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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 톺아보기⑦]퇴근 후 연락은 이제 ‘그만’
신경민 의원, 업무시간 외 연락 금지 법안 발의
2017년 01월 03일 (화) 정진호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지난해 6월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 뉴시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무슨 일만 있으면 카톡(카카오톡 메신저)으로 연락을 하는 통에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에요. 퇴근하고 좀 쉬려고 하면 카톡, 주말에 애들 데리고 나가있는데 카톡, 와이프랑 영화 한 편 보는 중에도 카톡…. 그나마 업무 관련 연락이면 이해라도 되는데, 별의별 사소한 것까지 다 연락해서 물어보니까…. 집 전화 아니면 연락 안 됐던 때가 훨씬 편했던 것 같습니다.”

지난 2일 저녁 구로디지털단지에서 〈시사오늘〉과 만난 30대 직장인 A씨는 ‘카톡 때문에 죽을 맛’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스마트폰 등장과 초고속 네트워크 기술 향상 등으로 언제 어디서든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퇴근이 퇴근이 아니게 됐다’는 이유였다. 실제로 이날 A씨는 일과를 마친 후 기자와 만났음에도 두 시간여 동안 수차례 상사로부터 메시지를 받고 답해야 했다.

지난해 6월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주최한 ‘카카오톡이 무서운 노동자들’ 포럼에서 김기선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근로자의 86.1%가 퇴근 후에도 스마트폰 등으로 업무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업무시간 외에 업무 목적으로 스마트기기를 이용하는 시간은 평일에는 하루 평균 1.44시간, 주말에는 평균 1.60시간에 달했다. 스마트폰으로 인해 일주일에 11시간이 넘는 ‘연장 근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지난해 6월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신 의원은 “최근 SNS가 보편화됨에 따라 이를 이용해 퇴근 전·후를 불문하고 업무지시를 내리는 사례가 증가했다”며 “이로 인한 근로자의 스트레스가 ‘메신저 강박증’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근무시간 외 직장 상사로부터 온 업무 관련 전화, 메일, 메시지 등을 받지 않을 권리인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법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국민의 요구 또한 높아지고 있다”면서 “이 법안은 사용자가 근로시간 이외의 시간에 SNS 등을 이용해 근로지시를 내리는 등 근로자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하지 못하도록 해 국민의 사생활 자유 보장, 인간 존엄에 반하지 않는 근로 조건 보장 등 헌법에서 정한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근로기준법 제6조에 ‘사용자는 이 법에서 정하는 근로시간 이외의 시간에 전화(휴대전화를 포함한다), 문자메시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각종 통신수단을 이용해 업무에 관한 지시를 내리는 등 근로자의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추가된다. 사용자가 업무시간 외에 근로자에게 연락해 업무를 지시하는 것이 원천 차단되는 셈이다.

법안에 대한 근로자들의 반응은 환영일색이다. A씨는 “어제 기사를 보니까 프랑스에서는 벌써 시행하고 있는 모양이던데 우리도 빨리 (법을 제정)했으면 좋겠다”며 “가뜩이나 일하는 시간도 긴 나라인데 퇴근하고 나서도 일에 시달리는 건 정말 아닌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FP, BBC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는 ‘Right to disconnect’로 명명된 새 근로계약법을 2017년 1월 1일부터 시행했다. 50인 이상 근로자를 고용한 기업부터 의무 적용되는 이 법은 회사가 업무시간 외에 이메일을 보내거나 받지 않을 권리를 직원들과 협상하고, 이를 문서에 명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국내 한 대기업에서 일하는 B씨는 “연봉 인상도 좋고 복지도 좋은데 그 전에 퇴근하고 나서 상사 마음대로 연락하는 것부터 못하게 하는 법부터 빨리 만드는 게 제일 급한 것 같다”면서 “예전에 한 번 이슈가 됐던 것 같은데 아직도 안 만들어졌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다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업무 지시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모호한 데다, 벌칙 조항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신 의원은 지난해 6월 〈TBS〉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에 출연, “(법안 제정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면 논의가 진행되고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직장의 민주화에도 기여하는 것”이라며 “(법안 제정은) 논의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문제점을 지적하고 화두를 던지는 것만으로도 사회 분위기를 바꾸는 데 일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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