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성 대장과 ´구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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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성 대장과 ´구심점´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6.03.13 1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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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김무성, 일어설 마지막 타이밍이 온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과거 17대 대선과 18대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내 친박계와 친이계는 치열한 사투를 벌였다. 결국 대통령을 탄생시키며 승리한 친이계는, 공천권을 쥐고 친박계를 사실상 숙청한다. 그러나 친박계는 살아남았다. 당에서 쫓겨나도 결국 돌풍을 일으키며 생환했다. 당시의 친박계를 버틸 수 있게 해 준 것은 바로 구심점이었다. 친박계엔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정신적 구심점과, 사람들을 모으고 일선에서 정치활동을 했던 실질적 구심점, 맏형 서청원 최고위원이 존재했다.

다시 현재로 눈을 돌려보면, 지금 새누리당은 친박계와 비박계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한창이다. 칼자루를 손에 쥔 친박계의 거침없는 행보에 비박계가 위축돼있는 모양새다. 그 이유는 구심점의 부재와 함께, 구심점 후보인 김 대표의 태도에서 찾을 수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비박계의 대표 인사임에도, 이한구 공관위원장을 비롯한 친박계의 압박에 연신 후퇴만 계속했다. ‘김무성 30시간의 법칙’이라는 비아냥도 나왔다. 김 대표가 자신의 주장에 대해 30시간을 채 버텨내지 못하고 항복 선언을 한다는 의미다.

사실상 김 대표가 마지막까지 붙잡고 버티고 있었던 상향식 공천도 무너진 상태다. 여권 정계의 한 핵심 인사는 12일 기자와의 만남에서 “사실상 김 대표는 친박계와의 힘겨루기에서 진 상태”라며 “김 대표 취임 이후 본인이 원하는 대로 된 것은 사실상 한 가지도 없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김 대표에겐 더 이상 명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비박계로 분류되는 여권의 한 인사는 이달 초 “애당초 이(한구) 위원장을 저항 없이 선임한 시점에서 김 대표는 비박계의 큰 실망을 불렀다”며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대표직 외엔 내줄 것도 더는 없어 보인다”고 토로한 바 있다.

최근 불거진 윤상현 의원의 욕설파문에 대응하는 모습도 소극적이다. 비박계인 이재오 의원이 목소리를 높이며 지원사격에 나섰지만, 김 대표는 사과를 받아주지 않는 수준에서 그치는 모양새다. 비박계는 강한 반격패를 손에 쥐고도 별 재미를 보지 못하는 상태다.

이 모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비박계를 한데 묶을 가장 유력한 인사이자 구심점이 될 만한 인물은 여전히 김 대표다. 김 대표의 오랜 정치경력 등을 감안할 때 아직은 유승민 의원 등 다른 차기 지도자 후보군보다 한 발 앞서있다는 평이 많다. 김 대표가 스스로 비박계의 구심점을 자임하며 몸을 일으킬 기회가 아직 최소 한 번은 남아있다는 이야기다.

오늘 공천지역 발표에 김 대표의 지역구가 포함되는지 여부가 관심사다. 사실 이런 내용이 화제가 되는 것 자체가 대권 후보급 거물이자 여당 대표로서는 사실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김 대표가 아직까지 ‘인내’를 고수하는 속내는 알 수 없으나, 친박계가 될 것이 아니라면 이를 끝낼 순간은 지금이다. 친이계라는 이름이 사실상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지금, 친박계의 독주를 막는 데 있어서 각개전투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은 이미 증명됐다.

상도동계의 한 원로 정치인은 며칠 전 기자와의 만남에서 “정치는 사람이 하는 일이고, 사람을 모아야 이긴다”고 말한 바 있다. 김 대표가 끝내 친박계와의 충돌을 우려해 구심점이 되기를 스스로 거부하고 몸을 낮춘다면, 사람을 모으긴커녕 떠나는 이들을 잡을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리더십을 되찾고 ‘무성 대장’으로 돌아올지, 희대의 무력한 당 대표로 기록되고 말지는 오롯이 김 대표 자신의 선택에 달렸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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