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 큰 양보’ 서청원, 명분도 실리도 모두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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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 큰 양보’ 서청원, 명분도 실리도 모두 확보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06.09 1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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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구성 최단 기록 견인…후반기 국회의장 0순위 될 듯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 ⓒ 뉴시스

끝없이 길어질 것 같았던 원 구성 협상이 20대 국회 개원 열흘 만에 전격 타결됐다. 법정기한(6월 7일)은 넘겼지만, 41일이 걸렸던 18대 국회나 33일 동안 공전(空轉)했던 19대 국회와 비교하면 한층 진일보했다는 평가다. 13대 국회부터 19대 국회까지 국회의원 임기 개시 이후 국회 개원식을 여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51일을 상회했다.

이처럼 원 구성 협상이 예상보다 일찍 마무리될 수 있었던 데는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의 역할이 컸다. 국회 최다선(最多選)인 8선으로 국회의장 유력 후보였던 서 의원이 “크게 미래를 보면서 야당에서 국회의장을 달라고 하면 줘버려야 한다. 나는 출마 안 하겠다”고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협상의 물꼬가 틔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진짜 친구로서 굉장히 높이 평가한다”며 서 의원의 ‘결단’을 치켜세웠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이번 원 구성 협상의 최대 승자가 서 의원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과적으로는 ‘국회의장 사수’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으나, 실질적으로는 노련한 처세와 판단으로 현 상황에서 얻을 수 있는 최대치를 수확한 까닭이다.

우선 서 의원은 명분을 손에 넣었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장단은 무기명투표를 통한 재적의원 과반수 득표로 선출되지만, 그동안은 원내 제1당에서 추대한 국회의장 후보를 본회의 표결로 확정하는 것이 관례였다. 이에 따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자유 투표를 통해서라도 국회의장 자리를 갖겠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무소속 의원들을 복당시키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새누리당이 국회의장직을 사수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서 의원은 “내가 8선으로서 뭔가 돌파구를 마련해줘야 하지 않느냐”며 국회의장을 ‘양보’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국회의장 자리를 포기함으로써 조속한 국회 개원을 이뤄내겠다는 대의명분(大義名分)을 얻음과 동시에, 원 구성 협상에 어려움을 겪는 정진석 원내대표의 부담을 덜어주는 ‘큰 형님’의 면모까지 과시한 것이다. ‘정치 9단’다운 정치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실리도 챙겼다. 새누리당은 원 구성 협상이 마무리되는 대로 무소속 의원들의 복당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유승민 의원이 뇌관(雷管)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어쨌든 무소속 의원 대부분이 복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8월 전후로 예상되는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새누리당은 다시 원내 제1당 지위를 회복할 전망이다.

이 경우 내년에 있을 대통령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후반기 국회의장은 새누리당 몫이 된다. 더민주당이 ‘원내 제1당이 국회의장을 맡아야 한다’는 논리로 전반기 국회의장 자리를 차지한 만큼, 새누리당이 국회의장을 차지하는 것을 막을 명분이 없다. 이렇게 되면 국회 최다선이자 이번 협상에서 ‘통 큰 양보’를 한 서 의원은 자연스럽게 국회의장 후보 0순위가 된다. 전반기 국회의장을 포기하면서 ‘명분’을 얻고, 후반기에는 ‘실리’까지 챙기게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여당이 국회의장을 노리기에는 명분도 약했고 실질적으로 당선될 가능성도 높지 않았다”며 “양보 아닌 양보를 하면서 명분도 실리도 다 챙겨간 서청원 의원의 정치력은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평했다. 정계에서 잔뼈가 굵은 정치인들 속에서도 서 의원의 정치력은 유독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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