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구성 합의] 20대 국회 첫걸음, '야권 공조' 발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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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구성 합의] 20대 국회 첫걸음, '야권 공조' 발휘
  • 오지혜 기자
  • 승인 2016.06.08 2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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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자유투표' 제안에…대선 앞두고 '명분' 택한 더민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오지혜 기자)

▲ 여야 주요3당 원내대표가 8일 원구성 합의를 발표했다. (왼쪽부터)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 뉴시스

여야 주요 3당이 8일 오후 20대 국회 원구성에 합의했다. 법정시한을 하루 넘겨 '지각 개원'이라는 비판은 들었지만, 협상이 급물살을 탄 데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야권 공조가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이날 3당 원내지도부 간 합의에 따르면, 원내 1당인 더민주당이 국회의장직을 사수했고, 주요 상임위로는 예결특위를 차지했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대신 법사위와 운영위 등을 챙겼고, 국민의당은 바라던 교문위와 산자위를 가져갔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합의 결과를 두고 더민주당이 실리를 챙기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더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직뿐만 아니라, 법사위 예결위 운영위를 협상안에 포함했기 때문이다.

우 원내대표도 이를 의식한 듯 원구성 합의 발표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의원님들이 볼 때는 너무 양보를 많이 한 게 아니냐, 서운해할 것 같다"면서도 "정상적인 원구성이 더 중요했다. 더민주가 과감히 양보해서 원구성한 데 의미부여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무래도 국회의장 자리가 여소야대 국회의 상징"이라며 "어느 알짜 상임위를 가져왔냐는 문제보다 의장을 가진 당이 대폭 양보해서 정상적인 원구성을 이끌었다는 평을 받는 게 중요하다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실리 대신 국회의장과 예결특위를 사수하면서, 수권정당으로 나설 수 있는 명분을 얻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우 원내대표가 이번 협상에서 실리 대신 명분을 택한 데는 야권 공조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당은 지난 총선에서 더민주당과 치열한 텃밭 경쟁을 버렸고, 예상 밖에 높은 호응을 얻었다. 이에 국민의당 지도부는 '캐스팅보터'의 위치를 굳히기 위해 야권에 대한 선 긋기를 시도했다.

앞서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이 진정성을 가지고 야당을 설득하면 새누리당의 국회의장직도 협력할 수 있다", "새누리당과 국민의당 정체성은 완전히 다르다. 그분들이 국민의당 정체성을 인정하고 오면 (연정)할 수 있다"고 발언한 배경도 이와 같다.

그러나 국민의당이 여당에 호의적인 입장을 보이자 텃밭 민심이 바닥을 쳤다. 발언 직후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과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의 호남 지지율이 함께 폭락했고, 그 반사효과로 더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표가 반등했다.

이에 박 원내대표는 "지역 발전을 위한 이야기였지만, 새누리당과의 연정까지 비화되니까 당 정체성이 도마에 올랐다"면서 "오만하게 보였다면 반성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당은 이를 계기로 과감한 노선 분리에서 야당 정체성 강조로 선회했다. 원구성 협상에서도 "양당이 자리싸움하고 있다"며 싸잡아 비판하면서도 더민주당에 공조하는 방향을 잡았다.

가장 상징적인 사례는 전날 이슈가 된 국회의장직 자유투표 선출이었다.

당초 자유투표 선출 방식은 지난달 말 원내지도부 협상 과정에서 더민주당이 낸 제안이었다.

당시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를 두고 "국민의당에서는 자유투표하겠다고 발표한 적 없다"면서 "자유투표 선출은 가능하지만 과연 국민이 그걸 원하겠냐"면서 발을 빼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가 일주일이 지난 7일, 자유투표 방식을 다시 들고 나오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우상호 원내대표가 같은 날 의원총회를 열고 일부 반대 의견에도 불구, 자유투표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이같은 야권 공조의 흐름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현재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권이 공조한다면 상임위에 대한 경쟁은 사실상 무의미하다. 상임위 운영과 법안 의결에 있어서 이미 과반을 확보하기 때문이다. 

이에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세비 반납과 청와대 배후설 등으로 여론을 조성해 여당을 압박했고, 더민주당이 끝으로 협상카드였던 법사위와 운영위를 포기하면서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이날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겉으로만 보면 더민주당이 많이 양보한 것처럼 보이지만, 대선을 앞둔 시점에 국민의당과 야권 공조의 첫발을 내디뎠다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면서 "최근 김부겸 의원이 발언한 것과 같이 20대 국회 운영에서 야권 가치가 중심이 되면 내년 정권교체에서도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야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本立道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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