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과 첼시]혜성처럼 떠오른 신흥 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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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과 첼시]혜성처럼 떠오른 신흥 강호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05.21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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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로 풀어본 정치인(19)>‘안철수의 당’ 국민의당과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팀’ 첼시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정치는 축구와 비슷하다. 정해진 규칙 안에서 겨뤄야 하고, 승자와 패자도 생긴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가장 비슷한 점은, ‘사람’의 게임이라는 점이다. 축구 팬들은 잔디 위에서 뛰는 ‘사람’에게 멋진 플레이를 기대하고, 국민들은 정치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희망을 투영하고 미래를 건다. 다른 듯 닮은 정치계와 축구계의 ‘사람’을 비교해 본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 뉴시스

국민의당과 첼시는 ‘신흥 강호’다. 국민의당은 제20대 총선을 통해 모두가 실패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3당 체제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고, 첼시는 ‘오일 머니’에 힘입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아스널이 양분하던 프리미어리그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안철수 대표와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라는 개인의 힘에 기댄 조직이라는 점, 그로 인해 ‘원톱 체제’가 배태할 수밖에 없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는 점도 같다.

혜성처럼 떠오른 제3세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할 때까지만 해도, 진정한 의미의 제3세력이 등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공고한 양당 체제에 도전하기에는 안 대표의 세력이 크지 않았기에, 야권 표를 분산시키는 수준의 ‘미풍(微風)’에서 그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결국 총선이 임박하면 야권 연대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고, 국민의당 내부에서조차 연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안 대표는 ‘광야에서 죽어도 좋다’며 야권 연대를 거부하고 ‘마이 웨이(my way)’를 선언, 3당 체제를 안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단순히 총선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데 그치지 않고,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모두를 거부하는 제3의 지지 세력을 끌어 모으며 안정적으로 20% 이상의 정당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거대 양당 체제가 고착됐던 한국 정치에 ‘다당제’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불러온 것이다.

첼시는 우승과는 거리가 먼 팀이었다. 1999-2000시즌에 FA컵을 우승하고 2003-04 시즌에는 4위로 시즌을 마치며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따냈을 정도의 강팀이긴 했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아스널이 지배하다시피 했던 프리미어리그의 구도를 깨뜨릴 만한 수준의 팀은 아니었다. 실제로 1992년 프리미어리그가 출범한 이후 2004년까지 리그 우승 트로피를 만져본 팀은 맨유와 아스널, 그리고 1994-95시즌 ‘깜짝 우승’을 달성했던 블랙번이 전부였다.

그러나 2003년, 러시아의 석유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첼시를 인수하면서 프리미어리그의 구도가 달라졌다. 아브라모비치는 선수단 개편을 위해 1억 파운드(한화 약 1700억 원) 이상의 돈을 쏟아 부었고, 떠오르는 젊은 명장 주제 무리뉴를 영입, 지휘봉을 맡기며 신흥 명문으로의 변신에 성공한다. 2003년 이후 첼시의 성적은 프리미어리그 우승 4회, FA컵 우승 4회, 리그컵 우승 3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 UEFA 유로파리그 우승 1회 등이다. 이제 첼시는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프리미어리그의 최강팀 중 하나다. 

▲ 주제 무리뉴 감독 ⓒ 뉴시스

안철수와 로만 아브라모비치

국민의당과 첼시에는 안 대표와 아브라모비치라는 조직의 ‘기둥’이 있다. 국민의당은 사실상 ‘안철수 당’과 다름없다. 안 대표의 개인적 인기 기반 위에 만들어진 정당이기 때문이다. 제20대 총선 전 국민의당 구성원을 보면 천정배 대표, 박지원 원내대표, 박주선 최고위원, 주승용 최고위원 등 정치권에서 오래 봐왔던 얼굴이 대부분이었다. 그럼에도 국민이 ‘새정치’라는 구호를 믿고 국민의당에 38석이라는 의석을 허락한 것은 안 대표 덕분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평가다.

첼시는 아브라모비치의 팀이다. 첼시를 ‘무시할 수 없는 강팀 중 하나’에서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팀, 나아가 유럽의 엘리트 팀으로 끌어올린 주인공이 아브라모비치였고, 첼시가 계속해서 강호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만든 것도 아브라모비치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 두 차례의 리그 우승과 각각 한 차례의 FA컵 우승, 리그컵 우승을 안기며 ‘절대자’로 군림했던 주제 무리뉴 감독이 첼시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아브라모비치의 뜻이었으며, 그렇게 팀을 떠났던 무리뉴 감독을 2013년 다시 선임한 것도 아브라모비치의 힘이었다. 과거에 비해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첼시는 아브라모비치의 입김이 강한 구단이라는 것이 축구계의 시각이다.

‘원톱 체제’의 딜레마

조직을 책임지는 기둥의 존재는 한편으로 딜레마로 작용하기도 한다. 국민의당의 경우 안 대표 개인의 인기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고민이다. 현재 국민의당은 안 대표 개인의 인기에 호남이라는 지지 기반이 더해진 구조이므로, 안 대표의 인기가 지속되지 못할 경우 더불어민주당과 차별성을 두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1996년 제15대 총선에서 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인기에 바탕을 두고 창당, 돌풍을 일으켰던 통일국민당은 제14대 대선에서 정 회장이 낙선하면서 빠른 속도로 소멸했다. 국민의당이 제19대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계속해서 3당 체제의 한 축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안철수’라는 개인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확고한 가치와 철학을 추구하는 정당으로서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첼시의 고민도 국민의당과 다르지 않다. 아브라모비치의 재정 지원 없이 홀로서기에 성공해야 장기적으로 명문 클럽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는 맨유의 경우 중계권료, 스폰서십, 각종 굿즈 등만으로도 수천억 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아직 첼시의 수익 구조는 자체적으로 스타 선수들의 천문학적인 이적료와 주급을 감당할 만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러다 보니 아브라모비치의 입김이 강하고, 재정 지원이 없을 경우 원하는 선수를 영입하지 못해 성적이 폭락하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됐다. 장기적인 성공을 위해서는 아브라모비치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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