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개각 승부수…분노한 정치권,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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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개각 승부수…분노한 정치권, 왜?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11.02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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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은 물론 여권에서도 대통령 비판 쏟아져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2일 깜짝 개각 발표가 이뤄진 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했다 ⓒ 뉴시스

뜻밖의 승부수다. ‘최순실 게이트’로 궁지에 몰린 박근혜 대통령이 정국 수습책으로 ‘깜짝 개각’ 카드를 꺼내들었다. 박 대통령은 2일 신임 총리에 김병준 국민대학교 교수를, 경제부총리에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국민안전처 장관에 박승주 전 여성가족부 장관을 내정했다.

김 신임 총리 내정자는 참여정부에서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보좌했던 ‘노무현의 사람’이다. 임 부총리 내정자와 박 장관 내정자는 각각 전남 보성과 전남 영광 출신으로, 모두 호남 출신 인사다. 박 대통령이 고심한 흔적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이번 개각에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 야당은 물론, 야당과의 협의를 통해 사건을 진정시켜보려던 여당에서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우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통령이 아직도 정신 못 차렸다”며 이번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개각 발표 직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어제까지는 부역단 대표, 원내대표가 거국내각쇼를 벌이다가 안 되니까 오늘은 ‘최순실 내각’을 정리하기는커녕 제2차 최순실 내각의 총리를 전격 임명했다”며 “이것은 정국수습이 아니라 정국을 더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길”이라고 성토했다.

여당이 박 대통령을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 않다. 개각이 발표되던 시각, 새누리당은 이정현 대표의 거취를 두고 최고·중진 연석간담회를 갖고 있었다. 이 대표는 간담회 직후 ‘개각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내용들을 다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답을 피했다. 정진석 원내대표 역시 같은 질문에 “나도 여기 와서 알았다”고 대답했다. 청와대가 야당 지도부뿐만 아니라 여당 지도부와의 교감조차 없는 상태에서 기습적으로 개각을 발표한 셈이다.

이러다 보니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악수를 뒀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깜짝 개각이 발표되자 그동안 대응 수위를 놓고 고심하던 대권 후보들이 강경한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더 이상 박근혜 대표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니다”라며 “박 대통령은 즉각 물러나시라”라고 사퇴를 요구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같은 날 서울시청에서 긴급 브리핑을 갖고 “박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권위와 신뢰를 잃었고 대통령으로서 막중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박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했다. 여기에 차기 대권 주자 지지율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까지 “정치적 해법을 찾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저도 비상한 결단을 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각을 세웠다.

새누리당 의원들까지 박 대통령 비판에 가세했다. 비박계 대표 주자인 유승민 의원은 최고·중진 연석간담회 도중 자리를 뜨면서 기자들과 만나 “당에서 최고·중진회의를 이렇게 하고 있는데 당혹스럽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정병국 의원 역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 위기를 타파하려고 모인 회의 도중 내각 인사가 나왔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당 지도부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고 쓴 소리를 던졌다. 김용태 의원은 “마지막 순간까지 어떻게 이럴 수 있나”라며 참담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정국 반전을 위해 던진 개각 카드가 아군(我軍)까지 등을 돌리게 만든 모양새다.

이에 대해 야권의 한 당직자는 2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우리나 비박계는 물론이고, 친박계도 몰랐던 개각이라고 한다”며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말밖에 안 나오는 상황”이라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그는 “대통령께서 상황의 심각성을 모르시는 것 같다”면서 “반전을 노리면서 개각 카드를 꺼내든 것 같은데, 상황만 악화시킨 셈”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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