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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 톺아보기②]휴가에도 빈부격차가 있다
한정애 의원, ‘휴가 빈부격차 해소’ 법안 발의…‘주목’
2016년 10월 05일 (수) 정진호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휴가 빈부격차’ 해소를 위해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 뉴시스

“휴가요? 우리 회사는 연차가 없어요.”

지난달 28일 〈시사오늘〉과 만난 한 중소기업 직원 A씨는 ‘우리 회사에는 연차가 없다’고 말했다. 우리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항에 따르면, 사용자는 1년간 80퍼센트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줘야 한다. A씨의 말대로라면, A씨의 회사는 명백히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취재 결과, A씨 회사의 취업규칙에는 근로기준법에 위배되는 내용이 없었다. 그렇다고 ‘연차가 없다’는 A씨의 말이 거짓도 아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우리가 쓰는 달력에는 일요일, 국경일 중 3·1절, 광복절, 개천절 및 한글날, 1월 1일, 설날 전날, 설날, 설날 다음날(음력 12월 말일, 1월 1일, 2일), 석가탄신일(음력 4월 8일), 5월 5일(어린이날), 6월 6일(현충일), 추석 전날, 추석, 추석 다음날(음력 8월 14일, 15일, 16일), 12월 25일(기독탄신일)이 빨간색으로 표시돼 있다. 또 달력에 표시돼 있지는 않지만, 공직선거법 제34조에 따른 임기만료에 의한 선거의 선거일, 기타 정부에서 수시 지정하는 날도 통상적으로 ‘쉬는 날’이다.

하지만 법적으로 보면, 이런 날은 ‘관공서의 휴일’일 뿐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휴일’이라고 생각하는 법정공휴일은 대통령령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근거를 둔다. 따라서 사기업은 근로자대표와 서면으로 합의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빨간 날 근무’를 요구할 수 있다. 우리 근로기준법에서 사기업 근로자의 휴일로 정하고 있는 날은 제55조에 규정된 ‘1주일에 평균 1회 이상 부여해야 하는 유급휴일(보통 일요일)’과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에 따른 ‘근로자의 날’이 전부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A씨 회사의 취업규칙에는 1년간 80퍼센트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준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었다. 또 한 편에는, 법정공휴일에 근로자를 쉬게 하는 대신 이를 연차에서 차감하는 연차대체제도를 운영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즉, 15일에서 3·1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1월 1일, 설날 전날, 설날, 설날 다음날, 석가탄신일, 5월 5일, 6월 6일, 추석 전날, 추석, 추석 다음날, 12월 25일까지 15일을 제하고 나면 남는 연차가 하나도 없게 된다. A씨 회사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하지 않았지만, A씨에게는 연차가 하나도 없는 ‘마법’은 이렇게 벌어졌다. 

   
▲ 한정애 의원이 발의한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면 ‘법정공휴일에 연차를 쓰고 쉬라’는 요구는 법적으로 불가능해진다 ⓒ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이와 같은 ‘휴가 빈부격차’ 해소를 위해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한 의원은 “현재 1주일에 평균 1회 이상과 근로자의 날의 유급휴일을 제외한 유급휴일에 관한 사항은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 노사 간의 협의에 따라 사업장마다 달리 적용되고 있다”며 “일부 사용자는 명절 등 공휴일조차도 유급휴일로 인정하고 있지 않아 근로자가 유급휴가를 사용함으로써 연차 유급휴가일수가 줄어들게 돼 근로자의 휴식권이 침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법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주도록 하고, 1주일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 횟수에서는 이를 제외하도록 하는 한편, 공휴일의 근로가 불가피한 사업 또는 사업장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1주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과 공휴일에 상당하는 특정한 근로일을 유급휴일로 주도록 함으로써 근로자의 휴식권을 보장하는 법안”이라고 내용을 설명했다.

한 의원이 대표 발의한 본 법안이 통과되면 현재 ‘관공서만의 휴일’인 3·1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등의 국경일과 일요일, 국경일 중 3·1절, 광복절, 개천절 및 한글날, 1월 1일, 설날 전날, 설날, 설날 다음날, 석가탄신일, 어린이날, 현충일, 추석 전날, 추석, 추석 다음날, 기독탄신일, ‘공직선거법’ 제34조에 따른 임기만료에 의한 선거의 선거일, 기타 정부에서 수시 지정하는 날이 모든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휴일로 바뀐다. 다시 말해, A씨처럼 연차를 모두 법정공휴일에 소모하고 있는 근로자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연차 15일이 더 생기는 셈이다.

이 법안에 대한 근로자들의 반응은 환영 일색이었다. 〈시사오늘〉이 지난 1일 만난 한 대기업 사원은 “그런 회사가 있는 줄 몰랐다”면서도 “정말 말도 안 되는 법인 것 같은데 지금이라도 바뀌게 돼서 다행”이라고 전했다. A씨 역시 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법이 꼭 통과됐으면 좋겠다”면서 “이 법을 만든 국회의원이 누구냐. 외워뒀다가 다음 선거에 꼭 찍어야겠다”며 이름을 묻기도 했다.

반면 법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한 30대 남성은 “사장님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기업은 몰라도 중소기업은 휴일에 일할 수밖에 없는 곳이 많은데, 지금처럼 경제가 안 좋은 상황에서 사람들(근로자들) 노는 법안을 통과시켜 주겠나”라고 걱정스럽게 말했다. 또 “휴가가 15일 더 생기면 못해도 1인당 100만 원은 더 든다는 이야긴데, 글쎄…”라고 말끝을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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