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불출마’ 유승민의 셈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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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대회 불출마’ 유승민의 셈법은?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06.29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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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 대권 후보 없는 새누리…유승민의 시선은 대권에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 ⓒ 뉴시스

강력한 당대표 후보로 거론되던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8·9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7일 당권 도전을 선언한 비박계 김용태 의원은 28일 CBS〈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유 의원을 만났는데, 본인은 당권 도전에 대해서는 고사를 하시면서 열심히 해보라는 덕담을 해줬다”고 밝혔다. 이혜훈 의원도 같은 날 MBC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대권 주자는 대권으로 가는 게 맞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유 의원의 다음 행보는 전당대회가 아닌 대선 경선으로 정해지는 모양새다.

정치권에서도 ‘유 의원이 전당대회에 나갈 이유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새누리당은 당헌·당규를 통해 당권·대권 분리를 규정하고 있다. 새누리당 당헌 제93조에서는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하고자 하는 자는 상임고문을 제외한 모든 선출직 당직으로부터 대통령 선거일 1년6개월 전에 사퇴해야 한다’고 못 박고 있다. 만약 유 의원이 당대표로 당선될 경우, 그는 내년 12월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된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29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언론에서는 유 의원이 전당대회에 출마할 수도 있다고 쓰던데, 정작 정치권에서는 유 의원이 당대표를 노릴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며 “당권·대권 분리 규정이 없어지면 모를까…”라고 말했다. 당대표가 될 경우 대선에 출마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유 의원이 전당대회에 출마할 확률은 극히 낮다는 이야기다.

위험성도 있다. 유 의원은 친박계의 강력한 비토 대상이다. 친박계 핵심 인사들은 복당 과정에서도 “다른 사람은 몰라도 유승민은 안 된다”는 의사를 공공연히 내비쳐왔다. 새누리당의 의원 절반 이상이 친박계로 구성된 지금, 유 의원이 당권을 손에 쥘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유 의원 입장에서는 대권 주자로서 상처를 입을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전당대회에 출마할 필요가 없다. 차라리 물밑에서 비박계를 지원, 세를 불리는 쪽이 안전하게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은 지난 20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전당대회에) 나가서 대표선거에서 질 경우 대권으로 가기 전에 한 번 타격을 입고 가는 것이기 때문에 (전당대회에) 참여할지 안 할지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유 의원의 당대표 도전 가능성을 낮게 보기도 했다.

현실적인 당선 가능성도 대선 후보 쪽이 더 높다는 분석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는 아직도 1년 6개월가량이 남아 있다. 친박계 우위의 당내 지형 속에서 현실적으로 유 의원이 당권을 획득하기는 쉽지 않다. 반면 대선 경선이 치러질 내년에는 박 대통령의 영향력이 작아질 수밖에 없는 데다, 마땅한 대권 후보가 없는 새누리당의 상황까지 고려하면 유 의원의 주가는 높아질 수 있다. 앞으로의 행보에 따라 친박계가 유 의원 쪽으로 헤쳐모일 수도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비박계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4·13 총선 직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어차피 유 의원이 노리는 것은 대권인데, 대선 경선 때쯤 되면 친박계가 지금처럼 공고함을 유지할 수가 없다”며 “유 의원이 복당해서 내년까지 버티기만 해도 저절로 세는 불어나고 강력한 대권 후보로 떠오르게 돼있다”고 전망했다. 지금은 친박계의 ‘주적’인 유 의원이지만, 대선 경선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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