼 정권 전면에 나섰던 'KBS 라인'은 19대 총선을 기점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당내 상대 계파의 수장인 박근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 무대에 오르면서, 친이계 중심으로 '공천학살'이 일어났다.

이윤성, 전여옥 전 의원은 낙천 결정에 크게 반발하면서 탈당까지 감행했다. 이 전 의원의 경우, 무소속으로 인천 남동갑 출마를 밀어붙였지만, 여권표가 나뉘는 바람에 결국 민주통합당(현재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의원에 지역구를 넘겨주고 말았다.

전 전 의원은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과 갈등이 표면화된 상태였다. 그는 이미 2012년 초 자서전 을 통해 박 위원장에 대한 노골적인 비난을 드러냈다.

전 전 의원이 19대 총선에서 낙천된 서울 영등포갑에 KBS 선후배 사이인 박선규 전 문체부 차관이 공천된 것도 '미운털이 박힌 탓'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당시 박 전 차관 역시 양천갑을 염두에 두고 선거운동을 하고 있던 탓에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전 전 의원은 "선배 역할 하겠다"며 지역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당시 보수 신생 정당이었던 '국민생각'에 입당했다. 그러나 뒤늦게 지역을 바꾼 박 전 차관은 결국 민주통합당 김영주 의원에 자리를 내줬다.

안형환 전 의원 역시 공천학살이 일어날 줄 직감했다. 그는 당시 지도부가 제시한 하위 25%에 본인이 포함될 것을 예상하고 "낙선이 아닌 낙천은 정치적 흠"이라는 판단에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안 전 의원이 그 전날 KBS 기자 선배인 전여옥 전 의원을 만나 "밑바닥으로 잘렸다고 하면 가족들이 얼마나 상처받겠냐"며 불출마 의사를 설명하자, 전 전 의원은 "정치인은 절대로 안락사하는 게 아니다"면서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전 전 의원은 당시 자신의 홈페이지에 "안 전 의원은 목포 출신의 한나라당 의원으로 상징적인 존재였고, 또 국회 안의 귀한 인재였다"면서 "한나라당과 이 나라를 생각하며 통곡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KBS 4인방 중에 19대 국회 재입성에 성공한 것은 신성범 의원이 유일하다. 그러나 그 역시 이번 4·13 총선에서는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 의원의 지역구인 경남 산청·함양·거창에 '진박(眞朴) 밀어주기'가 이뤄지고 있는 탓이다.

핵심 친박으로 분류되는 최경환 의원은 지난달 경남 거창을 방문, 강석진 예비후보에 힘을 실어줬다. 신 의원은 곧바로 반발했다. 그는 "실세 정치인에 기댄 세몰이형 구태 정치"라면서 "2년 새 두 차례나 탈당과 복당을 반복한 강 후보가 박 대통령의 원칙에 부합하는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신 의원은 '배신의 정치' 파문으로 지도부를 떠나야 했던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도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최 의원의 배타적 지원유세가 '신성범 뽑아내기'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이윤성 전 의원과 안형환 전 의원은 다시금 여의도를 향해 시동을 걸고 있다. 이들은 '쓴맛'을 보았던 19대 총선 이후 박근혜 대선 캠프에서 새로운 지도부와 인연을 맺었다.

이 전 의원은 지난 2012년 박근혜 대선후보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복당했다. 전여옥 전 의원의 눈물을 자아냈던 안형환 전 의원 역시 박근혜 후보 대변인으로 깜짝 복귀한 바 있다. 이들은 이번 총선에서 인천 남동갑과 서울 송파갑에 각각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전 전 의원의 경우, 과거 박 대통령과의 첨예한 대립이 있었던 것은 물론, 이미 정계 은퇴를 선언한 탓에 정계 복귀 얘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이처럼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면서 KBS 기자라인은 외곽으로 밀려났지만, 여전히 많은 언론인 출신들이 새누리당 문을 두드리고 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언론인 출신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개인적인 선택"이라고 전제하면서 "그러나 언론인은 공적 임무를 담당하는 특수한 직업이기 때문에, 현장을 떠난 뒤 일정 기간 정계 입문을 막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현장을 뛰던 기자가 하루아침에 정계로 가면, 언론의 객관성과 신뢰성에 흠이 생기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 돌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야당 출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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