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판 떠도는 지역주의 망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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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판 떠도는 지역주의 망령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03.14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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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영남물갈이론·野호남승부론…지역주의 악용 '지적'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 뉴시스

선거 때마다 나타나는 ‘불청객’이 어김없이 찾아왔다. ‘지역주의’가 그 주인공이다. 공천 과정 내내 ‘TK(대구·경북) 물갈이론’으로 시끄러운 새누리당은 물론, 선거 지형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투덜대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도 예외가 아니다.

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14일 “오늘 내일은 중요한 결정들을 과감하게 내려야겠다는 생각을 갖는다”며 △국회의원 품위 손상 △당 정체성 위배 △텃밭 다선 의원 등 3가지 물갈이 기준을 발표했다. 사실상 영남에서 ‘컷오프 칼날’을 휘두르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5차 공천 발표까지 탈락한 현역 의원이 8명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영남에서 ‘피바람’이 몰아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그런데 정치권에서는 ‘왜 하필 영남이냐’라는 볼멘소리가 들린다. 새누리당이 이 지역을 타깃으로 삼는 것 자체가 ‘지역주의의 악용’이라는 것.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세워야 승리가 가능한 타 지역과 달리, 새누리당 공천이 곧 당선과 직결되는 영남이 당내 계파 싸움의 ‘전쟁터’가 되고 있다는 의미다. 대구에 거주하는 한 유권자는 14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어차피 뽑아줄 테니 좋은 후보를 내보내기보다 자기들 마음에 드는 사람을 ‘낙하산 공천’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지역주의를 철저히 이용해먹는 것 같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더민주당과 국민의당도 마찬가지다. 김종인 더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제안으로 촉발된 야권의 연대 논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거부로 ‘일단 멈춤’ 상태가 됐지만, ‘결국은 연대를 하지 않겠냐’는 것이 중론이다.

야권이 연대를 한다면, 호남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만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야권의 한 인사는 “다른 지역에서 연대를 하고, 호남에서 승부를 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예상”이라고 귀띔했다. 즉 다른 지역에서는 힘을 합쳐 싸우고, ‘우리 땅’에서 승부를 보자는 것이 야권의 시나리오라는 뜻이다.

하지만 호남을 ‘내 땅’으로 규정하는 인식 역시 지역주의의 변형이라는 분석이다. 영남 유권자들에게는 ‘지역주의를 타파하자’고 설득하면서도, 기득권을 쥐고 있는 호남에서는 지역주의를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 야권의 속내라는 것. 야당이 원하는 것은 ‘지역주의 타파’가 아니라 ‘영남의’ 지역주의 타파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대해 여권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정당은 지역의 기반 위에서 결성된 조직”이라며 “정치권의 그 누구도 지역주의 타파를 원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권자들이 직접 나서지 않는 한, 정치인들이 선거 때마다 지역주의를 꺼내드는 악습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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