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4자 구도]지역주의와 이념 혼재…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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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4자 구도]지역주의와 이념 혼재…승자는?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12.29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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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의·이념 혼재된 新 4자 구도…지역주의 기반 ‘4자필승론’과는 달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개혁보수신당 창당으로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개혁보수신당의 4자 구도가 형성됐다 ⓒ 뉴시스

'新 4자구도는 지역주의와 이념이 혼재돼 있다.'

새누리당이 갈라짐에 따라 4당체제가 출범, 이를 일컫는 말이다.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 29명은 지난 27일 국회에서 집단 탈당을 발표하고 ‘개혁보수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이로써 제20대 국회는 1990년 민주정의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이 이른바 ‘3당 합당’을 결행한 후 26년 만에 4당 체제로 회귀하게 됐다.

차기 대선이 눈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국회가 4개 정당으로 분할되자, 자연히 1987년 대선 이야기가 나온다. 당시 김대중(DJ) 평화민주당 후보는 김영삼(YS) 통일민주당 후보와의 후보단일화를 거부하면서 ‘4자필승론’을 내세웠다. 4자필승론이란 노태우(대구·경북), 김영삼(부산·경남), 김종필(충청), 김대중(호남)이 각자 자기 지역을 가져가면 수도권에서 가장 지지율이 높은 후보인 DJ 본인이 당선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최근 거론되는 4자 구도는 좀 더 복잡하다. DJ의 4자필승론이 온전히 지역주의에 기반을 둔 그림이었던 반면, ‘2017년판 4자 구도’는 지역주의와 이념이 혼재된 모양새기 때문이다.

최근의 4자 구도 역시 기본적으로는 영남을 근거지로 하는 새누리당에 개혁보수신당이, 호남이 ‘텃밭’인 국민의당에 더불어민주당이 도전장을 던지는 지역주의적 색채가 잔존한다. PK(부산·경남)의 맹주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TK(대구·경북)의 적자(嫡子) 유승민 의원이 ‘투톱’으로 나서는 개혁보수신당은 또 다른 TK 출신인 주호영 의원을 초대 원내대표로 추대하며 영남 공략 의지를 분명히 했다. 지난 4·13 총선 때부터 호남을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경쟁도 현재진행형이다.

다만 2017년판 4자 구도는 이념 스펙트럼 상에서도 뚜렷한 차이가 발견된다. 우선 새누리당은 경제적으로나 안보 측면에서나 가장 오른쪽에 위치해 있다. 이들은 시장에 최대한 자유를 부여하는 신자유주의적 경제관과 강경한 대북 정책을 고수하는 ‘정통 보수’를 지향한다. 비박계 대표 주자 중 한 명이면서도 개혁보수신당 합류를 보류한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은 27일 자신의 SNS를 통해 “안보는 오른쪽, 경제는 왼쪽으로 가는 것만이 개혁으로 포장되는 것은 두고 볼 수 없었다”며 “안보 보수 못지않게 경제 보수 가치 또한 중요하다”고 새누리당 잔류 이유를 밝혔다. 새누리당이 추구하는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를 암시한 셈이다.

나 의원의 말대로, 개혁보수신당은 강경한 대북 정책과 진보적 경제 정책을 추구하는 ‘중도·보수’에 가깝다. 개혁보수신당은 27일 창당 추진 선언문에서 “법과 원칙을 지키는 기업은 적극 지원하되, 중견·중소기업에 대한 재벌의 불공정 행위는 엄벌하겠다”며 정부가 적절한 수준에서 시장에 개입할 것임을 강조했다. 안보 면에서는 “대한민국 국체 보존을 위해 안보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고의 가치”라면서 “안보에서 어설프고 감성적인 접근을 배격하며 어떠한 도발에도 강력하고 단호한 응징 태세를 갖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과 경제적으로는 차별화를 시도하면서, 안보적으로는 비슷한 노선을 선택한 것이다.

정책적으로 보면 개혁보수신당과 국민의당은 유사한 데가 많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2월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의 양 날개로 국민에게 안전한 삶, 따뜻한 복지를 제공하는 민생정치를 추구하고자 한다”며 ‘공정성장론’을 정강정책 제1장에 담았다. 안보 부문에서는 “북핵은 우리에게 직접적인 안보 위협이고 통일을 진전시키는 데도 명백한 장애물”이라며 보수적 색채를 분명히 했다. 개혁보수신당과 국민의당간 ‘제3지대 연대설’이 지속되는 것은 이처럼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는 노선이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민주당은 4당 중 정책적으로 가장 왼쪽에 치우쳐 있다.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인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23일 “명목세율 인상보다 대기업 대상 조세감면 특혜를 없애거나 축소하는 방법으로 실효세율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며 ‘경제민주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어느덧 차기대권주자 지지도 3위까지 뛰어오른 이재명 성남시장 역시 지난 22일 SNS를 통해 “연간 영업이익이 500억 원 이상인 재벌 대기업 440곳은 (법인세율을) 30%로 올려 15조 원, 연 10억 원 이상 수퍼소득자 6000명의 최고세율을 50%로 올려 2조 원의 추가 세수를 확보해 중소기업 지원과 복지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보 면에서도 민주당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대, 햇볕정책 계승 등으로 북한을 ‘대화·협상 파트너’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대북(對北) 강경 노선을 천명하고 있는 개혁보수신당·국민의당과 뚜렷이 구별되는 대목이다. 지역적으로는 영남, 경제·안보 정책적으로 보수인 새누리당과 지역적으로 호남, 경제·안보 정책적으로 진보인 민주당,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는 가치관을 공유하지만 지역적으로 영남과 호남으로 나뉜 개혁보수신당·국민의당이 新 4자 구도를 형성한 것이다.

이에 대해 야권의 한 관계자는 29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DJ의 4자필승론은 ‘계산이 나오는’ 논리였지만 최근의 4자 구도는 보수·진보와 지역주의가 결합된 구도라 어느 한 쪽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확실한 호남 지지에 수도권 우위를 예상하고 4자 구도로 나섰던 DJ와 달리 새누리당·민주당·국민의당·개혁보수신당은 대선을 앞두고 합종연횡에 돌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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