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發 한국은 '글로벌 호구'
스크롤 이동 상태바
이케아發 한국은 '글로벌 호구'
  • 김인수 기자
  • 승인 2016.07.19 17: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수첩> 이케아·소비자·정부…글로벌 호구 제조 3종 세트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인수기자)

다국적기업이 또 한국을 글로벌 호구로 만들었다. 여기에는 우리 정부와 소비자도 거들고 있다.

이케아(IKEA)가 미국에서 어린이 사망사고를 일으킨 ‘말름(MALM) 서랍장’에 대해 이미 판매한 제품은 미국, 중국과 동일한 조건으로 국내에서 제품 환불 서비스를 하고 있는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계속 팔겠다는 입장이다.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의 ‘판매 중지’ 조치와 전혀 딴판이다.

미국 이케아의 라스 피터슨 사장은 직접 방송에 출연해 제품의 위험성을 알린 뒤 “더 이상 말름 서랍장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이케아 장을 아이들이 있는 방에서 치워달라”고도 요청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계속 팔겠단다. 사고가 없었다는 게 이유다. 분명 말름 서랍장은 사망사고와 각종 실험을 통해서 그 위험성이 알려졌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사망사고가 없었기 때문에 계속 판매를 하겠다고 한다. 그 위험성을 알면서도 말이다.

이케아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도 어린이 사망사고가 나야 판매 중지 조치를 내리겠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지 모르겠다.

이케아의 말름 서랍장은 미국에서 유아를 포함한 어린이 6명이 서랍장에 깔려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망한 아이들은 모두 4살 미만이다. 채 꽃도 피우기도 전에 시들어 버린 것이다.

사고는 서랍장들이 벽에 고정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랍장이 앞으로 넘어졌다는 보고도 미국에서만 41건이 접수됐다. 4살 미만의 어린이들이 서랍장에 깔리면 그 무게에 못 이겨 나올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이케아는 미국에서는 사망사고가 났기 때문에 리콜조치에 들어갔다면서 3~6단 말름 모델 서랍장 800만개와 다른 모델 서랍장 2100만개를 포함해 총 2900만개를 리콜 조치했다.

캐나다에서도 넘어질 위험이 있는 서랍장 660만개를 리콜 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의문이 든다.

캐나다에서는 사망사고가 일어나지도 않았는데 리콜에 들어갔다. 위험하다는 것이 이유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우리나라에서도 사망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케아는 캐나다와는 정 반대의 입장을 보이며 계속 판매를 한다는 입장이다. 왜? 캐나다와 우리나라의 차이점이 뭔지 묻고 싶다.

속된 말로 우리나라를 ‘호구’로 본 것이다. 다국적 기업들의 일상적인 행동이다. 벤츠, 폭스바겐, 유니클로 스타벅스 등 헤아릴 수도 없는 다국적기업들이 한국을 호구 취급했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

인터넷에서 누리꾼들도 부글부글 끓으며 우리 소비자들을 질책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글로벌 호구를 만든 건 결국 소비자들이다. 한국에서는 비싸야 잘 팔린다고 인식하고 있고 실제로도 그렇다”, “타국에서는 저렴하게 팔던 가격이 한국에서는 비쌌다고 이미 기사가 났고, 그 이후에도 이케아에 발길이 끊이질 않으니 호구 취급하는 거다” 등 비판하고 있다.

정부도 우리나라를 호구로 만들었다는 비판에서 피해갈 수 없다.

이케아의 우리나라에서 계속 판매 조치에 우리 정부는 보완을 요구할 뿐이다. 그러면서 이케아 측에 ‘서랍장이 넘어지지 않도록 무료 벽고정 서비스를 확대하라’고 요청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모르겠다.

어린 아이들이 사망사고가 날 위험에 있는 다국적기업의 제품에 대해 전량 리콜과 판매중지 조치를 내리라고 압박하기는커녕, 마치 ‘조심해서 팔아라’라는 뉘앙스마저 풍긴다.

정부의 이런 조치에 누리꾼들도 들고 일어났다. 누리꾼들은 “글로벌 호구를 만든 건 국가의 친기업 정책이다. 사망 사고가 발생했을 때 징벌적 손해배상 때려봐라 겁나서 저런 식으로 판매 못하지”, “한국은 외국 기업에 아주 좋은 먹잇감 호구를 자처하고 있다” 등 정부를 비꼬고 있다.

우리 정부가 다국적기업에 쩔쩔매는 듯한 모습이다. 사망사고가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판매를 계속한다는 이케아 측의 이해할 수 없는 설명에, 그래도 비싼 외국제품이 좋다는 우리의 소비자, 그리고 다국적기업 편을 드는 듯한 모양새를 비추는 우리 정부.

이해 할 수 없는 글로벌 호구 제조 3종 세트다.

 

담당업무 : 산업2부를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借刀殺人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