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은 백지화, 사드는 배치? TK 민심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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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항은 백지화, 사드는 배치? TK 민심 ‘부글부글’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07.06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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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의 피해의식, 사드 배치 논란으로 폭발하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사드배치 반대 대구경북대책위원회 ⓒ 뉴시스

TK(대구·경북)가 분노하고 있다. 지난 5일 〈동아일보〉는 정부 소식통의 발언을 인용해 ‘경북 칠곡 지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최적지로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국방부가 곧바로 “배치 시기와 배치 지역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부인했지만, 이미 TK 민심은 부글부글 끓기 시작한 상태다.

TK가 사드 배치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사드 자체가 주는 공포감이다. 칠곡이 사드 배치 후보지로 유력하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백선기 칠곡군수와 조기석 칠곡군의회 의장을 비롯한 의원들은 사드 칠곡군 배치 반대 성명을 통해 “사드의 레이더에서 발생하는 강력한 전자파는 위험 반경이 130도 범위에 최대 5.5km에 달해 중소도시이자 인구밀집 지역인 칠곡군에 배치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각종 전자장비 운영에 악영향을 끼치고 지역개발이 제한됨으로써 지역발전을 더욱 저해해 이에 대한 피해는 칠곡 군민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사드 배치가 지역 발전에 장애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는 뜻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피해의식’이야말로 TK가 분노하는 최대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TK는 세 명의 대통령(노태우·이명박·박근혜)을 배출했다. 그러나 대구는 지역내총생산(GRDP)에서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구의 GRDP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 연속 11위에 그치고 있는데, 이는 또 다른 ‘홀대 지역’ 중 하나인 전남보다도 낮은 순위다. 민주화 이후 가장 많은 대통령을 배출한 지역이면서도, 정작 과실은 얻지 못했다는 피해의식이 작지 않다는 뜻이다. 다수의 대구 시민들은 지난 총선을 앞두고 대구를 방문한 기자에게 “대구에서 대통령을 세 명 탄생시켰는데, 지금 대구는 전국에서 제일 못 사는 도시가 됐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실제로도 TK는 국책사업에서 이득보다 손해를 많이 보는 입장이었다. 노태우 정권 말기, 대구는 삼성자동차 승용차(자가용)와 상용차(트럭) 생산기지 유치를 추진했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부가가치가 높은 승용차 생산기지는 부산에 빼앗겨야 했다. 대신 대구에 남았던 상용차 생산 공장은 5년 후 퇴출,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비운을 맞았다.

2004년에는 경주가 태권도 공원 유치를 놓고 전북 무주와 경합을 벌였다가 고배를 마셨다. 당시 경주는 역사관광자원과의 연계성, 높은 접근성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며 1차 평가 1위를 차지했지만, 2차 평가에서 순위가 뒤집어져 유치권을 무주에 내줘야 했다. 당시 경주는 “정치적 입김이 작용한 결과”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TK 홀대론’의 정점은 동남권 신공항이 찍었다. 2007년 대선 당시 신공항 사업을 공약으로 내건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면서 동남권 신공항 사업은 국책사업 중 하나로 본격 추진됐다. 그러나 2011년 신공항 입지평가위원회가 타당성 조사에서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 모두 공항 입지로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며 사업이 백지화됐다.

2012년에는 박근혜 후보가 대선을 앞두고 동남권 신공항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지난달 21일, ‘텃밭’ 영남권의 분열을 우려한 박근혜 정부는 신공항 백지화와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결정을 내리면서 다시 한 번 TK 주민들을 실망시켰다. 이처럼 동남권 신공항 문제로 낙담한 TK에 ‘님비(NIMBY) 시설’인 사드를 배치한다는 소문이 돌자, 참다못한 TK 주민들이 발끈하고 나섰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대구에 거주하는 한 40대 남성은 6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대구를 물로 보는 것 같다”며 “선거 때만 되면 찍어주니까 이제 자기들이 무슨 짓을 해도 찍어줄 줄 아는 모양”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지난번에 김부겸(의원)이 (당선)되는 것 보지 않았느냐”며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오면 대구 사람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공항 백지화와 사드 배치 문제가 철옹성 같던 TK 민심마저 허물어뜨리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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